“생활고를 못 이겨 이 세상을 먼저 떠났지만 부처님의 위신으로 극락세계로 인도하소서. 가난의 고통 이기지 못하고 먼저 가신 영가님들을 청하오니 이 자리에 강림해 법공양을 받으소서…”

광화문광장 아래 위치한 해치마당에 쨍한 태평소 소리가 울려 퍼졌다. 가사를 갖춰 입은 스님의 장삼자락이 춤추듯 흩날렸다. 퇴근길 해치마당을 지나는 사람들은 더러 걸음을 멈추고 요란한 법석을 지켜봤다.

조계종 노동위원회와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폐지공동행동은 3월 5일 오후 7시 빈곤으로 인해 생을 마감한 영가를 위한 위령제를 봉행했다. 위령제를 지켜보는 1백여 명의 참가자들은 지난 2월 26일부터 3월 3일까지 잇따라 발생한 ‘가족 자살’을 회상하는 듯 침통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1부 추모 위령제는 조계종 노동위원 동환 스님(중요무형문화재 제50호 영산재 전수생)의 집전으로 진행됐다. 참가자들은 동환 스님의 절절한 회심곡조에 귀를 기울이며 합장을 하거나 눈을 지그시 감고 희생 영가의 극락왕생을 발원했다.

“사바세계 나오셨다 보통사람들처럼 무병장수 못하고 살아가면서 고통을 견뎌내지 못하고 스스로 이 세상 하직하니 슬프고도 애달프다. 기왕지사 가셨으니 고통 없는 극락세계 천당세계로 가서 더 좋은 세상을 만나고 더 좋은 인연 만나 행복하게 살다가 무병장수하고 자손창대 이루고 만대에 복을 이루소서”

위령제는 연대발언으로 이어졌다. 조계종 노동위원장 종호 스님(사진)은 복지정책과 경제체제의 변화를 촉구했다.

스님은 “이 비극의 기저에는 우리 정부의 잘못된 정책의 책임도 있다”며 “박근혜 정부는 복지세와 증세를 통해서라도 선택적 복지에서 보편적 복지로, 신자유주의 말고 함께 성장하는 경제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연기법을 통한 동체대비의 실천을 당부했다.

종호 스님은 “부처님 말씀에 이것이 있으므로 저것이 있고 저것이 있으므로 이것이 있으며 이것이 멸하므로 저것이 멸하고 저것이 멸하므로 이것이 멸한다는 연기법이 있다. 이웃이 죽어 가는데 우리 삶이 어떻게 행복할 수 있나”라고 반문했다.

스님은 “꽃샘추위처럼 지금이 힘들고 어려워도 힘든 시기가 지나면 따뜻한 봄을 맞길 바라면서 그 길에 노동위가 함께할 것을 다짐한다”고 말했다.

이어 561일째 장애등급제 폐지를 위해 투쟁하고 있는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대표가 나서 정부를 향해 ‘진짜’ 복지구현을 촉구했다.

박 대표는 “누구나 복지복지 하는데, 국민소득이 1만 불이든 2만 불, 3만 불, 4만 불이든 죽어가는 사람들에게 무슨 소용이 있었겠나. 그들이 죽어갈 때 생각한 어두움과 외로움과 가난에 무슨 소용이 있었겠나”라고 토로하며 “진짜 복지는 사람을 살리는 것”이라고 호소했다.

위령제는 조성래 노숙인인권공동실천단 대표의 추모글 낭독과 민중가수 박준 씨의 추모공연으로 마무리 됐다.



조계종 노동위원회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빈곤사회연대 등은 5일 봉행된 위령제에서 빈곤으로 인해 목숨을 끊은 영가를 위로하고 극락왕생을 발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