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의 충격과 슬픔이 채 가시지 않은 5월 6일 오전 10시, 불기 2558(2014)년 부처님오신날 법요식이 서울 조계사를 비롯한 전국의 사찰에서 일제히 봉행됐다.
조계종이 주관하는 부처님오신날 법요식은 종정 진제법원 대종사와 원로회의 의장 밀운 스님, 총무원장 자승 스님을 비롯하여 사부대중 1만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봉행됐다. 특히 이날 조계사 봉축대법회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참석해 축사를 했다. 또한, 불법 홍포와 불교발전을 위해 노력해온 불자들을 격려하는 ‘불자대상’ 시상식도 함께 진행됐다.
일감스님(총무원 기획실장)의 사회로 봉행된 조계사 봉축대법회는 도량결계의식, 육법공양의식, 명고, 명종의식(28타) 순으로 시작해 관불 및 마정수기, 헌촉, 헌향, 헌다, 헌화, 조계사 주지 도문 스님의 축원과 불자대상 시상, 총무원장 자승스님의 봉축사, 대통령 축사, 종정예하의 법어, 봉축 발원문 낭독의 순으로 진행됐다.
조계사에 봉행된 봉축대법회에는 발디딜 틈도 없을 만큼 수많은 대중들이 동참했다. 사진=조계종 총무원 제공
봉축사를 하고 있는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스님.
이날 조계사 봉축대법회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참석해 축사를 했다.
축사를 하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 박 대통령은 안전한 나라를 만드는 데, 나라가 어려울 때마다 힘이 되어주셨던 불교계가 힘을 모아달라고 당부했다.
찬불가 ‘우리도 부처님같이’가 김회경 씨가 지휘하는 국악관현악단과 합창단의 연주로 은은히 울려퍼지는 가운데, 박원순 서울시장과 지성동 조계사 신도회장이 헌촉을 했다. 이어 홈리스 활동가 조성래씨와 폐품할머니, 다문화가족 대표, 새터민 가족 대표 등 우리 사회 이웃과 소외계층 대표들이 헌향, 헌화, 헌다 의식에 나섰다.
김동건, 루이스랭커스터, 선우용녀 씨에 대한 불자대상 시상식에 이어 자승 스님이 봉축사를 했다. 자승 스님은 세월호 희생자의 극락왕생과 실종자의 무사귀환, 유가족들에게 부처님의 가피가 함께 하기를 기원했다. 이어 박근혜 대통령이 축사에 나섰다. 대통령의 봉축 메시지는 당초 류진용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대독할 예정이었으나 오늘 오전 박 대통령이 직접 봉축법요식에 참석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은 축사에서 세월호 희생자의 극락왕생과 실종자의 무사귀환, 유가족과 실종자 가족에게 부처님의 자비와 가피가 함께 하기를 기원했다. 박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에 대해 대통령으로서 무엇이라 위로의 말씀을 드려야 할지 모르겠다며 “이번 세월호 참사에서 드러난 우리 사회의 잘못된 문제점을 바로잡고 안전한 나라를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박 대통령은 이어 “불교는 나라가 어려울 때마다 나라를 지키고 국민의 마음을 하나로 모아 위기를 극복하는 힘이 되어 왔다”며 “나라 안팎의 사정이 어려운 이 때에 불자대중들께서 다시 한 번 힘이 되어달라”고 당부했다.
축원을 하고 있는 조계사 주지 도문스님.
법회장소인 조계사 대웅전 앞 마당을 향해 조계종 총무원이 있는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을 나서고 있는 조계종 종정 진제법원대종사(가운데)와 자승 총무원장, 박근혜 대통령.
종교화합의 의미로 참석한 이웃종교 지도자들. 천주교 김희중 주교가 헌화하고 있다.
조계사 봉축대법회에는 안철수, 김한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도 참석했다.
이어 조계종 종정 진제법원 대종사는 법어를 통해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여, 요즘 세상에 교훈삼아야 할 가르침이 있으니, 일인전허(一人傳虛)에 만인전실(萬人傳實), 즉 한 사람이 거짓된 말을 전하면 수많은 사람이 이를 사실처럼 전하게 된다는 가르침이니, 한 마디의 말을 듣고 전하는 데도 깊이 생각하고 생각해서 세상을 맑혀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진제법원 대종사는 이어 “우리 다 같이 진심어린 마음으로 애도하자”며 “진도 앞바다에서 우리의 가족이요, 나의 한 몸과 같은 많은 어린 생명들이 어른들의 잘못으로 인해 우리 곁을 떠나갔으니, 다 같이 극락왕생 발원의 등과 슬픔을 함께하는 애도의 등을 밝혀 영원한 행복과 평화를 기원하여주시기를 간절히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진제법원 대종사는 또 “금일 부처님오심을 봉축함과 더불어 세월호 참사에 따른 모든 희생자분들이 영원한 진리의 낙을 누리시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산승도 진리의 등불을 하나씩 선사하고자 하오니, 모든 영혼들께서는 이 등불을 가지고 극락세계에 왕생하시어 영원한 행복을 누리시기를 기원 드린다”며, 더불어 이 진리의 등불을 모든 인류에게 선사하오니 잘 간직하라며 게송을 읊었다.
一把柳條收不得 〈일파유조수부득〉 하여
和風搭在玉欄干 〈화풍탑재옥난간〉이로다
한 주먹의 버들가지 잡아 얻지 못하여
봄바람에 옥난간 벽에다 걸어 둠이로다.
종정 법어에 이어 세월호 사건으로 모두가 슬픔과 안타까움으로 가득한 이때
부처님의 지혜와 자비의 등불을 밝혀서로가 위로하고 격려하며 함께하는 세상을 만들어 가도록 저희 불자들이 앞장서겠다는 내용의 발원문이 낭독됐다.
이날 법회는 찬불가 ‘연꽃 피어오르리’가 울려퍼지는 가운데 사홍서원과 함께 회향됐다.
이날 조계사 봉축법요식에는 종정 진제 법원 대종사, 원로회의 의장 밀운스님, 총무원장 자승스님 등 조계종 대표자와, 박근혜 대통령, 안철수·김한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 천호선 정의당 대표 등 정당 대표와 유진룡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박원순 서울시장이 참석했다. 또한 이웃종교 대표로 천주교 김희중 대주교와 원불교 남궁성 교정원장 등이 함께 했다. 또한 카망 싱 라마(Kanman Singh Lama) 네팔 대사 등 주한 외교사절, 청년유니온노조 위원장, 홈리스 활동가, 새터민 가족 등이 참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