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지지 않을 듯한 기세로 20년 가까이 세계 1위 휴대폰 메이커로 군림했던 ‘휴대폰 왕국’ 노키아. 핀란드 전체 수출액의 23%를 혼자 일궈낸 ‘국민기업’으로 핀란드 국민들의 자부심 그 자체였다. 하지만 과거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의 절반을 차지했던 그들의 올 1분기 점유율은 8%로 급감했다.

불교 ‘이카로스 패러독스’ 걸려

시장에서는 노키아의 몰락에 대해 ‘이카로스 패러독스(Icarus Paradox)'를 피하지 못했다고 지적한다. 이카로스가 깃털로 만든 날개를 밀랍으로 몸에 붙인 다음 하늘을 날지만, 너무 높이 올라 태양의 뜨거운 열에 밀랍이 녹아 바다에 추락했듯, 노키아는 현장의 혁신능력을 상실한 채 스스로 만든 덫에 빠져 망한다는 것이다.

불교계 최대 행사라 할 수 있는 연등회가 5월 19일부터 20일까지 성대하게 치러졌다. 전통등(燈) 10만여 개가 선보인 연등행렬, 내·외국인들의 어우러진 전통문화마당…. 특히 올 연등회는 중요무형문화재 지정으로 그 의미가 남달랐다.

하지만 최근 발생한 불교계의 불미스런 일의 여파로 인해 화려한 겉모습과 달리 연등회는 ‘흥’이 나지 않았다. 19일 동국대 대운동장에 모인 불자들도 이구동성으로 불교의 미래를 걱정했다. ‘어울림 마당’에서 만난 한 불자는 “재적 사찰에서 오랫동안 준비했기 때문에 나왔지만 개인적으로는 연등회에 참석하고 싶지 않았다”며 “불교에 대한 여론이 너무 안 좋다. 요즘은 불자라고 말하기도 힘든게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승가 존경·신뢰 상실했다” 고백. 하지만…

불교계 종단 수장들도 이러한 분위기를 인식, 연등회 법회에서 참회에 나섰다. 봉축위원회 위원장 자승 스님(조계종 총무원장)은 이날 법회 개회사를 통해 “국민을 행복하게 하겠다”며 “이 땅에 종교·지역·세대·빈부간의 갈등을 넘어 화합된 세상을 가꾸어가는 화쟁 결사에 앞장서고 있다. 삶에 지친 이들에게 희망을 주고 무거운 짐을 나누어 짊어지며 함께 피안에 이를 때까지 기꺼이 그들의 도반이 되겠다”고 역설했다.

더불어 자승 스님은 “국가와 민족의 운명에 중요한 대통령 선거를 맞으며 분열과 갈등을 일으키고 그래서 국민들이 힘든 상황에 빠지지 않도록 정치권을 바른 길로 인도하고 국민들이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기도와 정진을 쉬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진각종 통리원장 혜정 정사도 ‘발원문’을 통해 고백과 자각, 참회를 강조했다.

혜정 정사는 “저희는 부처님의 정법인 중도 연기를 올바로 보지 못해 뭇 삶과 함께 하는 데 지극한 정성을 다하지 못했다”면서 “수행과 일상의 삶이 괴리되었고, 승가로서의 존경과 신뢰를 확보하는 데 부족했다”고 불교계의 잘못을 시인했다.

“보살의 자비심을 베푸는데 인색했다. 사회와 역사의 구성원으로 성실하고 친절하게 다가가지 못했다”는 혜정 정사의 고백은 불교계의 현실을 꿰뚫은 참회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참회에도 불구하고 일부 불자들은 “승려도박 사건으로 국민적 비판을 받고 있는 불교계가 향후 대선과 관련한 언급을 한 것은 적절치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싸늘한 국민정서를 고려했다면 이런 언급은 가급적 삼갔어야 했다는 것이다.

외부변화 둔감한 노키아 전철 밟지 말아야

20일 행사가 종료되면 비록 봉축법요식이 남아 있지만 굵직한 행사는 마무리 된다. 2일간의 신나는 축제가 끝나면 다시 불교계는 싫지만 다시 원 위치로 돌아가야 한다.

법요식까지 남은 1주일 동안 불교계는, 견지동은 무엇을 할까? 앞서 예를 들었던 노키아는 애플이 글로벌 스마트 폰 시장을 점령한 후 뒤늦게 신제품을 내놓았지만 시장에서 배제됐다. 노키아도 급변하는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스마트 폰을 꾸준히 선보였지만 기존 비즈니스 성공 틀에 사로잡혀 외부 변화에 둔감했던 것이 발목을 잡혔다.

피터르 브뤼헐의 ‘추락하는 이카로스가 있는 풍경’을 보면 추락하는 이카로스에 대해 그 누구도 신경을 쓰지 않고 자신의 일을 묵묵히 하고 있다. 연등회가 한국불교를 알리는 소중한 날개라 할지라도 종단의 방향이 잘못되면 결국 이카로스의 전례를 밟을 수밖에 없다. 어울림 마당 5만 명, 연등행렬 30만 명. 그리고 조계사 앞길을 가득 매운 인파들. 그들에게 불교는 무엇일까? 법요식까지 남은 1주일 동안 불교계는 장고에 들어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