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 3국의 근대는 침략으로 시작됐다. 앞에는 십자가를, 뒤에는 대포를 들고 나타난 서구인들은 꼭꼭 닫혀있던 동아시아 3국의 문을 열어 젖혔다.

쇄국주의 뒤편에 숨어있던 3국의 불교는 엄청난 위기의식에 사로잡혔다. 조선의 경우, 서양 선교사들과 더불어 일본승려들이 함께 밀려들어왔고, 조선 500년동안 막혀있던 도성출입이 허용되었다. 조선 불교계 일각에서는 일본불교계와 함께 서구 기독교에 대항해야 한다는 친일적 성향의 인사들이 등장했고, 일각에서는 일본불교에 대항하는 조선불교의 정통성을 확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그러나 그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개혁만이 살길이라는 의견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었다. 당시에 제기된 불교개혁론은 현재의 불교교단을 구성하는 뼈대가 되었다.

하지만 이 시대의 역사는 후대 사가들에게 철저히 외면당해왔다. 불교의 친일이력을 드러내기 싫어하는 불교계와 학계의 기피증 때문이었다. 친일에 대한 터부는 근대불교 공간에 대한 역사학적 공백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동안 등한시돼온 근대 불교계와 불교학을 정리한 책이 두 권 출간됐다. 동국대 불교문화연구원이 편찬한 <동아시아 불교, 근대와의 만남>, <근대 동아시아의 불교학>은 불교문화연구원이 학술진흥재단 중점연구소사업의 지원을 받아 2005년부터 4년간 전개해온 연구의 성과물이다.

그동안 불교학계 내에서는 근대를 하면 먹고살기가 힘들다는 논리가 팽배해져 있었고, 이에 따라 근대 연구자들은 손에 꼽을 정도로 적었다. 이같은 현실은 근대불교학 연구의 등한시로 이어졌다.

불교문화연구원은 그동안 방치돼온 동아시아 3국의 근대불교를 연구과제로 채택했고, 수십여명의 연구자가 동시에 근대 연구를 진행함에 따라 이와 같은 연구성과가 탄생할 수 있었다.

연구성과의 공과를 평가하기에 앞서, 이 두권의 책은 앞으로 근대 불교 연구의 커다란 이정표를 세운 것임에 분명하다.

첫 번째 권인 동아시아 불교, 근대와의 만남은 동아시아의 근대화 과정에서 불교가 어떠한 역할을 하였는가를 규명한 책이다.

한국의 경우, 개항과 함게 밀려든 외세의 압력 속에서 출발한 근대불교, 이후 일제 식민통치 하에서 불교계가 전개한 근대화 노력과 친일로 대표되는 굴절된 영상, 개화사상 속에서의 불교의 위상, 승려입성 금지의 해제 등이 선행주제로 검토되었다.

중국은 근대에 들어오면서 동서문화의 충돌을 경험하게 되는데, 이대 불교는 엘리트 계층에 의해 서구에 대응할 수 있는 중국 전통사상으로 부각된다. 거사불교를 특징으로 하는 청조불교와 그 불교정책, 근대 혁명사상에 미친 불교의 영향, 중국불교의 부흥을 매개한 교학연구와 이와 관련한 논쟁의 성격 등을 통해 중국근대 불교의 독특한 전개를 확인할 수 있다.

일본의 근대불교는 국가신도를 중심으로 한 제국주의의 전개와 급격한 서구문명의 수용을 통한 근대화의 물결 속에서 이루어진다. 불교교단의 물적기반으로서의 단가제도 변화, 메이지 초기 폐불훼석 사건 등을 통과하여, 불교계는 대외침략전쟁을 지원하는 한편 전시체제의 강력한 통제와 탄압 속에서 저항하는 불교의 모습 등을 살펴볼 수 있다.

두 번째 권인 근대 동아시아 불교학은 근대에 이르러 서양철학의 유입의 충격으로 인해 이루어진 ‘불교의 학문화 과정’을 다루고 있다.

이 책은 근대불교학과 민족주의 출현의 관계, 제국주의가 불교연구에 미친 작용, 불교연구에 기반한 근대 불교교육의 개황을 다루었다.

이 프로젝트의 연구총괄책임을 맡은 전 불교문화연구원장 혜원 스님은 “동아시아 불교의 근대적 변용과정은 새로운 불교문화 창출의 가능성을 모색하는 출발점”이라며 “이번에 출간된 책들이 미래 불교연구에 대한 비전을 찾는 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