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후보자격 없음을 결정 받은 법일 스님(대전사 주지)이 조계종 호계원에 행정심판청구를 제기했다.

10교구 은해사 종회의원으로 입후보한 법일 스님은 지난 25일 열린 중앙선거관리위원회 223차 회의에서 18교구 백양사 만당 스님, 21교구 송광사 원경 스님과 함께 후보자격 없음이 결정됐다. 중앙선관위 측은 법일 스님의 비구계 수지 사실을 확인할 수 없다는 이유로 후보자격 박탈을 통보했다.

법일 스님은 26일 호계원에 심판청구서를 제출해 “본인은 중앙선관위의 무성의한 결정에 대해 별도의 이의를 제기하며, 본인이 비구계를 수지한 바 없다는 답변서를 보낸 총무부장과 담당 직원의 행위에 대해 부당함을 지적하고 이의 시정을 요구한다”고 청구했다.

이어 법일 스님은 기자간담회를 열고 “우리 은사스님으로부터 비구계를 분명히 받았다”고 주장했다.

“우리 은사스님이 일타스님인데 율사 스님이셨다. 예전에는 단일계단이 없고 은사가 직접 상좌에게 내려주기도 하고 그랬는데, 은사스님이 지족암에 계실 때 상좌 서너명이 함께 비구계를 받았다. 그 날짜가 1980년 10월 15일이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그 분들이 다 지금 종단에는 안계신데 한 분은 수년전 입적한 강성진 스님이고, 다른 분들은 환속을 했다. 당시에 조계사-개운사에 각각의 총무원이 있어서 행정질서가 엉망이었는데, 그때 당시 본사에서 우리의 수계사실을 중앙에 알리지 않을 걸 우리로서는 알 수가 없었다. 이후에 계속 주지도 하고 종회의원도 세 차례나 했는데 한 번도 문제시되지 않다가, 최근에 들어서 그 문제가 자꾸 언급되는 것을 듣고는 작년에 특별구족계 계단을 찾아갔다. 그런데 당시에 나하고 동성 스님하고 태진 스님이 찾아가니까 계단위원회에서 ‘스님들은 이미 종회의원도 하고 주지도 하는 등 교역직 소임을 하고 있으므로 이미 비구계를 수지한 것으로 사료된다’면서 그냥 가라고 하더라. 그때 계단위원장이 고산 스님이었는데, 그 상좌인 총무부장 영담 스님은 또 거길(특별계단) 왜 갔냐고 문제 삼고 있으니, 도대체 어쩌란 말인지 정말 모르겠다.”

법일 스님은 “나하고 똑같은 사안인 ‘ㅈ’ 스님의 경우에도 총무부가 구족계를 받은 바 없다고 회신했다는데 이 사람은 통과시키고 나는 이렇게 발목을 잡는 게 말이 되냐”고 반문하며 “중앙선관위의 행정이 공정성과 형평성을 잃었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