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계의 잘나가는 교양대학에는 각 지방마다 대표적인 고수 강사진이 포진해 있다. 서울 동산불교대학의 최봉수 교수, 대구 영남불교대학의 우학 스님, 부산 불교교육대학의 이욱태 법사 등이 그들이다.

그 중에서 전라도를 이야기할 때는 빼놓을 수 없는 인기강사가 바로 강건기 교수이다. 전북대 교수로 재직하면서 불자들을 위한 교양대학인 전북불교대학을 설립해 불교가 척박한 전주 땅에 불교교육의 붐을 일으킨 주인공이기도 하다.

강건기 교수는 탄탄한 교학과 풍부한 해설, 흡입력있는 강의력으로 전북불교대학을 전라도의 대표적인 교양대학으로 자리매김하는데 원동력이 돼왔다.

그의 강의록은 수십여권의 책으로 출간됐는데, 그 중에서도 그의 주 전공인 지눌 스님의 수심결 강의록은 그의 저서 중에서도 백미로 꼽히는 책이다.

20년전 출간된 바 있는 강건기 교수의 수심결 강의 『마음 닦는 길』이 20여년 만에 재출간됐다.

강건기 교수는 “현호 스님과 법정 스님이 처음 책을 출간할 것을 제안하신 뒤 20여년이 흘렀는데 현호 스님이 다시 한번 책을 출간해 보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제안을 해오셨다”며 “마침 내 자신도 책이 워낙 오래되어 지금 다시 보니 달리 보이는 부분도 있어서 보조 스님의 가르침을 다시 널리 펴고자 재출간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마음 닦는 길』은 수심결을 번역한 책이 아니다. 원문에 대한 낱말 풀이가 따르고 이에 관한 저자의 해설이 실제 강의를 들려주듯 술술 풀려나온다. 그래서 이 책은 수심결 한문본을 들고 제대로 공부하려는 사람들에게 일종의 참고서 같은 역할을 톡톡히 한다.

수심결은 원문만 가지고 혼자서 공부하기에는 일반 불자들에게 상당히 어려운 책이다. 선(禪)을 다루고 있는데다 한문으로 번역된 산스크리트어 등 불교용어들이 초보자들에게는 상당히 난해하게 다가간다. 또한 보조 스님의 사상적 배경에 대한 이해가 없이는 수심결을 제대로 이해하기란 불가능하다.

가령, 『수심결』에 색신시가(色身是假) 즉 ‘이 몸은 무상한 것이라’는 부분이 나온다.

이에 대해 저자는 “우리의 몸은 땅적인 것, 물적인 것, 불 적인 것, 바람 적인 것 등의 요소들이 인연 따라잠시 모여 있는 것이다. 따라서 언젠가 인연이 다하면 각기 흩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무상하고 생멸이 있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또한 저자는 ‘마음 닦는 바른 길은 무엇일까?’라는 물음에 대한 답으로 지눌 스님의 ‘돈오점수’를 제시한다.

지눌 스님은 “예로부터 모든 성인들이 먼저 깨닫고 뒤에 닦았으며 이 닦음에 의해 증득한 것”이라며 “가장 수승한 근기가 들어가는 길인 돈오돈수도 과거로까지 확대해서 보면 먼저 깨닫고 뒤에 닦는 돈오점수와 다르지 않다”고 설명한다.

저자는 이렇듯 지눌 스님의 수심결을 현대적으로 풀어내 누구든지 쉽게 이해하도록 배려했다. 이번 수정본에서는 『수심결』의 체계와 사상에 대해 별도의 설명을 추가해 심도 있는 학습까지 가능하도록 책을 보완했다.

보조사상 전공자이자, 불교대학 인기강사인 강건기 교수의 『마음 닦는 길』은 설 자리를 잃어버린 현대인들에게 보조 스님의 사유세계로, 나아가 본래의 자기 모습을 발견하는데 커다란 길잡이가 될 것이다.

불일출판사/361쪽/12,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