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중앙종회의원 선거가 이틀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한국불교의 법보종찰인 해인사가 여러 잡음으로 혼탁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28일 종회의원 선거를 통해 의원을 선출할 수 있을지도 불투명한 상태다.

해인사 중앙종회의원 후보 성공 스님과 경성 스님이 10월 25일 기자간담회를 연 데 이어, 다음날인 26일에는 해인사정상화추진위원회 공동대표 원학 스님과 여연 스님 등이 또다시 기자간담회를 열어 자신들의 주장을 펼쳤다.

성공 스님은 25일 오전 10시 나무에서 결린 기자간담회에서 ‘해인사 선배 스님들께’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통해 “해인사는 역대로 선거없이 각 문중이 돌아가며 종회의원을 하기로 합의했고, 이는 성철 스님 방장 시절부터 지금까지 계속 내려온 산중화합가풍임인데, 왜 지금에 와서 선거를 하려고 하냐”며 “이번 선거에서 홍제암의 본해 스님, 희랑대 경성 스님, 지족암 대표로 제가 나온 것은 문중간 합의원칙에 따라 결정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스님은 이어 “원래 종정스님 몫으로 심우스님을 선택했으나 다른 사람으로 바꾸는게 어떻겠냐는 총무원장 스님의 말씀이 있어서 본해 스님과 심우스님이 자리를 바꾸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성공 스님은 “지금 해인사정상화라는 명목으로 각 문중의 합의사항을 깨고 나온 스님들이 좋지 않은 선례를 남겨, 두고두고 우리 후손들까지 불협화음이 일어나게 하려고 하냐”고 반문하며 “이번에 산중화합이 깨지게 되면 우리 후배들 또한 당신들이 방장이나 주지할 때 그 방식 그대로 따라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성공 스님은 “무슨 일이 있든 만나서 대화를 하고 의견을 조율해야 할텐데 연락을 해도 해인사정상화추진위에서는 아예 전화도 받지 않은 채 대화의 창을 단절하고 있는 상태”라며 “이대로 간다면 해인사에서는 종회의원 선거가 열릴 수 없을 것이고, 결국 사고사찰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해인사 임회가 끝난 후 기자간담회를 연 경성 스님은 “해인사 임회에서 투표 없이 종회의원 후보를 결정한다는 총림가풍을 적극 지지하고, 각 문중회의에서 인정된 후보 경성, 심우, 성공 스님을 적극 지지한다는 결의문을 채택했다”고 전했다.

경성 스님은 “해인사가 무투표의 전통을 포기하고 지금에 와서 선거를 채택한다면 물론 종헌종법에는 어긋나지 않는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힘 있는 사람, 돈 많은 사람이 판치는 사찰로 전락하는 것을 막을 수 없다”며 “금권선거는 결국 법보종찰 해인사의 위상을 흐리는 혼탁한 풍토를 가져올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성 스님은 이어 “해인사 주지가 종회의원 후보를 단독으로 임명하거 선출했다는 것은 전혀 근거 없는 사실이며, 13대와 14대의 전통에 의거해 총림과 문중의 합의와 의결을 거쳐 전통에 의거해 선출되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 바로 다음날인 26일 기자간담회를 연 해인사정상화추진위원회의 스님들은 이와는 정반대의 주장을 펼쳤다.

해인사 종회의원 선거에 출마한 제정 스님은 “주지 선각 스님이 추천한 3인은 결코 문중합의에 의해 선출된 대표가 아니라 주지와 코드가 맞는 스님들로, 모두 B 종책모임에 가입하기로 약속된 사람들”이라고 주장했다.

제정 스님은 “4년전부터 백련암, 희랑대, 지족암, 용탑 등 8대 문중이 돌아가면서 배출하기로 했는데, 이번에 대표로 나온 경성 스님은 8대 문중에 해당되지 않는 스님이고 심우 스님은 해인사 재적승도 아닌 타교구 스님이다. 성공 스님은 지족암 문중이기는 하지만 문중의 뜻과 무관하게 주지가 지명한 스님이므로 해당 문중 대표라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제정 스님은 “더구나 심우 스님은 노스님 폭행사건으로 호계원의 문서견책 처분을 받은 스님이고, 성공 스님 또한 올해 초파일을 앞두고 성전암의 기도법당을 전소시킨 책임자로, 지금 종회의원을 해야 할 때가 아니라 스스로 자숙하거나 불태운 법당을 다시 세우기 위해 화주를 하러 다녀야 할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이어 원학 스님은 “해인사 주지 선각 스님은 고불암 납골 사업, 2011 해인국제비엔날레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실로 많은 의혹과 문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며 “이같은 파행적 행정은 해인사를 어지럽히고 명예를 실추시키는 일로 우리는 해인사 정상화를 위한 서명운동에 돌입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여연 스님은 “우리가 지금 문제시 삼는 것은 종회의원 선거가 아니다. 그 부분에 너무 초점을 맞추지 말라”고 요청하면서 “지금 우리가 제기하고자 하는 문제는 주지 선각 스님이 얼마나 파행적으로 해인사를 운영하고 있는지를 환기시키고 이를 저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여연 스님은 이어 “선각 스님은 자신과 코드가 맞는 스님들을 종회의원으로 선출함으로써 현재 추진하고 있는 파행적인 사업을 진행하려는 것”이라며 “우리는 이같은 부분에 대해 제동을 걸기 위해 종회의원 선거제 도입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