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마대사가 수행했던 달마동굴이 소림사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달마의 법문 속으로 들어가 글을 쓰는 내 산방이 바로 달마동굴이요, 조주선사가 교화를 폈던 백림선사가 중국에만 있으랴.”

중국 10대 선사들의 발자취를 따라간 정찬주의 구법기행담『뜰앞의 잣나무』가 출간됐다. 선의 황금시대를 열었던 대표적인 선사들의 삶과 사상, 고정관념을 깨뜨리는 대기대용 살활자재한 삶의 경영이 정찬주 특유의 선적 필치로 생생하게 그려졌다.

이 책은 본지(미디어붓다)와 위클리조선에 인기리에 연재된 ‘정찬주의 내 인생을 바꾼 중국 선기행’을 묶은 것이다. 『뜰앞의 잣나무』는 초조 달마에서 육조 혜능을 거쳐 조주, 임제에 이르기까지 저자가 직접 조사들의 수행처를 참례하면서 선사들의 핵심사상과 역사를 조망한 책이다. 불교작가의 대표반열에 있는 내공 깊은 저자인지라, 책의 내용은 그렇고 그런 기행서류와는 그 격을 달리한다. 선을 공부하는 초심자나, 선에 관심이 있어 사찰수련회에 참석하는 이들의 교재로 사용해도 전혀 손색이 없다.

진리를 찾아 떠난 여정은 육조 혜능의 진신상을 만나는 데서 클라이맥스에 도달한다. 육조 열반 이후 실제 몸과 옷에 옻을 칠해서 봉안안 것으로 자세히 보면 살갗의 모공과 혈관을 볼 수 있다.

국내에 한번도 공개된 적이 없는 육조 혜능의 유품 세점을 소개하고 있으며, 특히 소림사 탑림에서 우리 고승으로 추정되는 원적 수좌 김무용 스님의 탑을 최초로 발견해 사진과 함께 그 내용을 알려 흥미를 자아낸다.

저자는 탑 발견 당시 소림사 주지에게 탑에 대해 물었으나 확실한 답변을 듣지 못하고 다시 답사를 갔던 지난 6월 삼조사의 주지이자 학승인 콴룽 스님에게 다음과 같은 얘기를 들었다고 한다.

외국 출신의 스님은 중국 스님과 구분하기 위해 속성을 붙입니다. 중국 스님이라면 법명 앞에 석釋씨가 붙는 경우가 많습니다. 제가 생각으로는 한국 스님인 것 같습니다.

또한 오랫동안 차를 가까이해온 저자는 달마대사가 9년 면벽을 하며 졸음이 오면 눈썹이나 눈꺼풀을 뜯어 문밖에 던졌는데 그 것이 차나무가 되었다는 전설부터 육조혜능이 만들어 마신 육조첨차(六祖甛茶)가 지금도 광둥지방의 특산차라는 사실, 조주, 운문 등에 이르러서는 차가 선문답의 공안으로 정착된다는 선차 전통을 중국 스님과 인터뷰를 하고 자료를 통해 밝히고 있다.

조주선사의 ‘차나 한잔 마시게’처럼 잘 알려지진 않았으나 운문선사의 차와 관련된 공안을 살피면 다음과 같다.

운문선사가 학인에게 물었다.

저자는 조사들을 따라 선기행을 떠나고 보니 “선은 어려운 것이 아니다. 일상생활 속에 들어오는 것이 선”이라고 말한다.

봉암사 선원장 정광 스님의 권선문도 이와 다르지 않다.

“일상생활을 떠난 간화선은 허망하여 토끼 뿔이나 거북의 털과 같다.”

전국선원수좌회 상임대표 혜국스님은 추천사를 통해 “과거 현재 미래를 온통 한 생각에 온 몸을 던졌던 조사들의 삶이 정찬주 작가에 의해 『뜰 앞의 잣나무』로 다시 살아나 우리 곁으로 왔다”고 절찬했다.

저자는 “학창 시절인 30여년 전부터 조사어록을 손에서 놓지 않고 몇 번이고 탐독하며 조사들을 만나고 싶은 열망을 품었다”며 “현장에서 직접 체험하니 조사의 가르침이 생생히 살아나는 듯 역동적으로 다가왔다”고 말했다.

저자는 이 책을 단순한 기행문이나 조사들의 행적을 소개한 것으로 이해한다면 책을 제대로 읽지 못한 것이라고 잘라 말한다. 저자의 말이 아니더라도 책을 읽어가다 보면 단순한 여행이야기가 아니라 저자가 걷고자 했던 구도, 구법의 마음과 여정을 만끽할 수 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세상 사람들에게, 또 자살이 유행처럼 번지는 세상을 향해 ‘왜 자기를 찾지 않는가?’라고 묻는다. 그리고는 불교는 지금 이 순간 속에 존재하는 자기를 찾는 가르침이며, 또한 선은 자기를 찾는데 가장 극적이고 빠른 길임을 역설한다. 세상이 천변만화하여도 언제나 중심은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의 ‘나’이기에 참으로 잃지 말아야 할 것은 자기 자신이라는 것이다.

불교에 관련한 책을 집필해오며 한 번도 후회한 적이 없었고 아직도 모자람을 느끼기에 벌써부터 다음 작품을 구상한다는 정찬주 작가. 그의 모습은 그대로 진리를 찾아 길을 떠나는 구법승과 다르지 않았다.

『뜰앞의 잣나무』/ 정찬주 지음/ 미들하우스/ 336쪽/ 1,5000원

*정찬주 작가는?

1953년 전남 보성에서 태어나 동국대 국문과를 졸업했다. 대학을 졸업하고서 20년 넘게 교사와 출판편집자로 혹은 글을 쓰는 작가로 살아오던 그는 자연을 스승 삼아 진정한 ‘나’로 돌아가고자 저잣거리의 생활을 청산하고, 늘 마음속에 그리던 남도 산중에 집을 지어 들어앉았다. 산중에 있는 듯 없는 듯 무지렁이 농부처럼 잊혀 살면서 자연의 섭리를 좇아 살고자 하는 그의 바람은 솔바람으로 시비에 집착하는 귀를 씻어 불佛을 이룬다는 뜻의 ‘이불재耳佛齋’라는 집 이름에 담겨 있다.

지은 책으로는 장편소설 『산은 산 물은 물』, 『하늘의 도』, 『다불』, 『만행』, 『대백제왕』, 『야반삼경에 촛불 춤을 추어라』, 산문집『암자로 가는 길』, 『자기를 속이지 말라』, 『선방 가는 길』, 『돈황 가는 길』, 『나를 찾는 붓다 기행』, 『정찬주의 다인 기행』, 어른을 위한 동화『눈부처』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