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점사는 금강산 4대 절의 하나이고 15세기 조선의 36개의 큰절의 하나이며 20세기에 와서도 30~31본산의 하나였다.

이 절에는 인디아땅에서 온 53개의 부처를 두기 위하여 절을 세웠다는 전설이 내려오고 있다.

옛날 석가모니가 살아있을 때 사위성(인디아)안에 9억 호의 집이 있었다. 그중 3억호의 사람들은 부처님을 만나 설교를 들었으며, 3억호의 사람들은 보지는 못했어도 듣기만이라도 하였으나 나머지 3억호의 사람들은 듣지도 보지도 못하였다.

석가모니가 입멸한 다음 그 제자인 문수보살은 여러 제자들과 함께 불교교리를 설교하고 믿도록 하였다. 그랬더니 위에서 말한 나머지 3억호 사람들이 부처님의 모습을 한번 보기만이라도 하였으면 하고 한탄하여 마지않았다.

문수는 “너희들이 정말 부처님을 믿고 받든다면 그 형상을 부어 만들고 공양을 드리는 것이 제일 좋을 것이다”라고 하였다. 그래서 3억호에서 불상 하나씩을 부어 만들었다. 집집마다 각각 제 힘에 따라 만드니 어떤 것은 크기가 한자만 하였고 어떤 것은 몇 치 밖에 안 되었다.

다음에 커다란 종 한 개를 부어 만들고 또 여러 불상가운데 얼굴과 몸 모양이 온전히 갖추어진 53개를 골라냈다. 보살은 불타(석가모니를 말함)의 가르침대로 불법을 세상에 넓힐 목적으로 돌로 배를 만든 다음 구슬을 새긴 방석위에 큰 종과 53개의 불상을 실어 바다에 띄어 보내면서 말하기를 “53불이 인연 깊은 나라에 가서 있게 되면 나도 뒤따라가서 불법을 설교하리라”라고 하였다.

돌로 만든 배는 붉은 노을이 피어나는 석양을 받으면서 동쪽으로 흘러갔다. 돌배가 맨 처음 도착한 곳은 월지국이었는데 그 나라 국왕 혁치가 절간을 짓고 안치하였다. 그런데 갑자기 불이 나서 집이 다 타버렸다. 왕이 다시 집을 지으려고 하니 그날 밤에 부처가 꿈에 나타나 “나는 여기에 머무르지 않겠으니 왕은 만류하지 말라”고 하였다. 국왕이 놀라 깨어나서 53불과 큰 종을 돌배에 실어 바다에 띄우면서 맹세하기를 “좋은 인연 있는 나라에 갈 것이니 그때 나는 권속 수천 명을 데리고 가서 불법을 지키는 착한 신이 되어 늘 부처를 옹호하리라”고 하였다. 그는 은으로 속뚜껑 하나를 더 만들어 거기다가 자기 소원도 써 넣었다.

돌배는 바다로 여러 나라를 두루 떠다니다가 금강산 동쪽 안창현의 포구에 도착하였다. 그때는 배가 월지국을 떠난 후로부터 953년이 지난 시기였다.

바로 그때 앞바다에서 들려오는 요란한 종소리를 듣고 안창현 사람들이 바닷가로 나가보니 53불과 큰 종이 실려 있는 돌배 한척이 있었다.

안창현 사람들은 사공 2명을 선출하여 돌배를 밧줄로 바위에 붙들어 매도록 하였더니 갑자기 사나운 파도가 일면서 배가 뒤집어졌다. 53불은 종을 타고 겨우 뭍에 오를 수 있었다.

지금 영랑호의 앞바다에 있는 ‘배바위’는 53불이 타고 온 돌배이고 ‘사공바위’는 두 사공이 불교의 책벌에 의하여 화석이 된 것이며 ‘현종암’은 당시 종을 걸었던 곳이고 현종암에 난 밧줄자리는 돌배를 붙들어 매였던 흔적이라고 한다.

안창현 사람들이 이것을 보고 이상하게 여겨 관가에 가서 알리었다. 고을원이던 로춘이 이 소식을 듣고 관속들을 데리고 뛰어가 보니 부처들이 머물렀던 자리는 뚜렷한데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자세히 살펴보니 나뭇가지들과 풀들이 모두 금강산 쪽을 향하고 있었다.

로춘이 그 방향으로 30리쯤 가니 풀밭에 종을 내리우고 쉰 자리가 있었다. 이 자리를 ‘계방’ ‘쉴방’이라고 부르는데 길가에 있는 돌에 종 흔적이 뚜렷하게 남아있다고 한다.

로춘이 다시 1,000여보 더 가니 문수보살이 스님 차림을 하고서 부처들이 간 곳을 대주었다. 또 1,000여보를 가니 앞에 높은 령이 가로막았다. 령 마루에 채 이르기 전에 한 여승이 돌에 걸터앉아 있었다. 부처를 못 보았느냐고 물으니 서쪽을 가리키면서 막 떠나갔다고 하였다. 그 역시 문수보살의 변신이었다.

로춘이 더 앞으로 가노라니 높은 산봉우리로 한 가닥 길이 빙빙 돌았다. 문득 흰 개 한 마리가 꼬리를 저으면서 나타나더니 로춘 일행을 인도하였다. 다시 고개를 지나서 목을 심히 마르는지라 땅을 파고 샘물(지금의 ‘로춘우물’)을 찾아냈다.

로춘이 다시 600보쯤 가니 개는 없어지고 그 대신 노루가 나타났다. 또 400보쯤 더 가니 노루도 자취를 감추었다. 사람들이 험한 산길을 가느라고 피곤하여 잠간 둘러앉아 쉬고 있는데 갑자기 종소리가 들려왔다. 그때 노루가 나타난 곳을 지금은 ‘장항(노루목)’이라 하고 종소리를 듣던 곳을 ‘환희령(점)’이라고 한다.

작은 고개 하나를 더 넘어 개울을 따라 들어가니 소나무, 잣나무가 빽빽하게 들어섰는데 한가운데 큰 못이 하나 있고 그 북쪽에 큰 느릅나무 한 대가 서있었다. 이 나무에다 종을 걸어두고 부처들은 못가에 줄지어 서있었는데 이상한 향기가 자욱하고 상서로운 구름이 떠돌았다.

로춘과 관속들은 너무도 기뻐서 부처들을 바라보며 끝없이 머리를 조아렸다. 로춘은 그 길로 돌아가서 국왕에게 아뢰니 왕도 놀라고 이상하게 여겨 직접 그곳으로 갔고 스스로 불교신자가 되었으며 그 땅에 절을 지어 부처들을 안치하였다.

‘유점사’라는 절간이름은 느릅나무가지에 종을 걸어두었다고 한데서 유래된 것이다.(‘유’자는 ‘느릅나무 유’자이다.)

이곳에는 본래 우물도 샘도 없어서 중들이 날마다 쓰는 물을 개울에 내려가서 길어오느라고 매우 힘들어 하였다.

어느 날 수많은 까마귀들이 절간의 동북쪽 모서리에 모여서 까욱까욱 떠돌면서 땅을 쪼더니 샘물(지금의 ‘오탁정’ 까마귀가 쪼은 우물)이 솟아나왔다.

뒷날 스님 한사람이 53불이 오랫동안 향불에 구슬려서 거멓게 된 것을 딱하게 여기고 금빛바탕을 드러내기 위하여 재물을 끓여서 부처들을 씻었더니 갑자기 우레가 울고 폭우가 쏟아지면서 오색구름이 충만된 가운데 53불은 모두 들보우에 날아올라가 줄지어 섰다. 그중 세 개의 부처는 공중높이 날아갔는데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없었다. 그 스님은 너무도 얼이 나가서 갑자기 정신병자가 되더니 죽고 말았다.

그 후 연충이라는 스님이 모자라는 부처들을 보충하려고 새로 부처 셋을 주조하였는데 그전부터 있던 부처들이 모두 배척하고 받아들이지 않았다. 부처들은 밤중에 꿈에 나타나 다른 불상을 우리들 사이에 두지 말라고 일렀다.

후에 잃어진 세 부처의 행처를 알아냈다. 둘은 구연동(유점사 뒤 골안)의 만 길이나 되는 절벽위에 올라가있었는데 사람이 올라갈만 한 곳에 있던 부처는 본자리에 갖다 두었으나 올라가지 못할 곳에 있던 부처는 그냥 두는 수 밖에 없었다. 부처 하나는 수정사 뒤 절벽위에 있었는데 스님들이 사다리 몇 개를 이어가지고 올라가서 내려다가 그 절간에 두었다가 24년이 지난 다음 다시 옛 자리에 가져다두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