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옛적 발연사에는 욕심이 많고 심보가 사나운 스님 한 분이 살고 있었다. 이 스님은 사람들이 절에 불공하러 오면 부처님 앞에서는 주머니가 깨끗해야 마음도 청백해진다고 하면서 동전 한 입까지 몽땅 털어내고야 마는 고약한 작자였다.

이렇게 남의 것을 공짜로 먹기는 좋아하지만 자기 것 이라면 불공 끝에 남은 음식 하나 손대지 못하게 하는 깍쟁이였다.

이 소문을 들은 이웃마을의 한 노인이 그 소행을 괘씸하게 생각하고 오래전부터 별러오다가 하루는 그 스님을 찾아갔다. 발연사 마당에 들어서니 스님은 마루에 걸터앉아 거물거물 졸고 있었다. 노인이 점심요기나 좀 하자고 청하자 발연사 스님은 앉은 채로 눈을 흡뜨며 ‘이건 어디서 이런 지나가던 거지가 무엄하게 왔는가’ 하는 투로 “여기는 신성한 법당이지 뭇행인들이 밥이나 얻어먹고 가는 데가 아니요.”하고 말한 다음 요새는 불공하러 오는 사람이 없어서 자기도 사흘째 여기 앉아 굶고 있다고 둘러대었다.

“파시 듣던 소문과 다름없군.”

이렇게 생각한 노인은 느물느물 웃으며 시치미를 뚝 따고 말했다.

“나는 이 절의 주지가 도를 많이 닦은 스님치고는 가난하게 살고 있다는 소문을 듣고 찾아왔소. 내 지금 부자가 될 묘책을 가지고 오는 길인데 이거 사람 대하는 예절이 너무하지 않소!”

말을 마치자 노인은 돌아서서 인사말도 없이 시적시적 걸어갔다.

부자가 된다는 말에 귀가 번쩍 뜨인 발연사 스님은 “여보시오, 여보시오.”하면서 허겁지겁 노인의 뒤를 좇아갔다. 그는 오늘은 그만 일이 너무 바빠서 큰 실수를 했다고 사죄한 다음 노인을 억지로 데려다가 음식을 잔뜩 차리고는 부자가 될 방도를 대달라고 조르기 시작했다.

음식을 배불리 먹고 난 노인은 한참 후에 이 스님을 데리고 밖으로 나와서 앞산과 뒷산이 생긴 모양을 두고 설명하였다.

“주지 스님은 원래 덕망이 높아 부자가 될 분이나 보다시피 저쪽 강 건너 산은 고양이가 낟가리를 지키는 모양을 하고 있는데 이쪽 절 자리의 산은 꼭 쥐가 낟알을 먹고 있는 형국이외다.”

노인은 이쪽에 있는 쥐가 당신의 낟알을 자꾸 훔쳐 먹기 때문에 부자가 못되었으니 이제라도 부자가 되려면 개울 저쪽에 있는 저 고양이가 이쪽에 건너와 쥐를 잡아먹게 해야 한다고 말하였다.

이 말을 들은 스님은 무릎을 탁 치면서 과연 들을 만한 소리라고 경탄하였다. 노인이 풍수 잘하는 도사가 틀림없다고 생각한 발연사 스님은 어떻게 하면 고양이가 건너와 쥐를 없앨 수 있겠느냐고 거듭 물으며 그 방도만 대주면 은혜를 후하게 갚겠노라고 했다.

노인은 개울이 가로막혀 지금은 고양이가 쥐 쪽으로 건너오지 못하지만 금강산의 제일 좋은 돌을 다듬어 무지개다리를 하나 멋지게 놓으면 된다고 말하였다. 그러자 스님은 있는 재산을 다 들여서라도 꼭 무지개다리를 놓고야말겠노라고 다짐했다.

노인이 돌아간 뒤에 그는 다른 스님들과는 의논도 없이 인차 재산을 몽땅 팔아 돈을 마련한 다음 이름 있는 석공들과 힘이 장사인 인부들을 모아 다리공사를 벌려놓았다. 하지만 공사는 쉽게 진척되지 않았다. 그것은 워낙 비가 조금만 내려도 큰물이 지는 개울인지라 여름은 여름대로 힘들었고 겨울에는 또한 물이 얼고 눈이 많이 내렸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부자가 될 한 가지 생각밖에 없는 늙은 스님은 힘들거나 품삯이 많이 드는 것은 아랑곳하지 않고 그저 빨리 잘만 놓으라고 인부들을 독촉하면서 죽을지 살지 모르고 공사를 재촉했다.

다리를 놓는 일에는 이 근방의 농부들도 일하고 난 틈을 내여 자주 오곤 했는데 그들은 품삯을 주거나말거나 계속 나와 일에 열성을 내었다. 발연계곡의 개울에 다리가 없어 나들이를 한번 떠나려 해도 힘이 들고 농사일에까지 지장을 받아오던 그들은 다리를 놓아야겠다는 생각은 간절하면서도 힘이 모자라고 돈이 없어 여태껏 못하고 있던 터였다. 그러니 농부들이 열성을 내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 하겠지만 욕심에 눈이 먼 주지 스님은 자기가 덕망이 높아 그렇거니 하고 제 나름으로 생각하며 좋아했다.

이렇게 여러 해 동안 공을 들여 놓은 다리가 바로 화려한 궁융식 무지개다리이다.

다리를 놓은 다음 이 스님은 너무 기뻐서 하루 종일 보고 또 보고 싶어 밤에 잠자리를 차고 나와 보기까지 하였다.

그러나 다리를 놓은 후부터 놀랍게도 늙은 스님한테 불공드리러 오는 사람이 하나도 없었다. 그것은 풍수로 가장하고 발연사에 갔던 이웃마을의 노인이 부락을 돌면서 발연사의 스님은 본래 날 때부터 쥐의 혼을 타고 났기 때문에 쥐바위 밑에서 중노릇을 하여 그 덕을 입어 이제는 다리를 놓았으니 마을 쪽의 고양이가 마음대로 건너다니면서 쥐를 잡아먹게 되어 그 스님한테는 아무리 불공을 드려도 쓸데없게 되었다고 풍문을 돌리었기 때문이었다.

뒤늦게야 자기가 속은 줄을 알게 된 스님은 확 치밀어 다리를 헐어내려고 부지개다리에 올라가 도끼로 내리쳤으나 이제는 늙고 기운이 진하여 겨우 한 부분만 조금 뜯어냈을 뿐이었다. 힘을 너무 쓰다가 허리까지 다친 그는 화가 북받쳐 방안에 들어와 누워버렸다. 자기의 재산을 한 푼도 남기지 않고 깡그리 다리를 세우는데 밀어 넣고 알거지가 되어 나앉은 스님은 무지개다리를 보기만 해도 눈 뿌리가 쏘고 피도 거꾸로 솟는 것 같았다. 그는 화병에 지랄병이 겹쳐 끝내 발연사를 떠나고 말았다. 그러나 발연계곡에 무지개다리가 섰다는 소문이 널리 퍼져 그 후부터 구경 오는 사람들이 매일 골 안에 차고 넘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