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자신이 갖고 있는 인식 안에서 세상을 바라보기 마련이다. 부처의 눈과 중생의 눈은 같은 세상을 보지만 다른 인식을 할 것이다. 세상의 수많은 현상 중에 영화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어떤 인식을 가지고 영화를 보느냐에 따라 각기 다른 결과가 나온다. 불심 가득한 불자이기에 부처의 눈에 비친 영화를 보고 싶었던 것일까 유응오 기자는 『영화, 불교와 만나다』(아름다운 인연)에서 불교로 읽어낸 영화이야기를 쏟아낸다.
책속에 나온 영화들의 주제는 각양각색이다. 불교를 전면에 내세운 영화도 있고 불교와는 아무 관련 없을 듯한 영화도 있다.
천커신 감독의 ‘첨밀밀’과 장윤현 감독의 ‘접속’에서 저자는 인연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만날 사람은 꼭만난다.”
서로의 마음을 모르면 그것은 한낱 우연이요, 서로의 소중함을 알면 필연이 되는 것이다. 인드라망에 연결된 우리 모두는 마음을 통해 만날 수 있다고 한다. 그렇기에 만날 사람은 끝내 만나고 마는 것이다.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의 ‘드라큐라’에서 저자는 나를 버리고 무아를 찾아가는 화두를 발견한다. 영생을 얻었으나 사랑하는 연인을 보낸 슬픔에 괴로워하는 드라큐라가 영생을 포기하고 사랑을 얻는 것처럼 자신을 버려야만 온전한 자아를 완성할 수 있는 것이다.
불교 소재의 영화이지만 저자의 눈에는 달갑지 않은 영화들도 있다.
베르톨루치 감독의 ‘리틀 부다’, 장 자끄 아노 감독의 ‘티벳에서의 7년’ 은 주인공이 서양인이기 때문인지 불교를 수박 겉핧기식으로 체험할 뿐이다. 인류 성자의 일대기는 진지하지도 않고 밀도도 없으며 달라이 라마는 지혜로운 사람이지만 서구문명을 동경하는 미개한 동양인으로 비춰지기도 한다. 서구의 영화뿐 아니라 김기덕 감독의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은 한국 감독의 작품이지만 서구가 바라보는 왜곡된 불교를 답습함을 안타까워한다. 그리고 더해서 불교를 도구로 기독교적 상상력을 채워놓았다고 비판한다. 배경은 절이지만 성경에 나오는 원죄 모티브를 그대로 따르고 있다며 오히려 이창동 감독의 ‘밀양’이 기독교의 구원을 말하지만 말하고자 하는 바는 상당히 불교적이라고 저자는 주장한다.
이 외에도 책속에는 수많은 영화가 소개된다. ‘소름’, ‘파이란’, ‘매트릭스’, ‘달콤한 인생’, ‘어딕션’, ‘베로니카의 이중생활’, ‘천년학’, ‘색, 계’ ‘산딸기’ 등 52편에 달하는 장르불문, 지역불문, 종교 불문, 시대불문의 영화가 독자를 기다리고 있다.
부처는 영화속에서 무엇을 보는지 궁금하다면 부처나 불교를 떠나서 색다른 방식으로 영화를 읽고 싶다면 가벼운 마음으로 펼쳐도 좋은 책이라 할만하다.
책 서두에 저자는 또 한번 구업을 쌓는다고 말하지만, 영화를 보는 새로운 시각을 보여주고 불교의 사상을 진리를 표현하고자 함이라면, 이것이 구업이라면 몇 번이라도 쌓아주길 기대한다.
저자 유응오 기자는 2001년 불교신문 신춘문예 2007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소설부문에 당선됐으며 2007년 신정아의 박사학위 조작을 최초 보도해 한국불교기자협회 대상인 ‘선원빈기자상’을 수상한 바 있다.
현재는 ‘불교투데이’ 편집부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