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국민 100명 중 85명은 ‘대한불교조계종’을 신뢰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계종을 알고 있는 사람은 100명 중 33명에 그쳤다.
고산문화재단(이사장 자승 스님)이 지지협동조합(이사장 김경호)에 의뢰해 한국리서치를 통해 조사한 ‘한국인의 종교인식과 불교인상(이미지)에 대한 국민여론조사’ 결과다.
고산문화재단은 7월 9일 오전 11시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2층 회의실에서 국민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는 전문조사기관 한국리서치가 전국의 만 18세 이상 65세 이하 일반 국민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이메일 전송을 통한 온라인 조사방식으로 진행했으며 95% 신뢰구간에서 표본오차는 ±3.1%이다.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중 33.1%만이 조계종을 잘 알고 있다고 답했고, 신뢰도는 14.9%로 나타났다. 불교인 중에서 조계종을 인지하는 비율은 57.5%로 절반을 상회하는 수준이었고, 불교인의 조계종 신뢰도는 38.7%로 나타났다.
조사결과를 발표한 윤남진 지지협동조합 이사는 “특히 인터넷 사용 시간이 많을수록 ‘신뢰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높아 인터넷 상에서의 이미지 관리 문제가 점차 증대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계종 총무원장에 대한 인지도도 낮았다. 최근 조계종 총무원장과 관련된 뉴스를 접했는가를 묻는 질문에 대해 48.5%가 ‘거의 접하지 않았다’고 답했고 이어 41.4%가 ‘가끔 접한다’고 답했다. 불교인의 경우 자주 접한다는 응답이 16.6%로 나타났다.
스님들에 대한 신뢰도에서는 ‘선방 수행자’를 신뢰한다는 응답이 51.6%로 가장 많았고, 종단 원로스님(36.0%), 농어촌 작은 사찰 주지(28.1%), 출가스님 일반(23.9%)가 뒤를 이었다. 행정과 포교에 종사하는 스님에 대한 신뢰도는 15.9%, 도시 대형 사찰 주지에 대한 신뢰도는 9.9%에 그쳤다.
‘수행하는 스님’을 신뢰한다는 조사 결과에서 읽을 수 있듯, 조계종 총무원장의 자격 요건으로 정치력이나 행정능력보다 수행과 도덕성이 중요하다는 의견이 전체의 70.3%를 기록해 높게 나타났다.
윤 이사는 “총무원장은 내부 자정과 개혁이 적극적이다는 의견에 전체 26.6%가 동의하지 않는다고 했으며, 자성과 쇄신결사 등 대외적으로 표방하고 중요 종책으로 선포한 것에 비교할 때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해석했다.
또한 “불교와 조계종에 대한 신뢰도 저하의 주된 원인은 지도자의 자질, 재정 등 운영투명성 문제로 집중됐다. 이 부분에 대한 개선 없이는 신뢰도 제고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이러한 불신의 원인이 조계종 총무원장에 대한 인상평가(신뢰도)에도 부정적으로 반영되고, 자정과 개혁에 대해서도 불신 평가가 높게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국민들은 조계종이 국가와 정치권력으로부터 자주적으로 운영되고 사회문제에 공정하게 대응하고 있다고 생각할까. 조사 결과는 그렇지 않았다.
응답자 중 17.3%만이 조계종이 자주적으로 운영된다고 답했고, 34.8%가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조계종이 사회문제에 대해 자신의 이해관계에 얽매이지 않고 공정하게 대응한다는 의견에 대해서도 ‘그렇지 않다’는 의견이 36.3%로 ‘그렇다’고 응답한 12.2%보다 높게 나타났다. 조계종이 사회적으로 너무 많은 권력을 가지고 있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41.7%가 ‘그렇다’고 평가해 전체적으로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조계종이 한국사회발전에 기여하고 있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평가(18.7%)가 긍정적인 평가(17.9%)보다 높았다. 불교인의 경우에는 긍정적으로 평가한 응답자가 37.6%를 차지했다. 다만 조계종이 전통사찰 등 문화재 보존과 민족문화 창달에 기여한다는 응답은 각각 42.4%와 21.8%를 기록하며 긍정적인 평가가 더 높게 나타났다.
고산문화재단 이사장 영담 스님(사진) “94년 종단개혁 20주년에 무관심한 총무원에 기대할 것이 아니라 다른 방법으로 종단개혁 20주년을 되돌아보고 앞날을 전망해보는 작업을 하자고 마음먹게 됐다”며 여론조사를 실시한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번에 여론조사분석을 한 것은 불자들은 물론이고 이 사회의 구성원들이 불교를 어떻게 이해하고 평가하는지, 무엇이 장점이고 단점이라고 생각하는지를 바르게 알아야 비로소 제대로 된 포교가 이뤄질 수 있다고 확신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영담 스님은 “조사 결과 좋지 않은 지표가 많았고, 모든 종교가 전반적으로 그렇지만 특히 우리 종단은 우리 내부의 불교인들에게조차 크게 불신 받고 있었다”며 “종도와 타종교인, 일반 국민이 불교와 종단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기대를 하는지 알고, 종단 지도부는 물론 종단 전체가 소통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느끼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