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창극 총리 후보자 규탄 ‘봇물’

“식민지배는 하나님의 뜻이다” “우리 민족은 게으르고 자립심이 부족하다” 등 부적절한 발언으로 도마 위에 오른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지탄의 목소리가 일파만파 퍼지고 있다.

총리실은 6월 12일 보도참고자료를 통해 “논란이 되고 있는 글들은 언론인 출신의 자유 기고가로서 쓴 것이고 강연은 종교인으로서 교회 안에서 한 것이어서 일반인의 정서와 다소 거리가 있을 수 있다”고 해명했지만, 같은 날 오전 문 후보자가 “사과는 무슨, 사과할 게 있나”라고 발언한 것이 알려지면서 여론이 더욱 들끓고 있다.

야당의 공세는 물론이거니와 ‘지원군’ 격인 여당의 여론도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불교계에서도 문 후보자에 대한 규탄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실천승가회 “박근혜 대통령, 슬기로운 판단 하길”

실천불교전국승가회(상임대표 퇴휴 스님, 이하 실천승가회)는 13일 오후 2시 서울 종로 조계사에서 문창극 국무총리 지명철회와 국정운영의 대대적인 전환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실천승가회는 문 후보자의 그릇된 역사의식과 편향적 사회관을 비판하며 박근혜 대통령에게 국무총리 지명철회를 촉구했다.

실천승가회는 “작금의 현실은 국민에 의해 선출된 위정자가 국가와 정부에 대한 국민의 근심을 더욱 깊게 만들고 있다”며 “지금 내정된 문창극 총리지명자는 역사관, 국가관, 민족관, 편향된 이념, 그리고 종교관까지 어느 하나 국민의 공감을 얻을 수 없는 인물”이라고 강변했다.

이들은 “문창극 총리지명자는 심각한 역사의식 부재와 공직자의 가장 기본이라 할 수 있는 민족관도 지니지 못한 인물이며 일제식민지배를 정당화하는 등의 역사관의 문제점을 그대로 드러냈다”며 문 후보자의 역사관을 비판했다.

또 제주4.3항쟁을 폭동이라 한 문 후보자의 발언에 비춰 “국무총리는 제주4.3위원장으로 4.3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주도하고 화해와 상생을 이끌어가야 할 책임과 권한이 있기에 문 총리 지명은 더더욱 부적절하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문 지명자는 식민지배가 하느님의 뜻’이라고 말하는 등 다양한 인과관계에 의한 역사의 흐름을 본인이 믿는 종교적 관저에서만 해석하는 편협함도 지니고 있어 공직자로서 가져야 할 균형적인 종교관조차 갖추지 못한 인물”이라고 지적했다.

실천승가회는 문 후보자뿐만 아니라 2002년 대선불법 선거자금 연루 의혹을 받고 있는 이병기 국정원장 임명자의 임명 철회 역시 즉각 시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실천승가회는 박근혜 정부에 ▲문창극 총리지명자를 비롯한 부적절한 공직자 임명 철회 ▲청와대 인사검증시스템 개혁 ▲인사책임자 처벌과 대통령의 직접 사과 ▲국정운영 기조 혁신을 이룰 것을 요구했다.

실천승가회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 후보자의 총리임명이 강행될 시에는 불교계, 시민사회단체, 이웃종교 등과 연대해 후속 활동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실천승가회 상임대표 퇴휴 스님은 “박근혜 대통령이 국민들의 여론과 입장을 반하지 않고 스스로 슬기로운 판단을 할 것으로 믿고 있지만, 임명절차가 진행된다면 국민적 여망을 모으고 불교, 시민사회단체, 이웃종교와 연대해서 국가적인 불행한 인사는 결국 실패한다는 것을 보여줘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정권퇴진운동으로 이어질 지는 예단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퇴휴 스님은 “잘못된 종교적 신념은 광기화되고 광기는 갈등을 양산시켜 피를 부르고 전쟁을 일으킨다는 것이 역사적으로도 현재에도 입증되고 있다”며 “문 후보자의 경우 현재까지 언론을 통해 알려진 내용만으로도 매우 위험하다고 생각하며 이런 사람이 국정을 어떻게 운영할 지 매우 우려스럽다”고도 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실천승가회 상임대표 퇴휴 스님, 지도위원 법경 스님, 집행위원장 법선 스님, 조계종 중앙종회 부의장 법안 스님, 조계종 노동위원장 종호 스님, 조계종 불교미래사회연구소장 가섭 스님 등이 참석했다.



실천불교전국승가회는 13일 기자회견을 열고 박근혜 대통령의 문창극 국무총리 지명자 지명철회를 촉구했다.

불교단체·조계종 중앙종회 등 연쇄 반발 예상

실천승가회 이외의 불교계 단체들도 속속 문 후보자 내정을 규탄하는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민주주의불자회, 정의평화불교연대, 참여불교재가연대, 한반도평화통일불교실천기획단 등 네 단체는 공동 논평을 통해 “소통과 화합을 거부하는 문 내정자의 편향된 사고 구조를 규탄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정부가 세월호 참사 이후의 정국을 안정되고 안전한 사회의 구현으로 이끌어 주기를 바라며 기다렸던 많은 국민들이 경악하고 있다. 문 내정자의 과거 기고문이나 언행이 하나하나 드러나면서 국무총리로서 필요한 소통과 화합의 인성은 아무리 눈을 씻고 보아도 찾을 수가 없기 때문”이라고 지탄했다.

이들은 “그가 언론인으로서 종교인으로서 발언해 왔던 내용은 망언의 수준을 넘어 괴담 수준이며, 그의 사고의 근간에는 반민족적, 반민중적, 반자주적 역사관과 몰역사적 이념편향, 개신교 근본주의 세계관이 자리 잡고 있다. 그의 망국적이자 치국적인 행보를 불교인들은 용납할 수 없다”며 “대통령과 청와대는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의 지명을 즉각 철회할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한편 조계종 중앙종회가 16일 오후 1시 문창극 국무총리 지명 철회 기자회견을 예고하면서 문 후보자 지명을 둘러싼 연쇄적이고 범불교적인 반발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