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해야 할 대상에서 활용 가치를 가진 자원으로 문화재에 대한 인식이 눈에 띄게 달라지고 있다. 정부에서는 문화재 활용 정책을 본격화하고 있고, 지방자치단체들도 문화재를 활용한 지역 활성화를 추진하고 있으며, 민간의 관심과 참여도 활발해지는 추세다.

이러한 노력으로 문화재 활용이 점차 활성화되고 있으나, 최근의 활용 경향과 사례들을 포괄할 수 있는 문화재 활용의 개념이 아직 정립되지 못했고, 활용 유형 분류체계도 확립하지 못한 상태다. 문화재 활용을 바람직한 방향으로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활용의 개념 설정과 유형 분류 등 그 틀이 마련돼야 한다.

류호철 교수(안양대, 문화재 정책 전공)가 문화재 활용의 개념설정과 유형 분류 등을 체계적으로 연구 정리한 논문을 <</span>월간 문화재>에 최근 호에 발표했다. ‘문화재 활용의 개념 확장과 활용 유형 분류체계 구축’이라는 제목의 이번 논문은 우리 문화재의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불교 문화재의 보다 다양한 활용방안 모색에 중요한 힌트를 제공할 수 있는 내용으로 보인다.

류 교수의 연구는 지금까지의 활용 사례와 선행연구를 검토하여 문화재 활용의 범위와 경향 등을 분석하는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문화재 활용 대상 문화재의 범위가 점점 확대되고 활용 목적과 방법 등도 더욱 다양해지고 있는 점에 주목해 활용의 범주를 확장할 필요성을 역설하는 것과 함께 구체적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류 교수는 특히 “우선 지정·등록 문화재를 중심으로 하던 것에서 미지정문화재와 전통문화 전반으로 문화재의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며 “문화재 활용은 ‘문화재로부터 효용을 얻는 일’, 즉 ‘문화재로부터 긍정적 효과 또는 영향을 얻는 모든 일’로 확장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류 교수는 문화재 활용은 그 목적과 형태, 방식 등을 기준으로 유형을 분류할 수 있으며, 우선 활용 목적을 기준으로 문화재 향유, 교육적 활용, 학술적 활용, 지역적 활용, 경제적 활용, 세계적 활용 등으로 나눌 수 있고, 활용 형태를 기준으로 해서는 단독 활용, 연계 활용, 융합 활용 등으로 구분할 수 있고, 또한 활용 방식에 따라 원형 활용(현재화)과 변형 활용(현대화)으로 분류할 수도 있으며, 직접(1차적) 활용과 간접(2차적) 활용 등으로도 나눌 수 있다고 세분해 설명했다.

류 교수는 문화재 관리에서 ‘원형유지’를 강조함에 따라, 문화재를 활용할 대상으로 보기보다는 원형(原形)대로 보존해야 할 대상이라는 관념이 강하기 때문에 문화재를 과거의 자취를 담은 단순한 ‘잔존물’(survivals or relics)05로만 생각한 것이 사실이며, 1990년대 들어 ‘삶의 질’ 향상을 추구하는 경향이 두드러지는 등 사회적 환경에 큰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국민의 관광 형태도 단순히 먹고 마시고 즐기는 것에서 ‘문화관광’으로 추세가 바뀌기 시작했고, 문화를 향유하려는 욕구가 빠르게 증대되었고, 여기에 1991년에 지방자치제가 부활함에 따라 정체성 강화와 경제 활성화가 각 지방자치단체의 현안으로 부각되면서 지역 자원으로서 문화재 활용에 대한 관심은 더욱 높아졌다는 것이다.

류 교수는 문화재 활용과 전통문화 계승을 통해 지역 활성화를 모색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에도 주목했다. 천연기념물이나 명승에서 지역 주민들이 안녕과 풍요를 기원하며 지내는 당산제(堂山祭)와 동제(洞祭) 등을 지원하는 ‘자연유산 민속행사’는 자연유산 보존과 무형문화재(전통문화) 전승을 동시에 추구하며 지역 공동체 활성화에도 기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밖에도 전통 공연과 공예 등 무형문화재 향유를 확대하고 자원으로 활용을 시도하고 있는 흐름과 관련해 무형문화재 정책이 전승 단절을 막기 위한 전승자 지원 중심에서 전통 공연과 공예를 산업화하는 방향으로 전환하고 있다는 점도 들었다. 이는 무형문화재를 살아있는 현대 문화로 진흥하고 부가가치를 창출하려는 활용 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첨단 정보기술과 연계하여 산업 및 교육 자원으로 활용을 위해 2012년에는 모든 지정문화재 안내판에 QR코드를 부착했고, 3D 콘텐츠와 홀로그램 등 디지털 콘텐츠 제작도 진행하고 있으며 문화재를 소재로 사진, 영상을 비롯한 멀티미디어 콘텐츠를 제작하여 인터넷으로 서비스하는 ‘헤리티지 채널’ 운영도 점차 품질을 높여가고 있고, 나아가 디지털 문화재 영상관(박물관) 건립, 디지털 문화재 아카이브 구축 등을 추진하며 정보기술을 이용한 문화재 활용과 가치 확산을 가속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류 교수는 또 주로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문화재를 이해하고 체험할 수 있도록 교육을 확대하고 있는 것과 관련, 민간단체 전문 인력이 학교로 찾아가는 ‘문화유산 방문교육’이나 매장문화재 발굴 법인 등을 통해 발굴 과정을 체험할 수 있게 지원하는 ‘고고학 체험교실’, 학교 문화재 교육을 지원하는 ‘문화유산 창의체험학교’ 등이 이에 속하는 정책 사례들에도 주목했다.

이 외에도 지역별로 문화유산 ‘이야기 자원’을 발굴·정리하고 스토리텔링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등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축적하고 있으며, ‘문화유산 경영 기획인력 양성 아카데미’ 운영을 통해 지역과 민간의 문화재 활용 역량 강화를 모색하는 등의 정책이 추진되고 있다고 류 교수는 덧붙였다.

류 교수는 문화재 활용에 대해 기존의 원론적, 소극적 활용에서 과감하게 벗어나 문화재가 지니고 있는 무한한 부가가치를 극대화하는 활용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시기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