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계 대북관련 단체들이 조계종 민족공동체추진본부(지홍 스님, 이하 민추본)에 바라는 것은 ‘종합·나눔’과 ‘대정부 활동’이었다.
조국평화통일불교협회(평불협) 회장 법타 스님과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본부 상임공동대표 영담 스님, 한반도평화통일불교실천기획단 공동대표 법응 스님은 5월 27일 오후 3시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2층 회의실에서 열린 ‘남북불교교류활성화를 위한 좌담회’에 참석해 민추본 역할론을 제기했다.
법타스님 “어떻게 민추본이 다 감당하나…종합·분배 역할 해야”
평불협 회장 법타 스님은 민추본이 동국대학교 북한연구소 등의 전문 인력풀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법타 스님은 “이론적 배경은 동국대 북한연구소를 활용하자”며 “전문가들이 있으면 활용을 해야 한다. 왜 자꾸 총무원에서 하려고 하는지 모르겠다”고 일침했다. 그러면서 ▲남북교류 스탠다드 마련 ▲남북교류의 현황과 역사 연구 ▲북한불교와의 통합 방안 마련 ▲통일 주체에 따른 대응 ▲북한불교재산 파악 ▲대처승 문제 대안 등에 대한 연구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법타 스님은 또 새터민에 대한 지원과 포교 강화를 주문했다.
스님은 “목숨을 걸고 넘어온 탈북자 2만5천 명을 신경 쓰지 않는다”며 “가까이 온 사람들도 품지 못하면서 북한 동포 2천만 명을 이야기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이와 함께 “우리 품에 온 사람들이 전부 타종교로 간다. 보이는 절대자 김일성이 싫다고 왔는데 어떻게 보이지 않는 절대자를 믿게 되나. 지원을 하기 때문”이라며 “통일 이후에는 그들이 포교사”라고 말했다.
법타 스님은 “예산도 능력도 없으면서 어떻게 다 감당하나. 민추본은 기획하고 종합하고 나누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영담스님 “대정부 투쟁·사업 개발해 관련단체 활동 지원해야”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본부 상임공동대표 영담 스님은 민추본이 불교계를 대표하는 대정부 투쟁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의 말뿐인 대북 인도지원을 비판하고 실제 인도지원사업이 전개될 수 있도록 마중물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영담 스님은 “박근혜 정부 들어서서 신뢰프로세스를 얘기해 기대했는데 가면 갈수록 형편없어진다. 인도지원과 영유아 취약계층 지원한다고 하지만 실제로 되는 것이 없다. 지원 모니터링을 방북할 때 실무자와 대표 한 명만 가라고 한다. 실제 거의 방북하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영담 스님은 “종단은 정부가 열어줄 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문화교류나 인도지원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투쟁하고 사업개발을 해서 단체들이 지속적으로 활동할 수 있게 지원해야 한다”며 “특히 평양 근교에만 (지원물을)보내려고 애쓸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도움이 필요한 어려운 지역에 직접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평불협 같은 불교계 내의 단체가 많이 생겨나야 한다”며 “종단에서는 단체를 잘 지원하는 것이 남북교류를 활성화시키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법응스님 “불교계가 정부의 대정부정책 변화 촉구해야”
한반도평화통일불교실천기획단 공동대표 법응 스님은 불교계가 정부를 향해 대북정책 변화를 촉구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한반도 평화를 위한 정책 및 행동기구의 구성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 변화를 요구하는 의견서 제시 ▲남북문제애 대한 대정부 제안을 위한 대회의 개최 ▲종단 사회부에 ‘(가칭)북한국’ 설치 등을 제안했다.
법응 스님은 “이명박 정권과 현 정부 하에서 남북의 종교계와 일반의 지원 교류는 사실상 단절됐다”면서 “남북불교 교류 활성화와 통일역량을 확대하고 불교계 통일동력을 결집하고 실효를 거두기 위해서는 박근혜 정부와 대북정책 노선이 전향적으로 변화해야 하며 불교계도 이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불교계는 남북한,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과 통일과 한반도 평화를 위해 이들을 설득하고 이해시키는 강도 높은 노력을 감수할 각오로 임해야 한다”고 했다.
역사복원사업·통일교육 필요성도 제기
전 신계사 도감 제정 스님은 역사복원사업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제정 스님은 “개성의 많은 사찰들과 어마어마한 절들을 염두에 두고 더 나아가 평양 쪽에 농과대학이라도 지원한다던지 의원급 의료사업 추진해야 한다”며 “당장 공동경비구역 옆에 오도암이라는 절이 있었다. 국방부와 협의해서 복원하면 역사성은 물론 당장 군법당으로 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추본 집행위원 성원 스님은 스님들에 대한 통일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스님은 “스님들의 생활이나 의식 속에서 통일이 자리 잡지 못했다. 불자들도 통일하고 우리하고는 관계없는 것처럼 인식하고 있다. 스님들에게 통일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해서 스님들이 사회 현안을 넘어서 우리 시대의 중요한 당면과제라는 것을 교육시키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민추본 사무총장 진효 스님은 “옛날 큰스님들이 해왔던 남북교류 경험에는 긍정적인 부분과 부정적인 부분이 양립한다. 인도적 활동들이 당국자나 북한인을 자극한다는 질타를 피해가는 전략이 필요할 것 같다”며 “스님들의 경험과 교수님들의 지견을 잘 담아내는 집행부가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남북불교교류 좌담회’에서는 불교계 대표 대북단체로써 민추본의 역할론이 제기됐다. 왼쪽부터 법타 스님, 영담 스님, 법응 스님, 김용현 교수.
김용현 교수 ‘불교 통일과정 로드맵 구상’ 제안
한편 이날 좌담회에서는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가 ‘남북한 통일 로드맵과 불교 통일과정 로드맵 구상과 과제’를 발표, 화해협력 단계-남북연합 단계-통일국가 완성단계 3단계 통일방안에 기초한 ‘불교계 통일과정 로드맵’을 제안했다.
김 교수는 화해협력단계(2000~2021)에서는 상호 신뢰회복과 공존을 추구하고 남북한 불교상호 인정과 각 분야 교류협력과 지원을 해야 하며, 남북 불교 조직을 분리하고, 남북불교 상주연락사무소를 개설할 것을 주문했다.
남북불교의 공존과 병립과 통합을 위한 준비하는 단계인 남북연합단계(2022~2027)에서 구체적 이행과제는 △남북불교도 전면적 교류 협력 진전 △불교조직 일상적 연계 강화 △불교조직 공동체 구성 △남북 각 사찰 일상적 교류 △남북불교 공동 문화 창출 북한 지역 포교 논의 등을 제안했다.
남북불교의 통합과 발전을 의미하는 통일국가 완성 단계(2027 이후)에 구체적 이행은 △통일 종법 마련 이행 △불교사회통합 역할 강화 △북한지역 포교 진전 △신도간 인간적 통일 △북한지역 출신 스님 양성 등을 제안했다.
김 교수는 현재 남북관계에 있어 교황의 방한과 북한의 아시안게임 참가가 단기적인 긍정 요인이 될 수 있지만, 당장 남북관계가 아주 빠른 속도로 개선되거나 획기적인 진전을 거두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김정은 체제는 2~30년을 바라보는 정권이고 박근혜 대통령은 5년 단임제인데, 같은 시기에 시작한 것이 문제가 된다. 양측이 각자의 정치적 상황에 서로를 이용하려고 하기 때문에 안 맞는 것”이라며 “핵문제가 풀리지 않아 남북관계를 제약하고 있다는 것도 어려운 점”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불교계는 종교단체이기 때문에 일반 시민단체와 다르게 적극적으로 치고나갈 수 있는 여지가 있다”며 “정부와 약간의 각을 세우더라도 인도적 지원과 북한 사찰 지원 확대, 평양 등 특정지역에 병원사업을 추진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시도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