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종교는 세계평화·인류행복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 한마디 말 속에 종교진리의 타당성과 보편성이 동시에 들어있다. 비록 교리가 다르고 문화가 다르다 해도 인류의 종교로서 공통의 목적을 찾는다면 바로 이점일 것이다. 지나간 과거의 어떤 화려함이나 특정한 기여라고 해도 현실의 평화·행복에 비해 절실하지 못하다.
이런 점에서 가톨릭의 프란치스코 교황은 어느 종교지도자보다 세계평화·인류행복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그런 교황이 세계 분쟁지역 중 가장 첨예한 우리 한국을 찾는 건 평화를 바라는 우리에게 힘이 되는 건 말할 것도 없고, 세계적인 종교지도자로서 세계평화·인류행복의 걸 맞는 행보로서 그 의미가 사뭇 크다고 할 것이다. 물론, 과거에 여러 종교지도자들이 방한했지만 세계평화·인류행복을 위한 방문이 아니었다면 그 의미는 축소된다. 자신들의 교세확장으로 보아지기 십상이기에다.
그렇지만 이번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은 그가 교황취임 이후부터 보여준 일련의 언행과 맥을 같이 하고 있어서 주목하게 된다. 그는 바로, 세계평화·인류행복이라는 종교의 원대한 이상을 향한 그 첫걸음을 그저께 5월 25일 요르단의 수도 암만에서 출발, 요르단강 서안 지구의 베들레헴을 방문했다.
예수의 탄생지인 이곳에서 6시간 체류한 뒤, 이스라엘의 텔아비브를 들렀다가 예루살렘으로 향했다고 소식통은 전하고 있다. 요르단·팔레스타인·이스라엘 등에 흩어져 있는 성지를 순례하는 2박3일 일정 중 둘째 날 동선(動線)인 것이다.
교황청은 “종교적 차원의 성지 방문”이라고 설명하지만 암만→베들레헴→텔아비브→예루살렘을 차례로 방문하는 그의 동선에는 오랜 불화와 반목의 중동 문제에 접근하고자하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신중하면서도 분명한 목소리가 담겨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고 소식통은 전하고 있다.
교황의 세계평화·인류행복에 대한 2차 행보가 될 올 8월로 예정돼 있는 우리 대한민국의 방문은 그의 의중을 더욱 분명하게 드러낼 하나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본다.
이런 그의 방한을 맞이해 우리 불교가 나서서 세계평화·인류행복에 호흡을 같이 하여 동참하고, 그의 장도를 축하하는 ‘환영음악회’를 개최하면 어떨까? 음악회를 열어 그를 맞이한다면 부처님 원래의 뜻인 세계평화·인류행복을 함께 실현하는 종교적동지가 되지 않을까, 아니면 서로의 뜻을 확인하는 계기가 되어 더욱 돈독한 이해와 우정이 싹트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그리고 종교적 틀보다 인간이 먼저라는 메시지가 되어 인류에게 평화·행복의 기쁜 소식이 되지 않을까.
한국의 전통음악과 불교음악, 천주교음악까지 한자리에 모아 음악회를 연다면 조촐하지만 뜻 깊고 자못 성대한 환영연이 될 것 같다. 그 자리에 가사장삼을 차려입은 불교의 출가자 1000여 명이 여법하게 참석 장엄하고, 불교 교단대표가 교황을 안내하여 입장할 때 청중은 모두 일어나서 세계평화·인류행복을 함께 다짐하는 기립박수로 그를 환영한다면 세계평화·인류행복이라는 인류의 원대한 이상이 성큼 현실로 다가오지 않을까.
기왕이면 그 자리에 우리의 대통령도 함께 초청하여 자리를 같이 한다면 세계평화·인류행복은 우리 한국에서부터 세계로 퍼져 나가지 않을까. 7천만 우리 민족에겐 다시 한 번 통일을 일깨우게 될 정신적인 각성의 토대가 되지 않을까.
2014년 5월 27일
안성 도피안사 묘향대에서 송암지원(松菴至元)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