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의 신화와 전설이 꿈틀되는 도교판화 100여점이 치악산 기슭 명주사 고판화박물관에서 관람객을 기다리고 있다. 특히 최초로 공개되어 주목받는 명(明) 융경임신년(1572) 작품인 대형 ‘수성노인도’(도교가 숭상하는 인간의 수명을 보우하는 신선)는 세계적으로도 희귀한 연화로 고판화박물관이 올 해 발굴 수집하여 공개하는 작품이다. 이번 전시회에는 청 후기 작품으로 추정되는 육필 도교 제신 대형년화도를 작년에 수집하여 공개하는 등 다양한 자료들이 공개되어 도교의 진수를 보여주는 특별전이 될 전망이다.

세계적인 희귀 목판화 명대 제작 '수성도'..


이번 전시회를 주관하는 고판화박물관 한선학 관장은 “21세기를 동양문화의 시대라고 한다. 그리스로마신화로 캐릭터를 만드는 것보다는 동양의 신화나 사상을 바탕으로 스토리가 만들어지고 이를 바탕으로 캐릭터가 만들어 질 때 돈이 되는 시대”라며 “그런데 동양문화의 근간이 되는 유 불 도 삼교 중에 도교에 대한 소개가 유교와 불교에 비해 많이 부족한 편이어서 이번 고판화박물관의 도교판화전의 의미가 매우 크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번 전시회에는 한·중·일·티벳의 도교 판화 관련 자료들이 함께 전시 되고 있어, 각국에서 도교 문화가 어떻게 전승되었는지 알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그리스로마 신화에 필적할 만한 이야기와 캐릭터를 지니고 있는 고서인 한국의 ‘옥추보경’이나 중국의 ‘회본 신선전’, 일본의 ‘열선전전’ 등이 소개되며, 옥황상제를 비롯한 다양한 도교의 신들이 모여 있는 목화 연화들이 처음으로 공개돼 도교를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창의적인 콘텐츠를 개발하고자 하는 많은 분들에게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조선시대 작품 '옥추보경'(왼쪽 사진)과 티베트 도교판화인 '육장수도'.




도교의 창시자 장도룡을 그린 부적(청대)


이번 특별전은 2014년 문화재청 생생문화재 사업으로 5월 23일- 25일 3일간에 걸쳐 열리는 이번 제 5회 고판화문화제 개막전으로 열리며. 10월 12일까지 계속된다. 이 고판화문화제에서는 도교판화특별전 뿐만 아니라, 유불선 삼교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종교판화국제학술대회, 아시아 전통판화 장인들의 시연회도 마련돼 있다.

고판화 관련 한·중·일 전문학자들의 학술발표회가 도교, 유교, 불교 등 종교판화발표로 이루어 지고 있으며, 한국 경북대 남권희교수와 경주대 정병모교수, 중국 중앙미술학원 보송년교수, 중국 양주조판박물관 고영관장, 일본 국문학연구자료관 이리쿠치교수와 구택대 고노에교수가 참여하여 열띤 발표와 토론이 이어질 예정이다.

전통판화 시연회에서는 중국의 최대 인쇄박물관인 양주조판인쇄박물관의 국가급 각수인 심수화선생의 시연이 펼쳐지며, 한국에서 맥이 끊어지고 있는 마력(바렌)의 기술을 가지고 있는 해인사 마을의 전문장인 변영재 선생을 초대하여, 우리나라 전통 마력을 재현하는 시연회도 펼쳐진다. 더불어 중국 전통마력 만들기 시연도 동시에 개최될 예정이다. 기본적인 중국의 수인채색판화 시연도 중국 국가급 인출장인 임류 선생에 의해 이루어질 예정이다.

이번 행사를 마련한 한선학 관장은 “삶이 힘들수록 위안을 찾고자 하는 것은 인간의 갖는 자연스러운 속성이며, 이러한 의미에서 도교에서 말하는 신선이 사는 선계에서 불로불사의 영원불멸한 삶을 누리는 것은 허황된 것만이 아니라 힘들고 어려운 삶을 타개할 수 있는 희망의 돌파구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러한 의미에서 도교특별전이 우리나라에 펼쳐지고 있는 고단한 삶의 세계를 뛰어 넘는 작은 위안이 되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한 관장은 또 “이번 고판화문화제 기간 내내 세월호 침몰로 희생된 영가들의 극락왕생

과 무사귀환을 위해 노란 천에 목판화를 찍고 소원을 써 붙이는 티베트의 소원성위깃발인 타르초 체험도 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