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에는 총 49개의 종법과 102개의 종령이 제정되어 있다. 현행 법령들은 종단기구의 충분한 논의와 검토를 통해 제정됐을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법들이 시간이 흐르고 여건이 변함에 따라 개정이라는 절차를 통해 보완되고 있다.

법들이 제정취지에 맞게 적용되고 있는지, 적용에 있어서 현실적 문제는 없는지에 대하여는 항상 논란의 여지가 있다. 완벽한 법은 없으므로 현실운영에 있어서 문제가 있다면 지혜로써 최소화해야 한다.

종교집단의 법도 사회의 그것과 같다. 따라서 우리의 종법도 그 합목적성에 있어서 종단만의 철학과 추구하는 이념 및 목적에 부합돼야 한다. 그 내용과 표현은 명확해야 하며, 쉽게 변경되지 않아야 하며, 실제로 이행하는데 무리가 없어야 한다. 종법의 안정성에 있어서도 종도들이 종법을 믿고 수행과 포교를 원만하게 할 수 있어야 함은 물론이다.

팔공총림 동화사의 주지추천 문제가 지속되고 있다. 승려라면 부처님의 가르침과 출가자의 본분사를 생각하여 화합으로 마무리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고, 어떤 결론이 내려지던 최종적으로는 종단의 결정에 따라야 할 것이다.

이미 총림의 주지 추천문제로 인해 몇 총림이 내홍을 겪은바, 현행 총림법과 그 운영에 문제가 무엇인지 짚어보고 문제가 있다면 개정해야 한다. 향후 유사사례가 또 발생가능하기 때문이다

총림은 방장스님에게 주지 추천의 전권이 주어짐으로써 총림운영 집행부의 절대 안정과 절대 독재가 동시에 가능한 제도라 할 수 있다. 몇 가지 문제를 살펴보자.

우선 첫 문제는 현 송광사-조계총림, 통도사-영축총림, 해인사-가야총림, 수덕사-덕숭총림, 백양사-고불총림, 범어사-금정총림, 동화사-팔공총림, 쌍계사-쌍계총림 가운데 일부 총림만 제외하고는 총림의 완벽한 구성요건(선원, 강원, 율원)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종단의 관련기구는 이 문제를 조속히 해결해서 총림의 목적인 ‘종합수행도량’으로써의 본래 취지에 부합해야 할 것이다.



불교사회정책연구소 법응스님. 불교계에 몇 안 되는 스님 논객이다. 법응스님을 종단의 주요 현안이 있을 때마다 목소리를 내어 경각을 울리고 있다는 평판을 가진 스님이다.


두 번째는 인사권과 관련한 문제인데, 임회를 구성함에 있어 시대성에 부합되게 환경, 문화, 복지, 포교 등 전문직 승려에 대한 문호를 넓혀야 한다.

방장스님도 수행이력이나 대중 포섭능력 그리고 불편부당한 인사를 할 어른을 방장으로 모시기는 하지만, 현실은 사중 분위기와 총림운영을 장악하고 있는 세력에 의해 추대되는 면도 부정키 어렵다. 본사나 총림 모두 교구장에 대한 중요성이 남다른바, 총림에도 주지추천에 대한 규정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를 테면, 총림이라는 종합수행도량에 부합하는 주지 자격기준을 종법으로 정해서 임회에서 주지 후보에 대한 검증을 통해 복수인사를 방장스님에게 추천 건의하고, 방장스님이 지명케 하는 방식으로 제도화 하는 안이다. 이러한 형식을 빌린다면 절차상 대중의 의견도 수렴하고 방장의 절대적 인사권도 보장된다 할 것이다.

국가나 어느 조직이든 절대 권력은 절대부패를 수반하며, 절대 권력자에 대한 견제장치가 부재 시 그 조직은 파행을 겪게 된다. 연달아 발생하는 총림주지추천문제를 ‘법대로’만 하자고 할 것이 아니라, 이제는 문제점들을 거론해서 종합수행도량으로써의 총림의 위상을 제고하며, 그 기능을 다하도록 해야 한다.

동화사의 불똥이 사방으로 튀어서는 안 된다. 불화의 불씨가 그만 사그러지도록 해야 한다. 그것은 긴 안목으로 스스로 참회하고 화합하며, 총림의 문제점을 점검해서 승가의 기본철학과 정신에 부합되게 해결하는 길이다. 어느 한 총림의 위상과 기능이 그 총림의 고위급들로 인해 훼손된다면 여타 총림에도 적지 않은 누가 될 것이다. 총림제도에 대한 전반적인 점검과 변화가 절실히 요구된다. 팔공총림 동화사가 순항하기를 바란다.

지금 대한민국이 아프다. 뼈가 녹는 아픔이라 해도 모자라는 표현이다. 그 아픔을 사전에 예방하며, 치유해야하는 의무가 불교계에 있다. 인천의 도사와 약왕보살이 되기 위서는 우리부터 건강해야 한다. 그래야만 세상을 치유할 지혜와 용기가 샘솟기 때문이다.

/法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