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靈性), 불자들에게는 낯선 말이다. 심령이나 영혼, 영 등의 용어와 혼용되기도 하고, 혼동이 되기도 한다. 무신론적 종교라고 할 수 있는 불교에서 영성은 아무래도 흔쾌하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말이다.

그런데…, 문제는 최근 들어 불교계에서도 영성이라는 말이 자주 회자되고 있다는 점이다. 외국에서 유학을 하고 돌아온 학자들이나 스님들 사이에서 영성이라는 용어는 그리 생경한 말이 아니다.

영성이라는 말의 등장에, 불교학자들도 고민을 했다. 인도철학회 소속 학자들은 시대적 조류로 영성이라는 말을 사용할 수 없도록 하기는 어렵겠지만, 적어도 영성의 뜻은 무엇이며, 사용하더라도 그 의미를 가능한 제대로 알고 사용하도록 어떤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동시대를 사는 불교학자들의 의무라고 생각하기에 이르렀다. 그들은 마침내 학술대회를 마련했다. 그 주제는 ‘불성은 영성인가?’였다.

인도철학회(회장 정승석)와 금강대 불교문화연구소(소장 권탄준)가 공동주최한 이번 학술대회는 뜨거운 관심 속에 지난 3월 28일 오후 금강대학교 사이버강의실에서 열렸다. ‘영성’이라는 용어가 힐링과 명상 붐을 타고 일반 사회는 물론 종교, 특히 불교계 안에서도 사용되는 빈도가 늘어나고 있는 현실에 대한 불교학자들의 ‘반성적 고찰’로 마련된 학술대회였다.



지난 3월 28일 금강대학교에서 열린 '불성은 영성인가?' 학술대회 장면.

“영성이라는 말을 불교계에서 이렇게 아무런 반성도 없이 막 사용해도 되는가?”

인도철학회 회장 정승석 교수(동국대 불교대학장)가 인사말을 통해 언급한 것처럼, 기독교적 용어로 사용되어온 영성이 불교계, 특히 미국 등 외국에서 공부한 엘리트 승려들에 의해 자주 사용되면서 불교학계에서 어떤 형태로든 ‘정리’를 해야할 필요성이 학자들 사이에서 제기됐고, ‘영성’이 이번 학술대회의 주제로 선정되기에 이르른 것이다.

정승석 회장은 “불교학이 항상 시대의 변화에 적응해가면서 또 미래의 정신문화를 선도해갈지를 고민하는 자리”라는 말로 이번 학술대회를 정의했다. ‘영성’이라는 낯설고 다소 부담스럽기까지 한 용어에 대한 본격적인 학술적 점검이라는데 의미를 둔 발언이었다.

특히 이날 학술대회에는 세계적인 석학 마츠모토 시로 교수(고마자와대)가 참석해 ‘불성과 영성’을 주제로 한 논문을 발표해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마츠모토 시로 교수는 20세기 중반에 뜨거운 찬반논쟁을 일으켰던 이른바 ‘비판불교’의 제기자로 1900년대 중반 이후 일본불교학계에서 가장 주목받은 불교학자다. 그는 <연기와 공>, <비판불교>라는 저서로 일본은 물론 우리나라 불교학계에도 신선한 바람을 일으켰던 당사자이기도 하다.

민감한 주제의 학술대회였기에 금강대 정병조 총장도 직접 학술대회장에 참석해 ‘불성과 영성’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밝히는 등 이번 학술대회에 큰 관심을 보였다. 정 총장은 환영사에서 “사실 불성 그 자체가 불교에서는 문제가 되는 개념이다. 일체중생 실유불성이라고 했을 때, 이것이 외도들의 아트만과 혼동되는 문제가 있었다. 불성이라는 개념을 실재적이라고 해석해서는 불교가 아니다. 그런데 그렇게 해석한다면 불교의 여래장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 것인가. 이런 문제만 해도 골치가 아픈데, 최근에 영성이라는 개념까지 덧붙여졌다. 두말할 것도 없이 영성은 기독교적 개념이다. 동양의 혼백과 비슷한 것이다. 이번 학술대회의 주제가 ‘불성은 영성인가?’라는 물음이다. 주제가 물음으로 되어 있는 것을 보니, 아마도 불성과 영성은 다르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것 같다. 오늘 학술대회에서 영성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잘 된 것이라고 본다. 허심탄회하게 견해를 개진하는 자리가 되었으면 한다”고 저명한 불교학자로서 깊은 관심을 보였다.



세계적인 석학 마츠모토 시로 교수의 발제 모습.

제일 먼저 주제발표에 나선 마츠모토 시로(고마자와대) 교수의 ‘불성과 영성’ 발제에 참가자들은 이목을 집중시켰다. 연기와 공, 여래장 사상에 대한 저술이 많은 매우 저명한 불교학자이자, 대저를 출간하고 있는 세계적인 석학, 게다가 2010년 환갑을 기념해서 <인도논리학 연구>라는 저널까지 발간하고 있는 마츠모토 시로 교수에 대한 시선집중은 예상된 것이었다.

예상대로 마츠모토 시로 교수의 발제는 간명했다. “붓다는 무아를 가르치지 않았나. 무아에 의해 부정된 아트만이 영혼이 아니겠나. 아트만이 영혼을 의미한다면 붓다는 영혼을 부정했다고 봐야 한다.” 마츠모토 시로 교수는 일본에 묵조선을 전한 고승 도겐(道元)이 ‘영’이라는 말 자체를 매우 혐오했던 것을 예로 들면서, “도겐의 영에 대한 강력한 비판은 종밀과 임제를 겨냥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영지(靈知)’라는 용어를 사용했던 종밀, ‘소소영령(昭昭靈靈)’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던 임제(임제록)에 대한 비판이라는 것이다.

“여래장 사상이나 불성 사상에는 두 가지 유형이 있다. 그것은 불성내재론과 불성현재론이다. 인도의 여래장사상이나 불성사상은 모두 불성은 중생의 신체 안에 있다고 설명하는 불성내재론이다. 반면에 불성현재론이라는 것은 ‘만물은 불성 그 자체’라는 사고방식인데, 이 사고방식은 중국의 일부 사상가들에 의해 성립되었다. 그런데 인도의 불성 사상인 불성내재론에서 신체 안의 불성이란 바로 아트만을 말한다.”

마츠모토 시로 교수는 선을 서구에 전한 저명한 학자이자 선사인 스즈키 다이세츠가 영성을 받아들인 것에 대해서도 날선 비판을 가했다. “스즈키 다이세츠가 <일본적 영성>이라는 저술에서 영성을 강조했는데, 이는 임제가 소소영령을 설한 것과 같다. 하이데거 '대지에 안주한다'는 것도 같은 표현”이라고 지적했다. 마츠모토 시로 교수는 “현재 사용되는 영성이라는 표현은 맞지 않다. 영성이라는 표현은 절대적으로 저지해야 된다”고 결론지었다.

일본이 배출한 세계적인 두 석학의 ‘영성’에 대한 견해가 이처럼 극명하게 엇갈리는 가운데, 한국 학자들이 발표에 나섰다.



이날 토론회는 시작부터 끝까지 시종 진지함과 열띤 분위기를 유지했다.

황용식 전 서울불교대학원 대학교 교수는 ‘불성-영성 논의의 다면적 함의와 과제’라는 제목의 논문을 통해 영성이라는 용어가 대두되게 된 배경을 자세히 밝혔다. 윌버의 통합이론의 도전, 영성(초월·통합) 문화에 대한 불교계의 반응과 과제 등에 대한 황 교수의 상세한 조사 연구성과는 이후 영성에 관한 연구에 담론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영성이 대두되게 된 사상적 배경을 뉴에이지의 서양사상적 배경으로서의 포스트모더니즘에서 살핀 것이나 서양의 심리학 발전과정에서 자아초월적 탐구에 동참했다가 1980년 대 후반부터 자신의 독자적인 통합이론를 발전시킨 켄 윌버 사상에 대한 통시적 조망은 영성 연구에 대한 기본적인 토대를 마련해준 것이라는 평가를 받을만 하다.

황 교수는 영성 문화에 대한 불교계의 반응과 과제에 대해 “영성이 하나의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조류로 자리를 잡게 되면 불교학자나 불교도들도 가능한 한 불교 안에서 영성을 찾아내어 확인하고 그러한 영성을 수용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기 쉬울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진단하고 “불교계 일각에서 명상계로 나아가서 보다 유연하고 자율적으로 길을 개척해 나아가는 모습은, 지나치지만 않는다면, 이렇게 유동적인 문화적 상황에서 균형 잡힌 전체적 운용의 견지에서도 바람직한 면이 있다”는 견해를 개진했다.

황 교수는 “영성의 문제는 마침내는 영의 문제와 관련이 있고, 더구나 영성이 중심이 된 윌버의 통합이론 측에서 불교를 자신들의 통합적인 이론으로써 재구성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선적으로 가장 요청되는 것은 우선 그러한 현실에 직면하는 것이며, 뉴에이지나 자아초월심리학 또는 윌버의 통합이론 등의 전개를 그들이, 특히 윌버가 불교에 대해 알고 있는 수준만큼은 이쪽(불교)에서도 그러한 문화적 조류나 이론들을 전문적으로 이히햐고 있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태승 위덕대 교수는 ‘후기 중관사상에서 본 불성과 영성-<불성론>과 스즈키 다이세츠의 영성관을 중심으로’라는 제목의 발제에서 불성과 영성의 개념을 심층의식의 단계와 관련시켜 고찰한 방식에 의거하여 후기중관사상에 나타나는 공성의 개념을 살폈다.

이 교수는 불성의 개념에 대해서는 <불성론>에, 영성의 개념에 대해서는 스즈키 다이세츠의 견해에 의거해 불성과 영성의 상관관계를 관찰했다. 이 교수는 “스즈키 다이세츠의 무차별, 무분별의 의식영역에 의거한 영성의 개념은 의식의 궁극적 존재로서 간주되는 불성의 개념과 상통하는 것이라고 생각된다”며 “그러한 의식 영역으로서의 관점은 후기중관사상의 관점, 즉 외경-형상-유식-무아 개념의 심층적 전개와도 상통하는 것이라고 생각된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불성, 영성, 여래장, 법신, 무분별, 로고스, 일자, 창조자, 신, 주재신, 도, 실재, 본질 등등으로 다양하게 표현된 말들은 그러한 승의(勝義, 절대적 진리)의 경계를 직접적으로 표현하고자 하는 의도가 있는 말이라고 생각된다”며 “그러나 그렇게 된다면 그것은 언설을 떠난 경계를 언설로 표현하고 언설로 제약되는 모순에 빠지게 되는 것을 아닐까”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이태승 교수는 자신의 스승이기도 한 마츠모토 시로 교수의 <티베트불교철학>의 본문내용의 마지막에 “공사상은 연기를 지시하는 한에 있어서만 불교적 의의를 가진다”라는 구절을 소개한 후 “그렇다면 마츠모토 시로 교수의 말은 언설을 떠난 공성의 경계는 연기에 의거한 세속의 경계와 밀접한 관련을 가지는 까닭에 공성의 경계는 연기적인 사유를 통해서만 확인되고 체득된다는 의미를 가지는 것이 아닐까”라며 자신의 생각을 마무리지었다.



비교종교학자인 류제동 성공회대 교수의 발제 모습.

이어 비교종교학 전공자인 류제동 교수(성공회대)는 ‘여래장 사상의 영성적 이해에 대한 비판적 검토-원효의 기신론 해석을 중심으로’라는 제목의 발제를 통해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류 교수는 “유대 그리스도 전통은 육신을 중요시하고 있고, 그리스도교 내에서도 비물질적인 영혼, 영성을 중시하는 흐름과 그 영성을 배격하는 흐름이 병존하고 있다”고 소개하고 “현대에 와서는 영성이라는 개념이 그리스도교를 벗어나려는 사람들에게 잘 받아들여지면서 그리스도교 일각에서 이런 개념을 배격하려는 경향도 있다”고 밝혔다. 류 교수는 “유대그리스도교에서의 영성은 살아 움직이는 영이며, 고정불변의 영은 희랍 그리스도교에서 부활하면 불변의 영체가 있다고 하는 것”이라며 “그러나 영성의 흐름이 생각보다 대세로 부상한 경향이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류 교수는 “여래장 사상에 대한 영성적 이해가 단순히 현상세계를 있는 그대로 긍정하는 시각의 전환만을 강조하고 있다고 한다면, 구체적인 선행을 통한 실천이 없는 관념상의 깨달음은 공허한 것이라는 관점을 갖고 있는 원효의 여래장 이해는 그러한 이해와는 현격한 차이가 있다”며 “원효가 스스로를 복성, 소성거사라며 낮추어 호칭한 것은 신라의 계급차별 제도에 대한 저항의식이 그 바탕에 깔려 있으며, 이러한 의식은 오늘날 신자유주의 체제하에서 더욱 더 양극화되고 있는 지구촌의 상황을 더욱 비판적으로 바라보게 하고, 보다 참여적인 불자가 되도록 촉구하고 있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말로 결론지었다.

마지막 발제를 한 하유진 금강대 교수. 이날 학술대회의 결론에 해당하는 논문을 발표했다. 마츠모토 시로 교수로부터 수준높은 논문이라는 격찬을 받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발제에 나선 하유진 교수(금강대)는 ‘불성과 영성 개념에 대한 비판적 검토-도생의 일천제불성불설의 경우’라는 제목의 논문을 발표했다. 하 교수는 “영성개념은 서구의 그리스도교의 전통에서 나온 개념으로서 전통적으로 신에 대한 실체적 사고를 전제로 하는 반면 실체적 사고를 거부하는 대표적인 종교인 불교를 배경으로 하는 불성은 인간이 지닌 종교적 성취의 가능성을 지칭하는 개념”이라고 정의하고 “따라서 두 개념을 서로 비교한다는 것은 무의미하거나 위험한 행위가 될 수 있으며 하나의 종교체계 내지 해당 종교의 핵심 개념이 다른 종교의 핵심 개념과 같은가 다른가를 논하는 것은 상당히 비생산적 소모적인 작업이 될 수 있다”고 부정적인 견해를 피력했다.

하 교수는 “다만 현대사회의 탈종교적, 초종교적 경향에 힘입어 영성 개념의 외연을 확장하고, 두 개념 간의 공통점과 상이점을 추출해 내어 비교한다면 두 가지 상이한 종교적 배경에서 출현한 개념들 간의 소통 가능성을 모색해 볼 수는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 교수는 “서구의 영성 개념이 체험자 바깥의 절대자와 주체와의 관계를 논한다면, 불교의 영성 개념은 체험자와 선한 행위를 주고받는 상대자와의 관계가 중심이 된다”며 “성불의 과정은 결코 홀로 하는 고독한 행위가 아닌 소통과 교감의 과정이며, 이로써 불교의 가르침은 형이상학적 공론의 세계로부터 복잡다단한 현실의 구체적 세계로 발을 내딛게 된다”고 설명했다. 하 교수는 이어 “열반경에 나타난 일천제성불설이 보여주는 대승불교를 비방하는 자들에 대한 관용적·포용적 태도는 현대적 영성 개념에 부합하는 불교의 모습 가운데 하나라고 할 수 있다”고 결론지었다.

이날 학술대회는 시종일관 진지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었지만, 수준 높은 질의응답이 이어지는 등 뜨거운 열기를 뿜어냈다. 특히 마츠모토 시로 교수에 대해 한국의 불교학자들의 질문이 쇄도했다.

주제발표자이기도 한 류제동 교수는 마츠모토 시로 교수에게 “한정적이라는 전제 아래 여래장이 영성과는 다르다고 했는데, 그렇다면 이런 발표내용은 ‘여래장은 불교가 아니다’라는 기존의 입장에 변화가 있는 것인가”라고 물었다. 이에 대해 마츠모토 시로 교수는 “여래장의 사상적 구조는 아트만과 일치하며, 불교적 한정이 정확하게 되어있지 않다”고 답했다.

남수영 교수는 “마츠모토 시로 교수는 여래장과 불성의 불교적 한정을 ‘제악막작 중선봉행’이라고 했는데, 그렇다면 불성은 상락아정으로 불변(不變)이라고 할 수 있는데, 어떻게 불성을 한정할 수 있는가”라고 물었다. 마츠모토 교수는 이에 대해 “티베트 불교에서도 불성을 공을 대신해서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며 “불성이라는 개념을 연기라는 한정을 두면 쓸 수 있지 않을까?”라고 자신의 견해를 개진했다.

권탄준 금강대 불교문화연구소장은 “인간은 수행을 해서 그것을 정화하면 영지불매와 같은 신령스러운 경지를 얻는 것을 부정할 수 없는 데, 그런 면에서 영지(靈知) 같은 것을 외도설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문제가 있지 않은가”라고 물었다. 마츠모토 시로 교수는 이에 대해 “인도의 오리지널한 문헌을 보게 되면, 불교의 불성은 아트만과 같다. 그럼에도 뒤에서는 불교적 수정이 가해지고 번역된 경향이 보인다고 한다. 그러므로 불성을 공으로 본 것도 불교적 수정이 가해진 번역으로 본다. 본래부터 무엇이 있어서 나오는 것이 아니고 문사수(聞思修)처럼 부처님의 가르침을 듣고 정화해가는 것이지 무엇인가 본래 있어서 그것을 드러내는 것은 불교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차상엽 금강대 교수는 “티베트의 조낭파 같은 곳에서는 연기도 인정하고 불성도 인정하는 경향이 있는데, 연기적 틀로서 한정되는 한 불교적으로 볼 수 있을 것인지, 선생님의 시각을 듣고 싶다”고 요청했다. 마츠모토 시로 교수는 “사상 구조로서는 모순이다. 저는 조낭파는 여래장파라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불교적 입장에서 변형된 학파라고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불성과 영성이라는 주제에 대해 담론 성격을 발제를 한 황용식 전 서울불교대학원대 교수에게도 질문이 이어졌다.

“황 교수는 영과 영혼이 있다고 보는가?”라는 질문이 나왔고, 황 교수는 “쉽게 대답할 성격이 아니다. 일단 유보하는 가운데 서로 탐구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영혼이라고 하면 불교에서는 기독교적 용어로 보는데, 흥미롭게도 기독교에서는 영혼을 동양적으로 본다”면서 “그동안 새로운 사조가 나타날 때는 모든 것을 다 해체하고 나서 시작한다. 부처도, 나가르주나도, 중국의 선인도 그랬다고 생각한다. 뉴에이지 하는 사람들은 매우 적극적이고 공격적으로 체험하고 실천한다. 무섭다. 불교에서는 일단 소통하면서 그들의 이야기와 경험을 들어보면서 대응하는 것이 좋겠다”고 답변했다.

한 인도철학과 대학원 석사 수료생은 “크리슈나무티는 여러 명상서적을 출간한 세계적인 수퍼 베스트셀러 작가라고 할 수 있지만, 그가 주장대로 이론을 정형화하기가 어려웠다”며 “이 사람의 자유로움이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으며, 이들의 프리덤과 자유초월적 사상이 우리 불교의 공사상에 어떤 영향을 미친다고 보는가?”라고 물었다. 황용식 교수는 “크리슈나무티 사상은 윌버의 사상을 형성하는 자료가 되어버렸다. 크리슈타뮤티의 견해는 굉장한 통찰이라고 본다. 불교의 일승의 수준, 딴트라, 밀교와 상통하는 경향이 있다”고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한편 마츠모토 시로 교수는 이날 학술대회의 마무리 발언에서 “불성과 영성이라고 하는 중요한 주제를 발표하는 자리에 참가하게 돼 감사드린다”며 “저는 불성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연구를 해왔지만, 아직까지 해결되지 않은 많은 문제가 남아 있다. 더 공부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오늘 여러 학자들의 수준 높은 발표를 들으면서 많은 감동과 충격을 받았다”며 “불성이라는 매우 중요한 문제이고, 간단히 결론을 내릴 수 있는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저는 불성론이 불교가 아니다 라고 간단히 부정했다는 오해를 받고 있는데,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고 해명한 뒤, “앞으로 더욱 열심히 공부하겠다”고 밝혀, 그가 왜 세계적 석학인지를 알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