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대총동창회가 두 동강 났다. 3월 25일, 동국대 총동창회에는 화쟁이나 중도는커녕 타협조차 없었다.

동국대총동창회는 이날 오후 6시 30분 각각 세종문화회관과 그랜드앰배서더호텔에서 이사회 및 총회를 열어 박종윤, 송석환 두 회장을 추대했다.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열린 동국대총동창회 장면. 이 자리에서는 박종윤 동문이 회장에 선출됐다.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열린 총동창회에는 210명이 참석해 성원됐다. 이어 이사회와 총회를 열어 제27대 총동창회 회장에 박종윤 동문(경제 55회)을 만장일치로 추대했다. 같은 시간 그랜드앰배서드호텔 그랜드볼룸에는 송석환 회장 취임을 축하하기 위해 800여 명(주최측 추산)의 동문들이 모였다. 이들도 송석환 동문(64회)을 회장에 추대했다.
이로써 동국대 총동창회는 이날부터 두 동창회가 양립하는 초유의 사태를 맞았다. 양측은 총회 하루 전까지도 분열 극복을 위한 물밑 접촉을 가졌지만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총동창회의 이사회와 총회를 진행한 이연택 제 26대 회장은 소회를 통해 “지난 4년간 동문회장을 맡으며, 많은 노력을 기울였으나 결과적으로 큰 성과를 내지 못하고 물러나게 되었다”며 전 동문을 향해 사과했다. 박종윤 회장을 차기 회장으로 만장일치 추대한 후 이연택 전 회장은 이임사를 통해 “학교 운영은 스님이 아닌 전문가가 해야 한다. 동창회가 학교운영의 주축이 되어야 한다. 그래야 발전할 수 있다”며 “동창회가 모교의 한 축으로서 더욱 두 눈을 부릅뜨고 학교발전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박종윤 제27대 회장은 취임사를 하기 전, 모두발언을 통해 “양쪽으로 갈려서 동창회 이사회와 총회를 하는 것을 어떻게 하든 막아보기 위해 송석환 수석과 어제까지 대화했지만 수포로 돌아갔다”며 “동창회의 안정적인 기반을 만들어낸 이연택 회장의 성과를 지켜내야 하는 것이 동창회를 살리고 모교를 살리는 것이라는 고문님들의 한결같은 고견을 받들기로 했다”고 회장직 수락의 배경을 설명했다.

박 신임 회장은 이어 “총동문회장 자리를 굳건히 지키는 것이 동국의 명예를 지키는 것이라는 결론을 냈으며, 앞으로 여러 선후배님과 뜻을 받들어 어려운 난국을 헤쳐나가겠다”고 다짐했다.

박 신임 회장은 ▲정통성과 정당성을 가진 이 동창회로의 대동단결을 25만 전체 동문에게 호소한다 ▲10년 안에 10위 권 대학으로 모교를 발전시키겠다는 ‘10-10 프로젝트’를 가동한다 ▲동창회의 목표를 ‘모교발전’과 ‘회원참여 확대’에 두고 이른 시일내에 1600명 이사회원을 3000명 이상으로 늘린다 ▲숙원사업인 동창회관 건립은 여러 가지 상황을 면밀히 파악한 후 모든 동창들의 마음의 고향이 되는 회관으로 건립한다는 등의 4개 공약을 발표했다.

박 신임회장은 이어 "동문회장에게 6억 원의 돈을 내도록 하는 규정은 어디에도 없는 잘못된 것인만큼 임기 내에 폐기하겠다"고 밝힌 후 “그러나 본인은 현 규정에 따라 6억을 곧 내겠다”고 약속했다.

장충동 그랜드앰배서더호텔에서 열린 동국대총동창회 장면. 이 자리에서는 송석환 동문이 회장에 추대됐다.

그랜드앰배서더호텔에서 열린 총동창회는, 송석환 후보가 회장으로 추대되는 과정을 김진욱 선거관리위원장이 경과보고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김 위원장은 “감사보고에 따르면 이연택 회장은 발전기금 6억 원 가운데 4억 원을 미납, 당선 무효에 해당한다”며 “회장의 유고로 수석부회장이 직무를 대행했고, 공고를 통해 단독으로 입후보한 송석환 후보가 ‘경합이 없을 때에는 단독입후보자를 회장으로 한다’는 조항에 따라 회장이 됐다”고 발표했다.

곧바로 이어진 33차 정기총회는 송석환 동문을 총동문회장으로 인준한데 이어 회장 취임식을 진행했다.

취임식에 앞서 임시의장을 맡은 박만갑 동문은 “동서고금 대명천지에 어느 대학에서 동시간대 두 곳에서 총회가 열리는 곳이 있는지 착잡하다”며 “모든 것이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 되는 세태는 불식돼야 한다. 총동창회가 하나 됨에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고 개탄했다.

송석환 신임회장은 취임사에서 “비온 뒤에 땅이 굳어지듯이 더욱 견고한 동국정신으로 승화되어야 하며 이제 우리는 하나가 되어 화합하고 협력하는 아름다운 동창회의 미래를 만들어 가야한다”고 강조했다. 송 신임 회장은 ▲동문 숙원 사업인 동창회관 건립 ▲재학생들의 학구열 고취와 창업의지 지원 ▲유능한 동문 이사회 파송 제도화 ▲회원 간 소통과 상생문화 정착 및 학교 재단 동창회가 힘을 합쳐 3대 사학의 명성 회복 등의 4가지를 약속했다.

정각원장 법타 스님은 축사를 통해 “남산코끼리의 절규와 함성이 들린다. 부처님께서 물과 기름처럼 겉돌지 말고 물과 우유처럼 하나가되라 하셨다.”며 현 상황을 빗댄 뒤 “그럼에도 옳은 것은 옳은 것이다. 확실하게 하나가 됐다”고 송석환 회장 취임을 축하했다.

“4억 미납=자격 상실”에 대한 법률적 판단에 두 동창회 명운 달려

이연택 회장 껄끄럽게 여긴 종단·재단의 역할 있었는지 여부도 관심

<해설> 동국대총동창회가 두 동강이 남에 따라 법적 시비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두 동창회는 서로 정통성을 두고 다툴 것이 확실하다. 박종윤 회장측은 27대 회장 선거가 무산되어 추대위원회로 추대를 진행해온 만큼 법적으로 추대위원회에 의한 회장 추대만이 적법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송석환 회장측은 이연택 회장은 연임 시 회장이 내도록 한 발전기금 6억원 가운데 2억 원만 내고 4억 원은 미납했으므로 당선무효에 해당된다는 점을 들어 이를 반박하고 있다. 이연택 회장은 발전기금 미납으로 회장 자격을 상실했고, 수석부회장이 그 직무를 대행하며 공고한 선거에서 단일후보로 나서 규정에 따라 회장이 되었으니 송석환 회장만이 적법한 회장이라는 것이다.

결국 이연택 회장이 4억 원을 미납한 것이 회장자격 상실에 해당하느냐의 여부가 어느 총동창회가 적법한 총동창회인가를 가리는 기준이 된 셈이다. 4억원 미납으로 회장 자격 상실을 주장하는 송석환 회장측의 주장에 대해 박종윤 회장측은 이연택 회장이 연임을 한 것은 당시 총동문회장을 하겠다고 나서는 사람이 없어 한 번 더 회장직을 맡아달라는 동문들의 강력한 요청을 물리치지 못해 이루어진 것이고, 연임에는 발전기금 납부가 반드시 해당되지는 않는다는 점을 들어 송 회장측의 주장을 일축하고 있다. 오히려 회장 재임기간 동안 20억이 훨씬 넘는 장학기금을 모금하는 등 역대 어느 회장과 비교해도 큰 업적을 이루어냈다는 점도 들고 있다.

한편 이번 동창회의 양분에는 이연택 회장을 껄끄럽게 여긴 조계종단과 재단의 이연택 회장의 뜻을 계승하는 쪽을 차기 동창회에서 배제하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시각도 있다. 박종윤 회장의 이연택 회장이 이루어 놓은 성과를 지키라는 고문들의 일치된 당부로 고심 끝에 회장직 수락했다고 토로한 것에서도 이 같은 흐름을 읽을 수 있다. 특히 송석환 회장측이 전임 집행부가 추진해온 정관 개정 취지 등은 동의하되 학교와 종단과 충돌하지는 않겠다는 유화적 취지의 견해를 밝힌 것도 이 같은 분석을 뒷받침해주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대다수 동문들의 바람은 종단, 재단과 관계없이 총동창회가 대화합을 이루어야 한다는 것인 만큼 ‘한 지붕 두 가족’ 신세가 된 총동창회 집행부는 화합을 요구하는 25만 동문들의 거센 요구를 마냥 외면할 수도 없는 형편이어서 두 동문회간의 대화 및 화해 분위기가 언제쯤 성숙될 지도 주요 관심사다.

두 동강 난 동국대총동창회가 어떻게 이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고 하나가 되어 동국발전의 한 축이 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