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엔터테인먼트, 미디어, 관광 4개 분야에서 쏟아지는 분쟁을 법원까지 가지 않고 민간 차원에서 신속하게 해결하는 기구가 설립됐다. ‘송사 3년이면 집안이 망한다’는 격언처럼 가능한 법적 송사를 벌이기 전에 중재를 통해 분쟁을 해결하자는 취지의 모임이다.

이 모임의 이름은 한국스포츠엔터미디어관광중재포럼(SEMTA, 이하 SEMTA포럼). 3월 21일 오전 서울 반포동 팔래스호텔에서 창립총회를 가진 SEMTA포럼는 이 포럼을 주도한 연기영 동국대 교수(62·한국스포츠엔터테인먼트법학회 명예회장)를 만장일치로 초대회장에 선출했다.

SEMTA포럼에는 이에리사 새누리당 의원, 이학래 전 대한체육회 고문, 이연택 전 대한체육회장, 김설향 국민체육진흥공단 이사, 지철호 공정거래위원회 상임위원, 김규범 금강탱크터미널 사장, 이상철 한국첨단기술경영진흥원 부회장 등 40여명이 회원으로 참석하고 있다. 이장호 서울변협스포츠법연구회장, 김병수 세퍼드멀린 한국지사장, 이윤남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등 법조계 인사도 다수 참여한다. 학계에서는 최용춘 한국교수불자연합회 회장(상지영서대 교수), 김설향 서울시립대 스포츠과학과 교수, 김선국 한양대 법학대학원 교수, 김용길 원광대 법학대학원 교수 등이 이름을 올렸다.

이연택 전 대한체육회장·대한올림픽위원장과 이학래 한양대 명예교수, 최공웅 초대 특허법원장(법무법인 화우 고문), 안동수 전 법무장관 등 체육계와 법조계 원로들이 SEMTA포럼의 고문을 맡았다.



3월 21일 서울 팔래스 호텔에서 열린 SEMTA포럼 창립총회 및 제1회 포럼 장면. 50여 회원이 참가한 이날 총회에서 연기영 동국대 교수가 회장에 선출됐다.

SEMTA포럼은 이날 창립총회에서 분쟁이 급증하고 있는 스포츠, 엔터테인먼트, 미디어, 관광 분야의 협상 및 알선에 관한 연구와 중재를 중점사업으로 제시했다. 도핑 심판판정 선수자격문제 수뢰사건 등을 24시간 내 해결하는 상시기구의 필요성이 부상하고 있고, 심판판정의 공정성 부분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산하 기구인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의 한국지부 설립이 요구되는 등 SEMTA포럼이 다뤄야할 분야는 무궁무진하다는 것이다.

SEMTA포럼의 초대회장 연기영 교수는 회장 수락 인사말에서 “분쟁해결 기구는 정부가 아니라 민간인이 운영하는 게 세계적인 추세다. 스위스 로잔에 있는 CAS는 선수대표와 공익위원 등 16명으로 구성돼 있다”며 “우리나라도 이제 다양한 분야에서 민간 주도의 중재기구가 크게 요구되고 있으며,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크게 확산될 것이며, SEMTA포럼은 그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기 위한 기구이자 연구모임”이라고 밝혔다.

연 회장은 “스포츠·엔터테인먼트 분야와 밀접한 미디어·관광 분야도 사정은 마찬가지”라며 “항공기 호텔 교통 가이드 등 여러 계약이 얽혀 있는 종합예술인 관광사업에도 분쟁이 빈번히 일어나고 있으며, 홈쇼핑 포털 등 미디어에서 쇼핑을 하면서 불거지는 상품 계약 분쟁과 인터넷 도메인 분쟁도 늘어나고 있지만 이 분야에는 변변한 중재기구가 없는 실정”이라고 진단했다. 연 회장은 “SEMTA포럼은 이에 따라 향후 재판외분쟁해결(ADR) 제도의 도입 추진에도 적극 나설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ADR은 법원에 가기 전에 먼저 협상·알선 등을 통해 견해차를 줄이고, 그것이 안 되면 법적 구속력을 갖는 중재·조정을 통해 합의를 이끌어내는 제도를 말한다.

일본에서는 이미 시행 중이며 관련법도 제정되어 있다. ADR이 정착되면 법원 업무가 절반으로 줄어들고 인권 신장과 사회 통합에도 기여하는 것이 이 제도를 활발히 시행중인 선진국들의 사례다.

SEMTA포럼은 이날 정관과 회칙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정관 및 회칙 통과 후 연 회장은 ▲에이디알제도 중에서 스포츠엔터미디어관광 분야 조정, 중재, 알선, 협상 연구 ▲조정과 중재 함께하는 제도 연구, 우리나라 장래 필요한 제도 제공 ▲이 분야 전문가를 양성 및 회원의 교육을 통한 전문가로의 양성 등을 향후 사업목표로 제시했다. 연 회장은 특히 종교관련 기독교화해중재원이 활동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향후 불교계에도 가칭 ‘불교화해중재원’ 설립을 조계종 등에 제안해놓고 있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연택 고문은 이날 축사를 통해 “88서울올림픽 계기로 한국스포츠 세계로 본격진출. 선진화의 길로 달리고 있는데, 이런 점에서 모든 법과 제도적 보완이 필요한 때”라며 “오늘 SEMTA포럼의 창립은 갈등조정을 통한 비용절감을 기할 수 있는 첫 디딤돌이 될 것”이라고 격려했다.

이어 이학래·최공웅 고문을 비롯해 지철호 공정거래위원회 상임위원·김진한 전 고검장, 이장호 스포츠법학회 회장 등이 차례로 축사를 했다.

축사에 이어 연기영 초대회장이 SEMTA포럼의 임원을 선임해 발표했다.
상임위원에는 강래혁(기획), 김규범(재정), 김병수(국제), 김용수·이윤남(총무), 김용길(총괄), 이학종(홍보)가 지명됐고, 비상임운영위원에는 김설향 한국시립대 교수, 이상철 한국첨단기술경영진흥원 원장, 이장호 스포츠법학회 회장, 최용춘 한국교수불자연합회 회장, 탁영진 TNK승마스쿨 대표, 정승재 장안대 교수, 하태웅 변호사(법무법인 한글) 등이 위촉됐다.

이날 창립총회는 연기영 회장의 ‘스포츠, 엔터테인먼트, 미디어, 관광분야의 ADR제도의 현황과 과제’를 주제로 한 약식발제를 듣는 것으로 마무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