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께서 법화경을 설법하셨다는 곳을 영축산(靈鷲山), 또는 영산(靈山)이라고 한다. 부처님 당시 인도 마갈타국의 왕사성 동북쪽에 있는 기사굴산(耆闍堀山)을 한자로 의역한 이름이다. 산에 신선들이 살았다고 하여, 신령스런 독수리가 있었다고 하여, 또 산봉우리가 독수리의 모습과 흡사하다고 하여 그렇게 불렀다고 하는데, <묘법연화경(법화경)> 서품에서는 ‘기사굴산’으로, 제바달다품에서는 ‘영축산’으로 등장한다.

그런데 영축에서 독수리를 뜻하는 ‘축’이 한자 자전(字典)에는 ‘취’와 ‘추’로 읽는다. 그리고 축(鷲)이 나갈 취(就)와 새 조(鳥)가 합쳐진 글자여서 추보다는 취로 읽는 것이 일반적이고, 더구나 불교에 이해가 부족하면 그렇게 읽기 십상이다. 그러나 불가(佛家)에서는 자전에서는 찾을 수 없는 음으로 읽는 글자가 종종 있다. 물론 대부분이 범어를 음독한 경우이긴 하지만 道場(도장)을 도량으로, 諦(체)를 제로 읽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왜 불가에서 취를 축이라 하는지에 대한 확실한 근거는 알 수 없다. 다만 불교가 시작된 인도를 서축(西竺)이라 하고, 꽃피운 신라를 동축(東竺)이라 한데서 ‘부처의 나라’와 음이 같은 축을 썼을 것이라는 추측이 있을 뿐이다. 그러나 1463년에 간행된 <법화경언해>에는 鷲가 추에 가까운 음으로, 1664년의 한자 책인 <유합(類合)>에는 축과 추로 표기되고 있으므로 취가 아닌 것만은 분명하다.

어찌되었든 불가에서는 오래전부터 영축으로 써왔고, 지금도 대부분의 백과사전은 물론, 국립중앙박물관 등의 학술기관에서도 그렇게 쓰고 있으며, 특히 2001년에 영축산이 소재한 경남 양산시도 당시 영취산, 취서산, 축서산 등, 다른 이름으로도 불리던 것을 영축산으로 통일까지 한 것을 불교계가 오히려 영취로 쓰는 것은 참으로 웃기는 일이다.

그런데 여수 흥국사의 영축산은 지금 영취산이라고 한다. 양산 통도사는 영축을 지키고 있는데 흥국사는 그러지 못하고 있다. 또 서울 정릉에 있는 영축사는 그동안 잘 써오던 바른 이름을 버리고 영취사로 개명하였으니 이를 어찌하랴. 더욱 답답한 노릇은 영축을 동국역경원의 <불교사전>에서는 ‘영추’로, 홍법원의 <불교<BR>대사전>에서는 ‘영취’로 적고 있다. 그리고 두 사전 모두 영축은 ‘영추’ 또는 ‘영
취’의 다른 이름이라고 표기하고 있는 것이다.

예부터 영축은 양산 통도사, 여수 흥국사, 순천 흥왕사의 산 이름과 삼국유사에도 기록된 울산 영축사, 백담사의 옛 이름인 영축사, 그리고 충주·부산·포항·순창·서울 등에 있던 절 이름으로 흔히 써왔다. 또, 대부분의 학술도서에서 <법화경>이나 <영산회상도>를 설명하는데 여전히 사용하고 있는 불교용어다. 비록 지금의 자전에는 음(音)이 없지만 오랫동안 불가에서 그렇게 써왔고, 학계는 물론 대부분의 식자층이 그렇게 알고 있는 용어를 오히려 불교계가 모른대서야 말이 되는가.

지금이라도 불교계가 영취를 영축으로 바로잡고, 특히 모든 한자 자전의 鷲(취)에 축의 음(音)도 있음을 널리 알려야 할 것이다.

박호석 (전 농협대 교수, (사)대한불교삼보회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