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3월 취임한 불교학술원장 현각 스님의 학술원 운영을 둘러싼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불교학술원 이종수·박인석 조교수는 불교학술원장 현각 스님의 용퇴를 촉구했고, 현각 스님은 원칙에 의한 운영일 뿐 문제될 것이 없다고 일축했다.

이종수·박인석 조교수 “현각스님이 ABC 사업 파행으로…”

이종수·박인석 조교수는 2월 24일 오전 11시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나무 찻집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불교기록문화유산 아카이브 구축 사업(The Project for Archives of Buddhist Culture, 이하 ABC 사업)’ 당연직 단장을 맡고 있는 불교학술원장 현각 스님이 사업과 관련된 주요 결재를 거부하고 실무진의 의견을 무시하며 ABC사업을 파행으로 이끌고 있다”며 현각 스님의 용퇴를 촉구했다.

이들이 제기한 문제점은 ▲집성사업 ▲역주사업 ▲인력문제 등 세 가지이다.

기자회견문에 따르면 ABC사업단은 문화체육관광부의 승인으로 해외문헌조사비 3천만 원을 배정받았으며, 2013년 상반기 두 차례에 걸쳐 일본 3개 대학 소장문헌 조사를 마쳤다. 그러나 지난해 8월 현각 스님은 해외문헌조사를 중지시키고 이미 진행된 조사비 결재를 취소했다.



동국대 불교학술원 이종수, 박인석 조교수는 24일 기자회견을 열고 불교학술원장 현각 스님의 용퇴를 촉구했다.

조교수들은 “현각 스님은 <한국불교전서>의 저본이 이미 <대정신수대장경> 등에 활자화되어 수록됐다는 이유만으로 해외문헌조사를 거부했다”며 “이는 ABC사업 단장으로서 이 사업의 취지와 목표를 전면 부정하는 일일 뿐 아니라 사업의 지속적 추진과 성과 도출에 관심이 없음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고 강조했다.

박인석 조교수는 “불교학술원장 현각 스님은 모든 것을 결재를 맡으라는데 그동안은 팀 별로 전문성과 자율성을 가지고 진행해왔던 것으로, 실무진은 받아들이기 힘든 문제”라고 토로했다.

이들은 역주사업 연구원 선임 과정에도 이의를 제기했다. 박인석 조교수는 “지난해 4월 결원이 생긴 전임연구원 2명에 대한 공개채용에서 현각 스님은 외부 한문 전문가에게 문제를 제출하게 하겠다고 했지만, 직접 문제를 내고 채점한 후 결과를 통보했다”며 투명한 채용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한 “역주팀은 역주자 및 검토자를 선정할 때, 역주를 의뢰하기 전 일정량의 번역원고를 미리 검토하는 ‘시역고’ 제도를 시행하고 있으나, 현각 스님은 역주팀에서 섭외하려 한 역주자와 검토자를 임의로 대거 교체했다”고 말했다.

이종수 교수는 “학술원장은 직원들을 격려하고 방향을 제시하는 역할을 해야 하는데 현각 스님이 부임하고는 그동안의 성과를 삐딱하게 보고 있다”며 “불교문헌 사업에 대한 이해가 현저히 떨어지는 현각 스님은 용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각 스님 “중요 사업 사전보고 없어…원칙 지켜야 답 된다”

한편 불교학술원장 현각 스님은 원칙적인 운영일 뿐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현각 스님은 24일 <미디어붓다>와의 통화에서 조교수들이 제기한 문제를 해명했다.

먼저 해외문헌조사에 대해서는 국내 유수대학의 고서 조사가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과 함께 이종수 조교수의 10월 일본 출장은 사전보고와 결재 없이 간 무단 출장이라고 규정했다.

현각 스님(사진)은 “2013년 6월에 일본에서 (고서를)복사해왔는데, 학교 중앙도서관에 다 있는 것이고 신라시대 태현 스님 자료 하나만 없는 걸 해왔고, 대곡대학에 소장하고 있는 <이장의>도 복사를 못해왔다”며 “국립중앙도서관이나 국회도서관, 국내 유수대학 고서를 조사했으면 국고낭비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정보화 사업이 필요하다면 불교학술원장(ABC사업단장)에게 왜 필요한가를 설득해야 하는데 그런 것이 전혀 없었다”며 “지낸해 10월 김종욱 교수와 박인성, 이종수, 이재수, 김종진 팀장, 박희동 과장에게 ‘업무에 복귀하라’, ‘주요 업무 내용은 사전보고를 한 후에 결정하라’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냈지만, 이종수 팀장은 중요한 내용인데도 사전보고와 결재 없이 일본으로 무단 출장을 갔다”고 말했다.

역주사업 전임연구원 선임 시비에 대해서는 “측근인사 운운은 전혀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현각 스님은 “묘주 스님은 불교학과이고, 황금연 연구원은 선학과를 나왔지만 스승이 위법산 스님이고, 이승혜 박사는 모르겠다”며 “예전에는 시험이 없이 임의로 추천에 의해 사람이 오고갔다. 이번에는 적법한 시험을 거쳐서 선발됐는데 그것이 어떻다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스님은 오히려 이전의 역주자 선정 방식이 ‘불투명한 선정’이라고 주장했다. 스님은 “역주자를 선정함에 있어 예전에는 나눠먹기식, 불투명한 선정을 했다. 시역원고를 받아서 능력을 가늠했다고 하는데, 그 과정을 한 번도 얘기한 바 없다”고 말했다.

백진순 교수의 재임용 탈락도 계약사항에 따른 일로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현각 스님은 백 교수의 재임용 탈락은 승가모독 때문이 아니라 계약 주체인 동국대 이사장과의 행정절차 및 품의서류 미비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스님은 “백 교수와 동대 이사장과의 계약 내용은 역주 200단, 증의 200단을 하게 돼있는데, 실적내용이 역주 42단에 불과하다. 백 교수의 소명자료에는 ‘불교학술원의 정책적 판단’이라고 하는데, 사업단장인 내가 전혀 모르는 일”이라며 “설령 정책적 판단이 이뤄졌다 하더라도 불교학술원에서 이사장과의 계약내용을 변경해달라는 요청이 없었다. 전 원장하고 이야기가 됐더라도 행정적인 절차를 거치지 않았고 품의서류가 없다”고 말했다.

현각 스님은 두 차례에 걸친 불교학술원장 사퇴 탄원서와 이번 기자회견과 관련 “대응할 가치가 없다”고 일축하고, “나눠먹기식 분배에서 자기 땅이 작아지니까 이런 말을 하는 것이다. 원칙을 지켜야 답이 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한편 불교학술원 조교수 측은 학교당국의 행정적인 판단에 따라 향후 행보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으며, 현각 스님은 2월 25일 오후 2시 동국대 충무로영상센터 불교학술원장실에서 해명 기자회견을 개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