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의 대참사를 전제로 하는 축산은 더 이상 지속가능하지 않다. 이렇게 하는 산업은 팔정도(八正道)의 정업(正業)이 아니다.”
박창길 성공회대 교수(생명체학대방지포럼 대표)가 공장식 축산으로 말미암은 조류독감의 발병과 대규모 살처분을 규탄하는 한편 공장식 사육의 폐기를 주장했다.
박 교수는 2월 17일 오후 2시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2층 회의실에서 열린 ‘조류독감, 살처분 대응과 생명평화’ 토론회에서 “현재의 살처분과 축산방식이 더 이상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공감대가 우리 사회에서 커나가고 있다”며 “공장식 사육에 대해서 우리 시민사회가 모라토리움(폐기)를 선언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박 교수(사진)는 조류독감 바이러스의 원인은 인간에게서 촉발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는 한동안 야생조류를 조류독감의 주범이라며 하늘만 쳐다보게 했으나, 서상희 교수에 의하면 ‘모든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는 철새가 아닌 가금에서 만들어져왔다는 게 인플루엔자 학계의 정론이고, 고병원성 AL가 철새에서 만들어질 수도 없고 만들어진 사례도 없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또한 조류독감이 인류의 대재앙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세계보건기구는 조류독감 바이러스가 사람과 사람 사이의 전이가 가능해지면 1918년 5천만 명이 죽은 ‘스페인 독감’ 같은 재앙이 되풀이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스페인 독감의 원인이 조류 인플루엔자였다는 사실이 2005년 밝혀진 바 있다.
박 교수는 공장식 밀집사육의 극복을 위한 노력이 시급하다고 강조하며 “2011년 국내 조류독감의 원인이 산업축산이며, 당시 정부와 국회가 추진한 축산업허가제, 인증제 개편, 사육두수 관리 등 ‘가축질병체제 개선 및 선진화방안’이 축산업계의 시기상조라는 반대로 축산패러다임이 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면과 쌀 등의 수요가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데 비해 육류, 계란, 우유 등의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현실을 우려하며, 과도한 육식위주의 식생활 패턴을 바꿔나가는 데 중앙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역할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 교수는 “공장식 집약축산은 현재의 거대화, 기업화를 추구하는 현 정부의 축산정책과 맞물려 있으며, 따라서 정말 공장식 사육을 폐기하려면 농촌공동체 해체를 기반으로 하는 기업농 육성 정책이 아니라, 지역에 기반을 둔 ‘노동 협력형 농사체계’, ‘농가 분산형 축산’ 같은 모델을 적극 모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생명평화’ 역시 중요한 화두로 떠올랐다. 허남결 교수(동국대 윤리문화학과, 사진)는 “21세기의 세계적 화두는 ‘생명평화’가 돼야 한다”며 “부처님의 가르침을 삶의 지렛대로 삼는 사람들은 무엇보다도 오계의 으뜸인 불살생계의 취지를 철저하게 이해하고 행동으로 보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허 교수는 부처님은 누구보다도 생명을 귀중하게 여겨 초목을 베거나 땅을 파는 것조차 금지시켰다“며 ”우리 불자들은 이런 부처님의 생명존중 사상을 결코 소홀히 다뤄서는 안 된다“고 일침했다.
허 교수는 “구제역이나 AI의 확산을 막기 위한 것이라는 이유로 벌어지고 있는 비인도적인 살처분은 불교생명윤리의 입장에서 볼 때 당연히 중단돼야 할 일이며, 이는 우리들의 음식문화가 점차 고기를 줄이는 방향으로 바뀌는 것 외에 어떤 특별한 해결책은 없다”며 “문제해결의 근본적인 출발점은 우리 모두가 지금보다는 조금이라도 고기를 덜 먹겠다는 서원을 세우고 곧바로 실천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토론회는 조계종 사회부(부장 보화 스님)가 가금류를 산 채로 자루에 담거나 땅에 묻는 등 비윤리적인 살처분 과정에 대한 비판과 자성의 목소리를 제기하는 자리로 마련했으며, 박창길 교수, 허남결 교수를 비롯해 박소연 동물사랑실천협회 대표, 이원복 동물보호연합 대표, 불교생명윤리협회 대표 법응 스님 등이 참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