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와 생명이 흐르는 강, 내성천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내성천 지킴이’ 지율 스님의 환경운동에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이 적극 동참하고 나섰다.

자승 스님은 새해 첫 자비나눔 방문으로 1월 23일 지율 스님이 천막을 치고 임시 거처하고 있는 경북 영주 평은면 내성천 강둑을 찾아 격려하고, 아직 원형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내성천 일대와 육지화가 진행돼 자갈밭이 된 미림마을 강변 등 현장을 둘러봤다.

따뜻한 차 한 잔으로 천막살이 위로

지율 스님이 벌써 2년째 거처하고 있는 강변 천막 살림은 단출했다. 거친 구들장 위의 요 한 장, 거센 강바람에 몸을 녹여줄 장작 몇 쪽, 책상 위에 놓인 노트며 <강의 죽음>이라는 책과 자질구레한 생활 잡기들이 전부였다.



2년째 내성천 강변에 거처하고 있는 지율 스님의 살림은 단출하다.

자승 스님과 사회부장 보화 스님, 환경위원장 장명 스님, 고운사 주지 호성 스님, 운문사 주지 일진 스님, 아름다운동행 사무총장 자공 스님 등 격려단 몇 명이 들어서자 천막 안은 금세 북적북적해졌다. 자승 스님은 먼저 직접 우린 따뜻한 발효차를 지율 스님에게 건네며 그간의 노고를 치하했다.

지율 스님은 “주변에서 많이 살펴주셔서 잘 지내고 있다. 지역 분들이 처음에는 제가 들어오는 것도 힘들어했는데 강이 너무 변하는 걸 보시고 지금은 반대하는 분이 한 분도 없다”고 말했다.

자승 스님은 지율 스님이 추진하고 있는 내성천 습지 조성 지역에 관심을 가졌다. 지율 스님은 “여기 와서 반대운동을 한 게 아니고 30곳 정도를 지정해서 강이 변화하는 상황을 기록하는 작업을 했다. 지금은 변화가 회복되지 않은 상황까지 왔다”며 “이제는 문제제기를 해도 정부나 지역에서 반대할 수 없는 자료들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습지조성 땅 한 평 사기에 조계종도 적극 동참

자승 스님은 습지 조성을 위한 ‘땅 한 평 사기 운동’에 조계종 차원에서 적극 나설 의지를 드러냈다. 이미 총무원, 교육원, 포교원 등 3원장 스님을 비롯한 종단 지도부가 200~300평의 땅 마련을 준비하고 있다는 점과 함께, 교구본사주지협의회와 협력하는 1000평 마련을 약속했다.

자승 스님은 “교구본사주지협의회에 얘기해서 분담해서 1000평을 마련할 테니 나머지는 스님께서 알아서 잘 하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지율 스님은 “1000평만이라도 스님들이 시작해주시면 가치가 있는 일이 될 것”이라고 화답했다.

장화 신은 자승 스님, 내성천 안으로 첨벙

자승 스님은 장화를 신고 내성천 강이며 모래사장을 답사했다.



내성천에는 1급수 지표생물인 모래무지 등의 어종이 살고 있다.

자승 스님은 고무장화를 신고 내성천 안으로 직접 들어갔다. 군데군데 얼음이 언 겨울 강 속에서 1급수 지표생물인 모래무지가 활기차게 헤엄쳤다. 지율 스님은 영주댐 공사로 인해 하류지역은 수심이 3미터 이상 깊어지는 등 내성천에 빠르고 큰 변화들이 들이닥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림마을 정류소 근처 강변은 온통 자갈밭이었다. 모래가 씻겨 내려간 탓이었다. 운문사 주지 일진 스님은 “지율 스님이 혼자 이렇게 있는 줄도 모르고 너무 뜨뜻한 방에서 지냈다”며 운문사 대중들과 함께하는 내성천 돕기를 고민해보겠다고 말했다.

아직 아름다운 모래강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예천군 보문면 멱실마을 우래교 강변으로 자리를 옮긴 자승 스님은 다리 위에서 강을 굽어봤다.

지율 스님은 “영주댐을 건설하기 전에 내성천 전체 모니터링이 됐으면 땅을 파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가 모르는 부분이 너무 많고 지금은 지역 다 같이 걱정하고 있다”며 “지역 주민들은 식수, 농수로, 청정수에 관한 불편을 겪고 있다. 영주댐이 건설되고 수력발전을 하면 하루 세 시간만 물이 내려와 지금 같은 강의 모습을 보기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내성천 걸으니 힐링…와보지 않고는 모르겠다”



자승 스님과 지율 스님이 우래교 아래 모래사장을 거닐며 아름다운 풍경에 감탄하고 있다.



'흘러라 맑은 물, 힘내라 내성천'이라는 글자 주위로 조계종 자비나눔 방문단과 새와 습지의 친구들이 펼침막을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지난해 3월 지율 스님이 발표한 다큐멘터리영화 <모래가 흐르는 강>을 관람하고 사진전을 둘러보는 등 지율 스님의 환경운동에 지속적인 관심을 보여온 자승 스님은 이날 내성천 모래사장을 거닐며 “모래에 대한 소중함을 와보지 않고는 모르겠다. 내성천 이야기를 듣고 영화를 봤지만 이렇게 걷는 것과는 느낌이 다르다. 몇 년 내에 사라진다고 하니 안타깝다”며 “이렇게 내성천을 걸으니 영혼과 마음에 쌓였던 스트레스가 풀린다. 힐링이 따로 없다”고 말했다.

나눔과 봉사를 전면에 내세운 제34대 조계종 집행부의 행보가 환경운동 종책에 변화의 바람을 불러일으킬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