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자정센터 제안, 한국재가불자 10월 선언문

대한불교조계종 제34대 총무원장 선거는 민의의 왜곡, 사부대중의 소외, 종법 위반으로 치러진 선거이다. 금력, 권력, 폭력, 계율파괴에 철저히 대항하여 청정 교단의 횃불을 밝게 하자.

거의 모든 종도들이 소외된 상태에서 치러진 총무원장 선거가 끝난 지 20일이 경과하였다. 종도들이 선거에서 소외당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불교도라는 이유로 국민들로부터 함께 비난을 받고 있다. 국민의 기대와 불자의 희망은 안중에도 없는 작금 조계종단 상황에 대한 해석과 해결책을 내놓기 위하여, 그동안 교단자정센터 이사회는 수차례의 회의를 거치며 고민하였다.

그 결과 금력, 권력, 폭력, 계율파괴를 개의치 않는 현 종단 집권세력은 물론,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에서 눈멀게 하고 허망한 중도 화쟁의 구호로 혹세무민하는 ‘자성과 쇄신결사’에 대항하여 정견을 세우고 종도들의 적극적 참여가 유일한 해결책이라는 결론에 도달하였다.

그리하여 제34대 총무원장 선거 전반에 대한 전문가들의 법리적 검토와 우정국 공원에서 청정승가를 위한 41일 간의 정진을 하였던 대중들의 의견을 모아 10월 선언문을 준비하였고, 34대 총무원장 임기가 시작되는 오늘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1. 법리적 관점에서 분석한 제34대 총무원장 선거과정과 결과

자정센터는, 아직 밝혀지지 않은 선거과정에서의 혼탁 상을 떠나 오로지 법리적 관점에서 제34대 총무원장 선거를 분석하였다.

먼저 교구종회에서 본사주지 등에게 선거인단 선출을 위임한 행위의 절차적 위법성을 살펴본다. 선거법에 의하면, 선거인단은 교구종회에서 선출하도록 되어 있고, 선출은 어의상 선거를 뜻한다. 교구종회는 선출직 교구종회의원을 포함하고 있는 대의기관이므로 위임은 금지된다. 선거법 제7조는 교구본사 종무원이 선거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본사주지 등이 선거인단을 지명하는 것은 불법이다. 선거인단 선출 후 후보등록이 이루어지던 과거와 달리, 현행법은 총무원장 후보자가 등록하여 확정된 이후에 선거인단을 선출하게 되어 있으므로, 총무원장 후보자와 선거인단을 지명하는 구체적 위임이 아닌 본사주지 등에 대한 포괄적 위임은 가능하지 아니하다.

다음으로 교구종회에서 다수결로 본사주지 등에게 선거인단 선출을 위임한 행위의 실체적 위법성을 살펴본다. 현직 총무원장이 출마한 상황에서 총무원장이 임명권을 갖는 본사주지 등이 선거인단을 지명하는 행위는 위법하다.

끝으로 총무원장의 지위를 이용한 행위의 실질적 위법성을 살펴본다. 자승총무원장은 6월 25일 중앙종회 개원식에서 ‘소임에 대한 마음을 비웠다’는 발언을 하였다. 이에 고무되어 당일 불교광장 발기인대회가 개최되었으며, 7월 11일 불교광장 출범식에는 20개 교구본사 주지가 지도위원으로 참여하였고, 8월 5일 추대위원회 구성당시에는 18개 교구본사 주지가 추대위원으로 참여하였으며, 출마선언 당시인 9월 16일에는 16개 본사주지가 불교광장에 참여하였다.

이는 당시 총무원장 자신의 불출마를 전제로, 선거 관여가 금지된 본사주지를 포함하여 대다수를 규합한 단체를 새로이 급조함으로써, 다른 총무원장 후보자가 자유로이 선거에 참여하는 것을 원천적으로 차단하였고, 결국 자신이 출마하여 불교광장 소속 본사주지들과의 타협으로 당선을 얻어냈다. 선거과정 자체가 기만적이고 선거관여가 금지된 본사주지를 이용한 위법이 있다. 또한, 승적관리를 맡은 총무원장의 지위를 이용하여 승적부 자료를 가지고 다른 후보자의 승적문제를 제기하였으며, 반면에 자신의 지지기반이 될 수 있는 집행유예 중에 있는 승려에게는 종무원법상 주지자격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주지로 임명하는 위법행위를 저질렀다.

결론적으로 제34대 총무원장 선거는 조계종법이 정한 바의, 대중공사에 의한 선거를 치르지 않음으로써 대한불교조계종의 대표성을 취득하지 못한 것이다. 즉 자승총무원장은 대한불교조계종의 대표성을 취득하지 못하였다.

2. 종단의 대표성이 부재하고 신뢰성을 상실한 현 사태를 해결하는 유일한 방안은, 자승총무원장이 스스로 2012년 6월 7일에 한 약속대로 총무원장 직선제를 위한 종헌개정을 완수하고 임기와 상관없이 물러나는 길 뿐이다.

종단 대표성이 부재한 총무원장체제의 난국을 타개할 유일한 길은, 현재로서는 그나마 민의의 왜곡이 적은 직선제로 선거를 하는 방안뿐이다. 우선은 10년 이상의 승랍을 가진 스님들이 모두 참여하고, 다음으로는 비율 범위 내에서 재가종도들이 참여함으로써, 순차적으로 명실상부하게 사부대중이 종단에 참여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추후에 종단의 대표성이 확보되고 자정활동이 보장되는 상황에서 사부대중에 의한 총무원장 추대제로 선거규정이 전환되더라도 현재로서는 직선제가 유일한 해결책이다.

또한 금력과 권력 그리고 폭력이 난무한 계율파괴의 현 상황에 대하여 아무런 조사와 비판도 행하지 아니하고, 추상적인 제도로 현 상황을 덮으려 하는 ‘자성과 쇄신결사’는 즉각 해체하고, 옳고 그름에 대한 사리분별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종단을 만들어야 한다.

3. 교단자정센터는 청정한 출재가 종도들이 함께하고 대중공사가 가능한 새로운 교단문화를 만들기 위하여 우선 재가불자 운동을 시작한다.

정법이 아닌 종단사태에 침묵하고 순응하는 재가자가 결국 거룩하지 못한 출가자를 만들어 낸다. 종단의 청정성을 전적으로 출가자에게 의존하기보다는 재가자 스스로 청정성을 회복하기 위한 첫 걸음을 내딛고, 지속적인 운동을 선언한다.

첫째, 부처님 법에 합당한 좋은 보시운동을 전개할 것이다.

사찰 구성원이 범계행위에 연루된 사찰에서부터 일정기간 보시하지 않기 운동을 펼칠 것이며, 만일 그 곳이 관람료 사찰이라면 ‘관람료 내지 않기’ 운동을 펼칠 것이다. 더 나아가서, 문화재 관람료 사찰이 그 수입의 사용내역을 밝히지 않는다면, 그 전체 사찰에 대하여 ‘보시하지 않기’ 운동을 펼칠 것이다. 아울러, 승가의 훌륭한 학인과 수좌들을 예경하고 청정한 포교당을 지원하기 위한 보시운동과, 지역사회와 불교계에 좋은 역할을 하는 사찰에 적극적으로 보시하기 운동을 펼칠 것이다.

사찰이 지금처럼 문화재 관람료 수입에 의지하는 상황하에서는, 스님들이 승가공동체 본연의 청정성을 다지고 포교에 전념하기 보다는 주지 임명권자에게 종속하게 된다. 또한 전법 대상이 되는 신도와 일반국민들에게 문화재 관람료를 걷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래서 우선, 전통문화재 교육의 당연한 수혜자인 청소년에 대한 관람료 징수를 폐지하고, 관람료 수입의 재정공개 및 재정 투명화를 촉구할 것이다.

둘째, 자승총무원장이 작금의 시대적 사명을 도외시하고 지난 33대 집행부에서와 같은 처신을 한다면, 교단자정센터는 즉각 불복운동을 전개할 것이다.

교단자정센터는 현재 출가, 재가를 막론하고 광범위하게 조계종도들과 불자들의 정견을 모으고 있다. 변호사 불자모임인 통합다르마 법우회와 더불어 10인의 변호인단을 1차로 구성하였다. 만일 자승총무원장이 본연의 책무를 방기한다면 즉각 불복운동을 전개할 것과 아울러 제34대 집행부에 대한 불복운동을 하도록 법률적 지원을 해 나갈 것임을 천명한다.

셋째, 재가자가 재가자답게 성장하는 법회와 정진을 시작할 것이다.

부처님의 가르침에 의지하여 더욱 자주 모여 법을 배우고 익혀서, 역사에 부끄럽지 않고 신실한 재가자운동의 당간을 세우고자 한다. 믿음과 수행 정진을 기본으로 하는 재가자 운동만이 오래도록 바르게 갈 수 있으며, 청정승가를 성취 할 수 있다. 그동안 정법을 위해 정진해온 재가불자 단체와 지도자, 개인을 만나 의견을 모아 나갈 것이며, 한국재가불자의 수행과 청정교단을 위한 용맹정진을 다시 시작할 것을 선언한다.

2013년 10월 31일
교단자정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