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문불교학술지 발행은 중요한 불사이다. 종단 곳곳에서 한국불교의 세계화를 구호처럼 외치는데, 실제적인 국제화를 이룰 수 있는 것은 바로 학회이다.”
국내 유일의 불교전문 영문 학술지 ‘International Journal of Buddhism Thought & Culture(이하 IJBTC)’를 발행하고 있는 국제불교문화사상사학회(회장 송석구)가 창립 11주년을 맞았다. 2002년 창립 이후 한국불교학계에서 몇 해 이상 살아남기 어려울 거라는 비관적인 전망에도 불구하고 해외 불교학계에서 반향을 얻으며 2013년 9월, 21번째 학술지를 펴냈다.
송석구 국제불교문화사상사학회 회장(사진)은 10월 22일 제21집 발간을 알리는 기자간담회를 열고 “불모지나 다름없는 어려운 여건에서 영문 학술지를 발행을 시작했지만, 지금은 17개국 학자들이 참여하고 50여 개국에 발송되는 성과를 이뤘다”고 말했다.
IJBTC는 불교사상과 문화, 불교의 학제 간 연구에 관한 다방면의 논문을 매년 두 차례에 걸쳐 학술지에 게재하고 있다.
여기에는 국내 학자뿐만 아니라 로버트 버스웰 교수(캘리포니아대)와 루이스 랭카스터 교수(UC버클리), 박성배 교수(뉴욕주립대) 등 저명 학자들이 편집진으로 참여하고 있다.
미국 하버드대학과 예일대학 등 20여 개 세계유수대학에서 정기구독을 하고, 세계 300여 개 주요 대학 도서관과 학술기관에 보내지고 있는 IJBTC는 지난 2010년 한국연구재단의 등재지로 선정됐으며, 이를 바탕으로 국제학술지 A&HCI와 SCOPUS 등재를 준비하고 있기도 하다.
IJBTC는 이처럼 꾸준한 성과를 올리고 있지만, 척박한 풍토와 인식으로 학술지 운영에 난항을 겪고 있기도 하다.
송석구 회장은 “한국불교와 인문학 분야 학문이 세계화되지 못한 이유 중 가장 큰 것은 세계화의 중심전달체계인 영어로 논문을 쓰는 사람이 많이 없고, 영어 논문을 쓸 수 있는 토양과 장이 마련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IJBTC 편집위원장 김용표 교수(동국대)는 “우리 학회지는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많이 인용되고 인정받는 학술지”라며 “국내 학자들이 IJBTC를 잘 인용하지 않는 것은 다양한 언어권에서 활동하는 학자가 적다는 반증”이라고 말했다.
장기적인 재정 지원이 없는 것도 문제이다. 송석구 회장은 “학술지 한 권의 발행 예산이 1천만 원, 학회 1년 운영 예산은 3천만 원”이라며 “열악한 재정 탓에 영문 감수 등 중요한 일을 하는 이들에게 제대로 된 보수를 지불하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김용표 교수는 “종단 곳곳에서 한국불교의 세계화를 구호처럼 외치는데, 실제적인 국제화를 이룰 수 있는 것이 바로 학회”라며 “학회는 학자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불교 전체의 발전과 연관돼있다는 것을 알고, 구호뿐인 국제화에 대한 인식을 새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영문불교학술지 발행이 불교의 세계화를 위한 불사에 다름 아니라는 것이다.
또한 “한국 인문학계 특성상 영문학술지는 대규모 재정 지원이 없이는 지속적으로 발간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IJBTC와 같이 희소가치가 있는 학문분야의 발전 육성을 위해 불교계 안팎의 관심과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IJBTC는 향후 번역사업, 해외 한국학 관련 학과의 수업 교재 채택, 인용지수 상승 방안 모색 등을 통해 한 단계 발전을 꾀하려 한다. 특히 내년에는 한국불교 국제학술대회를 개최해, IJBTC에 단순 투고 논문뿐만 아니라 국제학술대회 참가 논문을 게재할 계획이다.
한편 ‘한국불교와 화엄사상’을 주제로 발간된 기획특집호 제21집에는 ▲보현행원사상에 대한 고찰(장애순·동국대학교) ▲동아시아에서 화엄종 및 그 이후 불교에 미친 다라니의 역할에 대한 개론적 고찰(외르크 플라쎈·독일 보쿰대학교) ▲중국불교의 화엄학과 밀교의 교섭사 연구(정성준·동국대학교) ▲리햐르트 바그너는 불교도였는가?(카렐 워너·영국 런던대학교) ▲7세기와 8세기의 불교, 국가, 사회: 의례와 승원의 역할을 중심으로(판카즈 모한·한국학중앙연구원) ▲슈라마니즘의 기원과 의미-고대인도의 사문주의에서 우리는 무엇을 배울 수 있는가?-(최경아·국립경상대학교) ▲테라와다의 Rupa 개념 전개-心 중심의 종교전통에서 전개된 ‘물질’ 개념 연구-(김경래·동국대학교) ▲붓다다사 비구의 죽음을 통해 본 불교에서의 안락사에 대한 분석적 연구(슈프레 칸자나피찬·태국 어썸션대학교) 등의 논문이 게재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