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의례가 국가의례 성격을 갖는 것은 동아시아에 불교가 수용되는 과정상 필연적일 수밖에 없다. 국가로부터 출가를 승인받고 도첩을 받아야 온전한 승려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이미 불교수행자가 국가에 예속되었음을 의미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때문에 국가에 소속된 승려들이 국가와 국왕의 수복을 위해 기원하는 의례를 행하는 것은 고대사회에서는 지극히 당연한 일이었다.
신라와 고려, 그리고 조선에 이르기까지 불교의례는 이 같은 전통을 유지해왔다. 그렇지만 국가불교의 위상을 잃어가기 시작한 16세기 중반 이후에 이르면 불교의례는 적지 않은 타격을 입고, 축소와 변형의 길을 걸었다. 의례의 추진주체가 대중으로 옮겨가게 되면서 의례의 변화는 당연한 것이었다.
이 과정을 거치면서 한국불교의 의례는 그 어떤 체계적인 질서와 규거에 의해 변모했는가에 천착한 논문이 발표됐다.
한국불교 의식의 특성과 문제점을 예리하게 다룬 눈문을 발표한 이성운 박사.
동국대 강사인 이성운 박사가 지난 10월 19일 중앙승가대학교 대학원 주최 학술세미나에서 발표한 논문 ‘한국불교의식의 특성: 상황논리의 역동과 한계’가 그것이다.
이성운 박사는 그동안 여러 차례 불교의례와 관련한 논문 발표를 통해 한국불교의 주요 의례인 삼보통청과 관음시식에 대한 형성과정, 특성과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예컨대, 시식의식의 주거불이 변형된 것, 법시의 변화가 일어난 것을 언급하며 시식의 일차 대상이 특정영가인지 불특정다수 영가인지 분명해질 필요가 있다는 점과 소청 시식 봉송의 차서가 명확해져야 하며, 의례에 대한 진실한 믿음이 전제되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와 진언, 염송 관상 수인 등 삼업이 반드시 동반되어야 한다는 지적을 지속적으로 제기해왔다.
또한 삼보통청의 특성과 문제로 청사의 말구와 함께 창해지는 현재의 ‘나무불타부중광림법회’ 거불의 모순을 언급하며 수정과 시정의 불가피성을 진단했고, 헌좌와 착좌 때 행하는 찬탄과 청원의 문제에 대한 원망의 피아를 분명히 할 필요가 있으며, 상중하단에서 변별되던 진언변공의 획일화를 지양해야 하고, 발원을 하고 원성취진언을 염송하는 순서를 지켜야 하며, 보궐할 내용이 없는 경우에도 보궐진언을 외는 것을 지양하고, 풍송을 복원해야 하며, 체계적인 축원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 등을 지적해왔다.
한마디로 우리가 행하고 있는 불교의례들이 잘못 변형되거나 의례가 갖는 의미와 상관없이 기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부분에 대한 예리한 지적들이었다.
이번 논문에서 이 박사는 예경의 변모에 대해 고찰하고 있다. 한국불교의 조석 예경의식은 7정례로 정착되었는데, ‘전통의 단절’이라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박사는 예경을 상주(常住)예경과 소청(召請)예경으로 분류했다. 여기서 상주예경은 불 재세시의 붓다와 대승불교의 시방에 변재하는 삼보, 또는 불당에 봉안해 모신 성현에 대한 예경을 의미하며, 소청예경은 예참을 위해 특정 불보살을 청해 모시고 하는 예경을 지칭한다.
이 박사는 그렇다면 최근에 월운에 의해 생성된 것으로 보이는 칠정례 예경은 그 대상이 혼재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변재삼보에 대한 예경은 특별히 소상이나 번을 모시지 않고 시방에 항상 계시는 삼보님을 칭명하여 에경하는 것으로 법당에 모셔진 부처님께 문안드리듯이 행하는 조석 예경의문으로는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한국불교에서는 7정례가 큰 저항없이 정착되어 있다며, 이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조석예불이라는 전통적 근거를 찾기 어려운 용어가 일반화하면서 정작 중요한 과송은 부차적인 의식, 즉 부전승이나 분수승만의 일이 되고 마는 본말이 전도된 일이 일상화한 것이나, 재를 올리는 재자가 재물을 가지고 도량에 이르렀을 때 행하던 ‘시주이운’의 의문이 어느 순간에 성현을 모신다거나 부처님을 모신다거나 영가를 이운하는 ‘시식의식’으로 쓰이고 있는 넌센스도 예리하게 짚어냈다.
“의례라는 형식이 없으면 수행과 교화는 맹목적으로 흐를 수 있고, 형식은 있으나 의미가 없는 의례는 무미건조할 것”이라고 전제한 이성운 박사는 “의례의 의미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의미를 바로 알면 시비의 소지가 줄어든다. 예경의 의미를 알면 누구라도 예경하는 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의례의 의미에 대한 바른 이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