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은 비구승가인가? 보살승가인가? 이제는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다.”

불교학자 마성 스님(동국대 경주캠퍼스 겸임교수)이 조계종에 승가의 정체성을 분명히 하라고 촉구했다. 10월 19일 중앙승가대학교 대학원이 주최한 학술대회에서 발표한 ‘한국불교의 계율전통-근현대한국불교의 계법전승을 중심으로’라는 제목의 논문을 통해서다.

마성 스님의 이 같은 문제제기는 한국테라와다불교가 2008년 12월에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종교단체 설립인가를 받는 등 최근 들어 상좌부 불교의 전통이 국내에 소개됨으로써 한국불교의 계율전통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이 많아졌다는 데서 비롯됐다.

마성 스님은 “만일 한국불교가 사분율(四分律)의 바라제목차(波羅提木叉)에 의해 살아가는 승가라면 비구승가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대승계경(大乘戒經)의 보살계에 의지하여 살아간다면 ‘보살승가’라고 할 수 있다”며 “현재 조계종은 구족계(비구·비구니계)와 보살계를 같이 받기 때문에 계율에 대한 혼란이 생긴다. 왜냐하면 성문계(聲問戒)와 보살계(菩薩戒)는 서로 양립(兩立)할 수 없는 관계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성문계와 보살계는 어떤 경우에도 사상적·이념적·성립사적으로 양립할 수 없다”고 거듭 강조한 마성 스님은 “중국 남산율종 계사였던 도선이 이 문제에 고심하여 소승계는 대승계에 포함된다는 논리를 폈지만, 실제로 이어지지 못했다”다는 점을 들었다.



마성스님이 사분율의 바라제목차에 의거하지 않는 조계종단이 비구승가를 주장하는 것은 문제이며, 대승계경에 의한 보살승가로 정체성을 정리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 되었다고 주장, 관심을 집중시켰다.

마성 스님은 이어 “그런데 구족계와 보살계를 동시에 받는 것보다 더 모순적인 것은 실제 승려생활에서는 소승계도 대승계도 아닌 종헌종법과 청규의 제재를 받는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른바 사분율에 의한 구족계는 승려의 신분을 얻기 위한 요식행위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러한 제도적 모순 때문에 많은 혼란이 야기된다”고 전제한 마성 스님은 “이런 혼란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는 먼저 조계종이 비구승가인지, 아니면 보살승가인지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요구된다”며 자신의 논지를 장문의 논문을 통해 뒷받침했다.

마성 스님은 “1911년 6월 3일 제령 제7호(총독부령 제83호)로 발포됐던 사찰령과 사찰령에 근거한 사법(사법)에 의해 조선불교는 운영되었다. 이것은 율장에 의한 승가 고유의 자율적인 운영체계가 폐지되었다는 것을 의미하며, 다시 말해 그때까지 조선불교를 지탱해왔던 ‘사분율’의 구족계와 ‘범망경’의 보살계는 더 이상 승가의 규범이 되지 못하게 되었다는 것”이라고 고찰했다. 마성 스님은 또 “일제 강점기 승려들에게 대처식육이 허용되었다는 것은 당시의 승려들은 구족계와 보살계 모두를 지키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마성 스님은 “대승불교권에서 ‘사분율’의 율맥(律脈)을 언급하는 것은 불교교단사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반면 보살계의 계맥은 대승불교권에서 인정된다. 대승불교에서는 서상수계나 자서수계가 용인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한국불교의 계맥 전통은 보살계 계맥이라고 단정했다.

마성 스님은 “대승불교의 본래 취지에 따른다면, 한국불교는 보살승가라야 옳다”고 주장했다. 한국불교는 처음부터 대승불교의 전통을 계승해왔기 때문이며, 따라서 조계종은 어떤 계율을 승가의 규범으로 삼을 것인가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마디로 조계종이 비구승가인지, 보살승가인지를 종헌종법에 명시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1981년 자운성우 율사에 의해 단일계단이 설치되면서 계율에 관한 많은 문제점들이 어느 정도 해결되었고, 비로소 비구승가의 자격을 갖추었다고 할 수 있지만, 조계종은 여진히 비구승가인지, 보살승가인지가 불분명하다”고 지적한 마성 스님은 “만일 비구승가라면 사분율의 바라제목차의 계목을 지키지 않는 승려는 어떻게 할 것인가? 따라서 조계종을 비롯한 한국의 모든 불교종파는 보살승가가 맞다”고 결론지었다.

마성 스님의 발제에 대해 논평에 나선 이자랑 동국대 불교학술원 교수는 구족계와 보살계가 애시당초 양립할 수 없는 관계라는 주장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 후 “그렇다면 왜 인도의 논사들이나 중국, 한국, 일본의 고승들은 얄립시켜가고자 했는가”라고 되물었다. 이자랑 교수는 또 ‘한국불교에는 처음부터 사분율에 의한 구족계 전통이 존재하지 않았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그렇게 단언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며 “신라 진평왕대 승려 지명(智明)은 <사분율갈마기>, 선덕왕대의 자장은 <사분율갈마사기>, 선덕왕대 원승(圓勝)은 <사분율갈마기>와 <사분율목차기>, 7세기 전반의 지인(智仁)은 <사분율욕권본초기>를 저술하는 등 주로 사분율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 교수는 이어 “원승과 자장은 계율을 통해 교단의 체제를 확립하는데 노력했을 것으로 생각된다”며 “이들이 남긴 저술로 볼 때 사분율의 계율에 토대를 두고 교단을 정비해 갔을 가능성은 충분해보인다”고 반박했다. 이 교수는 특히 “보살계는 출가와 재가가 함께 받을 수 있는 계”라며 “만일 조계종을 보살승가로 규정하고 보살계만 받게 한다면 적어도 계율적인 면에서 출가자로서의 정체성을 찾기 어려울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자랑 교수의 논평에 대해 마성 스님은 “논평의 핵심은 대승의 논사들이 말하는 삼취정계도 있고, 중국 율종의 도선의 노력도 있는데, 왜 아니라고 하나? 단일계단으로 비구승가로 나아갈 수 있지 않느냐? 는 것으로 본다”며 “대승논사들의 구족계와 보살계를 양립시키려는 고민에 대한 입장은 학문적 견해차로 이해하겠으며, 다만 단일계단을 설치했다는 것은 굉장히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마성 스님은 “단일계단 설치는 당시 자운성우 스님 등 율사들의 고심의 결과”라며 “여법하게 3화상7증사를 다 갖춰서 계를 설할 수 있게 한 것은 평가할 일”이라고 답변했다 그러나 마성 스님은 “물론 3사7증의 계맥 전통을 따지면 또 문제가 생길 것이다. 그러나 단일계단 이전에는 자격을 갖춰서 계를 설한 바가 없다. 그러나 단일계단에서는 자격을 갖춰서 한 것이니까 그렇게 가면 좋겠다. 다만 이전에 받은 승가는 보살승가로 단일계단 이후는 비구승가로 하는 것이 어떨까 생각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이자랑 교수가 논평의 결론에서 제기한 것처럼 마성 스님의 논문은 “조계종이 비구승가인지, 보살승가인지의 양자택일이 아닌 ‘대승의 길을 걸어가는 사문석자의 승가’로서 준수해야 할 규범집의 내용과 형식, 역할을 통일시키고 정립하려는 노력이 더 필요한 것은 아닐까 하는 기회를 제공”해준 성과로 여겨진다.

최근 조계종에서 불거진 적주비구 논란 등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한국불교의 계율전통 문제는 피해갈 것이 아니라 정면으로 문제를 드러내, 다양한 토론과 연구를 통해 정리할 것을 정리해야 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한 것이 이날 학술대회의 알토란같은 결실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