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에 소재한 신생 종립대학(천태종)인 금강대학교가 큰일을 '저질렀'다. 동양학 총서 중 처음으로, 금강대 불교문화연구소가 진행해온 ‘유가사지론’ 연구 성과들이 하버드대에서 출간되는 쾌거를 이룬 것이다. 책의 이름은 <유가행자들의 불교적 토대: 인도, 동아시아, 티벳에서 ‘유가사지론’과 수용>이다.

이 책은 영어로 유가사지론 연구 성과들을 옮겨 출간한 것으로 전 세계 불교학자들이 유가사지론을 읽을 수 있게 되었다. 유가사지론은 인도 대승불교 유식학파의 수행과 사상을 백과사전적으로 설명하고 있는 문헌이다. 이 문헌은 불교 유식학파 역사상 최초로 성립된 문헌이자 가장 근본적인 문헌으로 간주되는 텍스트이다.

금강대 불교문화연구소가 하버드대와 함께 발간한 유가사지론 연구논서. 세계 석학 34명의 수준높은 논문이 게재되어 있어 세계 불교학계가 주목하고 있다.

이번에 출간된 책에는 유식 및 유가사지론 관련 세계적 권위를 인정받는 34명의 학자들의 논문이 게재됐다. 분량은 무려 1,429 페이지에 달한다. 이 책은 유가사지론 연구에 관한한 현재는 물론 앞으로의 연구 과제까지 총 망라한 최고의 유가사지론 연구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논문을 게재한 학자로는 독일 함부르크대학의 람버트 슈미트하우젠 교수와 미국 하버드대학의 반 데어 퀘잎 교수, 일본 와세다대학의 요시무라 마코토 교수, 중국 스찬대학의 빙첸 교수를 비롯한 동서양을 막론한 불교유식한 관련 전공 학자들이 대거 동참했다. 국내 학자로는 안성두 서울대 철학과 교수를 비롯하여 금강대에서 김성철, 박창환, 차상엽 교수가 참여했다.

이 책은 금강대가 지난 2008년에 개최한 제3회 국제학술대회 ‘유가사지론과 유가행자들’의 성과물이 토대가 되어 4년 간의 수정과 편집 작업을 통해 120년의 역사를 가진 하버드대학교 동양학총서의 75권째 서적으로 출간됐다. 책의 저작권을 하버드대와 금강대가 공동으로 가지며, 금강대는 세계 최고의 대학에서 연구성과를 출간하는 명예를, 하버드대는 좋은 콘텐츠를 동양학총서 시리즈로 출간하는 실리를 챙겼다. 하버드의 동양학총서의 경우 공동저작권은 유래가 없는 것인데도, 하버드 측에서 콘텐츠의 퀄리티를 확인한 후 흔쾌히 출판제안을 수용했다는 후문이다.

이 책은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다. 제 1부에서는 유가사지론이 인도에서 어떤 배경으로 저술되었는지를 고찰하고 있다. 제2부에서는 유가사지론이라는 문헌이 가지고 있는 의미에 대해 검토하고 있다. 제3부에서는 인도에서 유가사지론을 바탕으로 한 유식학파과 어떻게 형성되고 있는지, 또한 인도에서 성립한 유가사지론이 동아시아로 전파되었을 때 어떻게 수용되고 변용되었는지, 마지막으로 티벳에 유가사지론이 전승되었을 때 유식학파의 가르침이 어떻게 수용되고 재해석되고 있는지를 면밀하게 살펴보고 있다.

유식학 분야에서 최고의 권위를 가진 학자들의 논문을 묶은 초유의 작업에 세계불교학계에서도 놀랍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금강대 불교문화연구소측은 밝혔다. 특히 ‘유식연구의 중심’으로 자부하고 있던 일본불교계는 멘붕상태라고 덧붙였다.

유가사지론은 엄청난 분량으로 연구가 어렵고, 아비달마를 모두 연구하면서 대승적 관점에서 소승불교를 연구한 것으로 한 두 명의 학자가 연구하기에 불가능하다는 것이 정설이다. 더구나 산스크리트 문헌이 다 남아 있지 않아 일본학자들의 연구도 산발적인 면이 많았다. 그런데 이런 어려움을 불식시켰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유가사지론을 한 번에 총 정리하고 각 분야를 포괄적으로 기술한 책의 출현에 세계 불교학계가 놀란 것이다.

이 책이 출간되기까지는 무려 5년이라는 세월이 소요됐다. 영어가 네이티브가 아닌 분들을 위해 교정, 재정비 등 과정이 많았다.

이 책은 향후 유가사지론 연구의 심화발전에 기폭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금강대 불교문화연구소도 지난 2007년 학진에서 80억 지원받으면서 인도 티벳 불교연구의 중심대학으로 역할을 하고 있는데, 이번 성과를 계기로 그 역할이 확대될 전망이다. 연구소측도 국내 연구 프로그램의 범주를 넘어 동아시아, 나아가 세계 학계와 공유하는 쪽으로 방향을 전환한다는 방침이다. 이런 엄청난 작업을 신생 종립대학인 금강대가 첫 스타트를 끊은 것은 의미가 있다고 본다.

금강대 불교문화연구소는 앞으로 유식 뿐만이 아니라 유식과 여래장 사상을 아우르는, 즉 인도, 티벳, 동아시아의 불성사상을 아우르는 연구를 할 계획이다. 동아시아에서는 불성과 여래장이 더욱 유행하였고, 불성과 여래장의 수용과 변용에 대한 연구과제가 큰 의미를 갖는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금강대 불교문화연구소는 이번 주말 중국에서 한중일 여래장 연구에 대한 세미나를 예정해놓고 있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