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관적으로 스마트폰을 켜고 ‘카톡’에 접속한다. 친구 200명의 목록이 가나다순으로 펼쳐진다. 실시간 대화창을 통해 분 당 몇 십 개의 메시지를 주고받는다. 상대가 다른 나라에 있어도 문제될 것은 없다. 현대 과학기술사회가 우리에게 선사하는 편리함의 세계이다.

그러나 어느 날, 분 당 몇 십 개의 소모적인 메시지로 상대방의 존재를 확인하고 싶어 하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한다. 인터넷 상에 넘쳐나는 정보와 익명의 타자들이 표출하는 감정에 무방비로 노출된다. 소모적인 행위라는 것을 감지하면서도 멈출 수 없다. 현대 과학기술사회의 이기 속에서 사람들은 때때로 감당할 수 없는 고립감을 맛보기도 한다.

박병기 한국교원대학교 윤리교육과 교수(사진)는 “편리함과 편의성이 가져다주는 안락감과 여유가 그 자체로 나쁜 것은 아니지만, 그것에 대한 익숙함으로 인해 빚어지는 인간의 수동성은 무력감으로 이어져 삶의 의미를 상실하게 하는 기제로 작동할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박 교수는 6월 14일 만해NGO교육센터에서 열린 참여불교재가연대 ‘불교의 현대화’ 제1차 심포지엄에서 ‘현대 과학기술사회의 불교윤리적 응답’에 대해 고찰하는 시간을 가졌다.

박 교수는 현대 과학기술사회에서 경험할 수 있는 삶의 문제를 불교윤리적 관점에서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박 교수에 따르면 고립성 강화와 연기성에 대한 자각 약화는 인간과 인간들 사이의 연결이 끊어진 ‘직접 접근형 사회’를 야기한다. 개인이 직접 사회와 마주하면서 자유가 늘어난 대신 모든 것을 혼자서 떠맡아야 하는 과도한 부담과 타자 지향성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이로써 인간은 삶의 의미를 스스로 부여하거나 발견해야 하는 어려운 과제를 모두 떠맡게 된다.

불교는 바로 이 지점에서 삶의 의미 문제에 대한 적극적 대안을 제시할 수 있다. 박 교수는 “불교는 이러한 개인들을 향해 존재의 근원으로서의 연기성에 대한 자각과 그 연기성을 극복할 수 있는 깨침의 가능성을 동시에 제안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불교가 힐링과 치유의 문화를 주도하고 있다는 사실이 그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참여불교재가연대는 6월 14일 '불교의 현대화' 제1차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불교윤리는 또한 현대 과학기술의 윤리적 쟁점에 대한 제안을 제시하기도 한다. 박 교수는 “현대 과학기술은 이전에 우리가 접할 수 없었던 새로운 국면을 만들어내고 있으며 이것은 환경, 생명 연장, 복제인간 등 윤리적 쟁점을 불러오기도 한다”며 “이는 연기성, 업보, 동체의식 등의 세계관을 지닌 불교윤리로 고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삶의 현상에 대한 자각과 객관적인 인식에서 출발하는 불교윤리는 상업주의 문화가 작동하고 있는 현실에서 자비의 윤리를 실천하는 불교적 소비로 이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첨단 과학기술시대의 불교적 생활 코드’를 주제로 진행된 제1차 심포지엄에서는 이밖에도 ▲첨단 과학기술과 과학기술윤리(이중원 서울시립대 철학과 교수) ▲현대과학기술의 지혜로운 소비(정윤선 참여불교재가연대 사무총장) 등의 주제발표가 이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