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규가 형벌을 요구하는 형법적 성격으로 제정된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특수한 문제는 승려법으로 정리해야지 청규에서 규정할 것은 아니다.”

조계종 종단쇄신위원회 청규제정위원회(위원장 설우 스님, 이하 청규위)는 6월 14일 오전 11시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분과회의실에서 ‘대비원력의 발심과 실천을 위한 승가청규’ 의결 사항에 대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특히 승가청규에 강제적인 구속력이 없어 실효성이 낮다는 항간의 지적에 대해서 “징벌 문제는 청규 범위 밖”이라고 정리했다.

청규제정위원장 설우 스님(사진)은 “우리가 지켜야할 기본, 즉 보편적인 윤리를 다시 자각해 자성과 쇄신하자는 의미에서 만들어진 것이 청규”라며 “잘못된 것을 제지하는 의미도 있지만 가장 보편적인 스님네들의 일상생활을 다시 점검하자는 의미에서 실제적인 내용을 담았다”고 말했다.

이러한 설명에도 불구하고 청규의 강제 필요성에 대한 지적이 잇따랐다. 이에 설우 스님은 “몇 사람의 행위로 전체가 다 폄하당하는 것이 매스컴의 속성”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하고 “지키지 않는 사람들에 대한 대안은 종단이 종법과 승려법으로써 엄격하게 다스리고 있는 만큼 빈대를 잡기 위해 초가삼간을 태우라는 요구는 합당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다만 승가 면면에 도사린 계율을 경시하는 풍토에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며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결의된 승가청규는 종무회의와 종정 교시를 거쳐 이르면 오는 7월 초에 공식 선포될 예정이다.



승가청규 간담회에는 설우 스님, 덕문 스님, 계호 스님이 참석했다.

한편 쇄신위 제9차 회의에서 제기된 도박과 음주에 대한 처벌 강화 요구는 청규가 아닌 승려법 개정을 통해 실시하게 된다. 쇄신위는 현 승려법 상의 징계조항인 ‘5년 이하 공권정지’를 강화하고, ‘상습적 도박’이라는 표현으로 징벌을 피할 수 있는 여지를 없애기 위해 해당 조항을 개정할 것을 결의했다. 이 결의사항은 집행부의 입법발의로 오는 6월 중앙종회에서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날 기자간담회에는 청규제정위원장 설우 스님과 제정위원 덕문 스님, 계호 스님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