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평화문제는 더 이상 우회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했다. 평화협정 체결을 통해 남북관계를 개선하고 평화체제를 정착해야 한다.”

남북 화해와 한반도 평화를 염원하는 불교계의 목소리가 하나로 모아졌다. 조계종 민족공동체추진본부(본부장 지홍 스님, 이하 민추본)는 6월 13일 오후 2시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국제회의장에서 민추본 창립 13주년 기념법회 및 세미나를 개최했다.

6월 12일과 13일 양일 간 열릴 예정이었던 남북당국회담이 예정일을 하루 앞둔 11일 돌연 무산돼 남북관계가 어수선한 가운데 발표자들은 경색국면 장기화에 대한 우려와 실망, 그러나 희망을 이야기 했다.

김근식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사진)는 “이번 개성공단 가동 중단 사태에서 볼 수 있듯 정치적 불신과 군사적 긴장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의 문화·경제적 교류는 언제든지 단절될 수 있다”면서 군사적 긴장고조를 해소하고 한반도 정전체제의 불안정성을 해소하는 근본적인 노력이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이명박 정권을 거치며 북한에 대한 피로감이 극대화 돼 국민들 사이에서도 근거 없는 불신과 증오가 크게 늘었다”고 진단한 김 교수는 “남북 간 신뢰 프로세스를 말하고 있는 박근혜 정부 역시 상대방을 믿지 않는 모습을 보여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특히 정부가 이번 남북당국회담 무산의 책임을 북한에 전가하는 모습에 대해 “북한 측이 수석대표로 선정한 조평통 서기국장이 회담의 격에 맞지 않는다는 정부의 주장은 무식의 소치이자 막말이기까지 하다”고 비판의 강도를 높였다.

김 교수는 “평화체제 논의는 남북관계 개선의 시발점이자 북한을 비핵화 할 유일한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13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민추본 13주년 기념 세미나 모습.

이도흠 한양대 교수 역시 기조를 같이 하며 불교적 지혜와 실천을 통해 한반도 평화를 이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불살계, 연기법, 멸성도를 말하고 탐욕과 아만을 벗어나 실상을 보라는 불교의 가르침은 한반도 평화 문제에 시사하는 바가 많다”며 “시민사회가 화쟁 식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전환하고 이해관계로 둘러싸인 냉전 카르텔에 균열을 낼 때 평화협정 체결과 평화체제 구축, 나아가 ‘동아시아 공동의 집’은 현실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민간 주도의 남북교류·협력 재활성화를 이끌어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김진환 민추본 정책기획위원은 “평화·통일 교육을 일상화하고 제도화해야 한다”며, 특히 불교계의 경우 주요 사찰에서 정기적으로 ‘평화·통일 강연회’를 개최하고 연례 연수교육 과목을 개설하는 등 통일교육이 사찰의 일상 사업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추본 본부장 지홍 스님(가운데)과 이수영 통일부 교류협력국장(오른쪽에서 두 번째) 등 사부대중이 합장을 하고 있다.

세미나에 앞서 민추본 본부장 지홍 스님은 “하루속히 대화가 재개되어 화해협력의 길이 마련되기를 바란다”고 기념사를 했다. 조선불교도련맹 중앙위원회는 축전을 통해 “앞으로도 북남공동선언의 가치를 높이 들고 민족의 화해와 단합, 평화와 통일을 위한 애국애족의 실천행에 더욱 정진해나가리라는 기대와 확신한다”고 표명했다.

한편 기념 법회에 참석한 이수영 통일부 교류협력국장은 “부처님의 지혜를 실천하며 남북의 화해를 위해 활동해온 민추본의 창립 13주년을 진심으로 축하한다”며 “통일정토를 향한 대장정에 큰 역할을 하기를 기원한다”고 축사를 했다. 더불어 “회담은 취소됐지만 제시된 명단으로 회담을 진행하자는 입장이며, 북한은 지금이라도 호응해 대화에 나서야 할 것”이라는 정부의 입장을 전했다.

이밖에도 이날 민추본 창립 13주년 기념 행사에는 통일부 이수영 교류협력국장, 이창복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상임대표, 변진흥 한국종교인평화회의 사무총장, 이영순 우리겨레하나되기운동본부 이사장,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조계종 화쟁위원장 도법 스님, 도선사 주지 혜자 스님, 민추본 이사 진화 스님 등 100여 명의 사부대중이 참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