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 승가복지에 대한 불교계의 인식과 개선노력이 증대되고 있는 가운데, “임종에서 안치에 이르기까지 교구본사 중심의 실행모델 구축을 원칙으로 하는 사찰 상장례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며 그 핵심사업은 본사별 다비장(화장장) 설치”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유재철 동방대학원대학교 장례문화원 전임교수는 조계종 승려복지회가 지난 6월 10일 개최한 ‘승가복지 전달체계와 교구 중심 실행모델’을 주제로 연 승가복지 연구발표 세미나에 참가 ‘불교 승려의 상장례 복지 모델-사찰 다비장(화장장)의 활성화 방안’이라는 제목의 발제를 통해 이같이 주장했다.

유재철 교수는 “교구본사별로 다비시설을 설치해 출가수행자들이 노후의 불안감을 벗어나 수행자 본연의 모습을 잃지 않고 그 위의가 여법하게 갖추어진 의례를 진행할 수 있도록 돕는다면 수행자가 수행과 포교에 전념할 수 있는 여건을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6월 10일 열린 '승가복지 전달체계와 교구중심 실행모델' 주제 조계종 승가복지 연구발표 세미나 장면


유 교수는 이어 “이와 같은 사찰 상장례 시스템 구축과 교구별 다비시설 확보를 위해 무엇보다도 종단 집행부의 마스터플랜과 안정적 재정 확보를 위한 정책적 결단이 필요하다”며 “통상적으로 화장장 건립 시 토지 구입비용과 지역주민을 위한 기금 등 총 시설 투자비가 수백억 원, 화장로 1기당 수십억 원씩 등 상당의 비용이 소요되지만 사찰 다비시설은 다비방식과 화장로의 개량을 통하여 비용을 확연하게 절감할 수 있으므로 시설 투자에 대한 부담을 절감할 수 있다”고 밝혔다. 유 교수는 나아가 “스님 뿐 아니라 재가신자와 지역주민에게 관련 시설을 개방함으로써 발생하는 수익은 승가복지의 재원으로 활용이 가능하며 사찰 상장례 시스템의 안정적인 운영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사찰 상장례 시스템의 활성화는 장기적으로는 사찰의 종교적 기능을 강화하고 국가주도의 장사시설 공급난을 종교계가 분담하여 공익적 명분을 다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세미나에 앞서 조계종 승려복지회 회장 지현 스님(총무원 총무부장)은 인사말을 통해 “승려복지회에서는 2014년 4월부터 예정된 노후수행연금 지급을 앞두고 종도들의 관심과 참여를 계도하기 위한 승보공양 실천운동을 전개하면서 노스님 복지실태와 요구수준을 조사하고 있다”며 “아울러 효율적인 에산의 전달체계와 교구별 역할 분담, 기능적 보완이 필요한 복지서비스를 연계하고 제공하려는 방안을 모색하고자 이번 연구조사 세미나를 열게 되었다”고 밝혔다. 지현 스님은 “장기적으로는 일반복지와 달리 승가복지는 승가공동체 본연의 정신을 반영한 공제방식이 적합하다는 의견이 제시되어서 이 분야 또한 참구하여 중장기적 정책에 반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종단 노스님 복지실태 조사분석 및 전달체계 연구’(고경환 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 윤남진 소셜리서치 대표), ‘맞춤형 노후복지서비스 연계방안’(종로노인종합복지관 관장 정관스님), ‘승려 노후수행관 운영사례’(선운사 교구승려복지회), ‘교구승가복지 활성화 방안’(박재현 월정사 종무실장), ‘협동조합식 승가복지공제제도 도입방안’(박근수 중부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등의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