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주사 운영위원장 설조 스님(전 불국사 주지, 전 조계종 개혁회의 부의장)이 조계종 원로회의 전면적인 쇄신을 촉구하며 6월 11일 아침부터 주석처인 법주사 응주헌에서 단식정진에 돌입했다.
설조 스님은 단식기도에 들어가기에 앞서 비자격·무자격 원로들이 포함되어 있는 조계종 원로회에 대한 전면적인 쇄신이 없으면 한국불교의 미래는 없으며, 종무행정의 최고 책임자인 조계종 총무원장이 쇄신을 위한 조처에 나설 것을 요청하는 글을 내용증명으로 전달했다.
설조 스님은 미디어붓다와의 전화에서 “원로의원은 종단의 최고 권위를 갖는 종헌상의 기구로 총무원장 인준, 종정 추대 등의 종단의 중대사를 결정하는 매우 중요한 기구”라고 전제하고 “따라서 원로의원은 모든 면에서 모범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님은 “승려로서의 가장 기본적인 요건도 갖추지 못한 이가 원로의원이 될 수 있다면, 그 종단은 나락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구종의 단심으로 단식정진에 들어간다”고 결연한 의지를 밝혔다.

지난 2010년 12월 3일 생전 친분이 두터웠던 고 리영희 선생의 빈소를 찾아 미망인을 위로하고 있는 설조 스님. 사진=미디어붓다 자료사진
설조 스님은 12일 오후 2시 단식 정진 중인 주석처 법주사 응주헌에서 기자들과 만나 단식에 들어가게 된 경위를 설명할 예정이다. 설조 스님은 자격 없는 원로의원들의 명단과 비위 사실을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공개할 수도 있음을 내비쳐 파문이 확산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설조 스님은 문제의 비자격·무자격 원로의원의 명단을 밝히는 것과 관련해서는 “종단의 행정 대표인 총무원장이 어떤 조치를 취하느냐에 달렸다”고 말해 이번 단식정진이 예사로운 행보가 아님을 분명히 했다.
조계종 개혁불사 당시 개혁회의 부의장을 맡아서 개혁회의를 주재하는 등 종단개혁에 큰 역할을 차지했던 종단의 원로급 중신 스님이 종단 최고 권위를 지닌 원로의원의 문제를 정면으로 제기한 것은 이례적이다. 설조 스님의 이번 단식 정진은 5개월 앞으로 다가온 조계종 총무원장 선거에도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설조 스님은 불국사 주지로 재직하던 때에 경부고속철도의 경주 도심 관통을 저지하기 위한 단식에 돌입해, 경부고속철도가 경주를 우회하여 건천 지역을 통과하도록 했던 이력을 가지고 있다. 당시 설조 스님은 정부와 지방정부, 지역 유지와 주민 등의 거센 비난을 받았으나 고속철도가 천년고도를 관통해서는 안 된다는 소신과 신념으로 이를 저지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