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이창재. 2011년 4월부터 2012년 해제일까지 10개월간 '금남의 집' 백흥암에 머물며 비구니들의 일상을 카메라에 담았다.

스님들은 남자에게서 담배냄새가 난다 했다. 그는 얼마지 않아 새벽예불 전 몰아서 피우던 담배를 끊었다. 스님들은 좀처럼 그에게 마음을 열지 않았다. 그는 스님들에게 진심을 보이고 싶어 오천 배, 만 배를 거듭 했다. 그래도 스님들은 카메라만 들면 뒷모습만 남기고 홀연히 사라지곤 했다. 일주일 동안 찍은 분량이 18분일 때도 있었다. 그는 하염없이 퍼붓는 비만, 빛나는 햇살만, 흔들리는 나무만 찍었다.

내가 왜 이걸 찍으려고 했을까, 촬영 내내 그의 머리를 떠나지 않은 화두였다. 안식년이자 다큐멘터리 작업을 하던 2011년은 차라리 지옥 같았다고 그는 회상했다. 한 순간 한 순간이 바늘방석 같았다. 하지만 그는 끝내 백흥사의 내면을 들여다봤다. 10개월, 찰나의 빈틈을, 그 틈새를 비집고 비구니의 맨얼굴을 아주 잠깐 훔쳐보고야 말았다.

“그냥 편지 하나 써 놓고 나왔어요” 미국 유학 중 젠 센터를 접하고 출가를 결심한 상욱 행자는 몸져누운 부모님을 만나면 설득당할 것 같아 편지 한 장만 남기고 떠나왔다. 계를 받으러 가는 딸을 잡고 애원하는 부모, 그들에게 상처가 될 것을 알면서도 끝내 뿌리친 딸. 누군가의 과거이고 누군가의 현재일 그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저를 찾고 싶어서, 절에 온 거죠!” 불교에 대한 지식도 전무, 스님을 만나본 것도 출가 후가 처음이라는 민재 행자는 인터넷 검색으로 평생 수행할 만한 곳을 물색하고, 절을 선택했다. 교회도 성당도 누군가를 믿는 곳이지만 절은 나를 믿는 곳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정 많은 목소리와 천진한 웃음, 여느 소녀와 다르지 않은 모습의 민재 행자가 스며드는 백흥암, 그 모습도 잡아냈다.

“다시 태어난다면 보통 아이들처럼 학교도 다니고, 대학 졸업하고 출가하고 싶어요.” 동진출가의 업을 타고나 비구니로 살아온 선우 스님. 선택권이 없었던 지난날과 얼굴도 모르는 부모에 대한 회한, 그리고 눈물을 포착했다.

“밥 한 말이 피 한 말이다. 나는 정말, 밥값을 했는가?” 37년간 수행에만 정진해온 비구니 영운 스님은 평생 수행했지만 진정 ‘밥값’을 하고 있는지 끊임없이 되물으며 묵묵히 정진한다. 수행의 뒤안길을 돌아보면 아직 깨치지 못한 분함에, 그 간절함에 소리 없는 눈물이 흐른다. 카메라로 남은 그는 앵글 안에 그들을 담아냈다.

큰스님은 그에게 그가 죽을 때까지 어떤 절에서도 이런 그림을 만들 수 없을 거라고 말했다. 편집 작업을 마치고 이제 다큐멘터리를 세상에 내놓는 그도, 그럴 것이라고 생각한다. 출가하실 겁니까? 촬영을 처음 시작할 때 들은 선우 스님의 물음은 촬영이 끝날 때까지 그의 마음에 맴돌았다. 그는 자신이 결혼하기 전에 이 촬영을 했더라면 출가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주 강한 통제 하에서 아주 강한 자유를 느끼며 사는 것, 잔머리를 굴리지 않아도 내가 살아온 그대로 인정받는 것, 그가 바라왔던 생활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