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단법석 시즌2, 깨달음에 대한 두 번째 문답이 9월 26일 오후 조계사에서 열렸다. 지난 주 현응 스님과 도법 스님의 문답에 이어 이번 주에는 고우 선사와 도법 스님의 문답으로 진행됐다. 취재수첩의 기록과 조계종 홍보팀에서 제공해준 녹취록에 근거해 문답내용을 정리해 게재한다. 편집자
도법스님과 고우선사가 깨달음에 대해 문답을 나누고 있다. 사진=모지현 기자
도법 : 일상적으로 보면 높은 자리에 모시고 격식도 갖춰 큰 스님 모셨어야 하는데 일반적임. 격식 모두 내려놓고 맨 바닥에 앉아 스님께 여쭙기도 하고 말씀 듣기 위해 모셨다. 너무 감사하다. 큰 박수. 우리 사부대중이 모이긴 했지만, 재가 대중이 많이 모였으니, 높은 자리에 거룩히 모시고 그 분 앞에서 엄숙히 절도하고 엄숙히 법문도 듣고 하는 그런 부처님이나 큰스님이 좋은가? 맨 바닥에 앉아 시시껄렁 이야기도 하고 말도 듣고 하는 게 좋은가? 후자가 좋다. 이런 자리 좋은 자리다. 사실 경전에 보면 부처님이 깨달은 이후 첫 법문을 하시고 만난 친구들이 누구인가하면 밤새 술 마시고 춤추고 논 청년들이다. 그 청년들이 밤새 술 마시고 놀아도 허무하고 의미부여가 안되고 가슴이 쓸쓸하고 버려놔 버린 것처럼 아프기도 해 방황을 하기 시작한다. 그러다 숲에 앉아 있는 부처님을 만나 대화를 한다. 그 대화 속에 안목이 열리고 출가를 하게 된다. 참선을 한 분이 아니다. 대화 속에 그렇게 된 것이다. 육조스님도 나무꾼이었다. 나무를 해 시장에서 팔다 금강경을 듣고 출가를 했다. 우리는 해 보면 안 깨달아진다. 깨닫고 싶은데, 저는 깨달음 병 때문에 피눈물 나는 젊은 세월을 보냈다. 안 돼서 좌절하기도 하고 아파하기도 하고 선방을 떠나기도 했다. 장돌배기들이 모여서 이야기하고 하는 불교, 일상 속에서 그런 자리가 만들어 졌으면 해서 이런 자리를 만들었다. 큰 스님 이야기를 들으며 야사비구처럼 육조대사처럼 가슴이 열리기도하고 해 삶의 활로가 펼쳐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자료를 준비하기 위해 며칠을 고생했다. 처음에는 부끄러운 자기고백을 갖고 질문을 만들었다. 스님께서는 편안하게 자연스럽게 답해 주시면 될 것 같다.
고우 : 장돌배기라고 말씀하셨는데, 불교를 하는데 일찍이 선쪽에서는 순금장사, 잡화상 이란 말이 있다. 도법스님의 장돌배기는 잡화상이라고 생각하겠다. 도법스님의 이런 질문은 하기 어렵다. 대중을 위해 자기의 단점을 부끄럼 없이 드러내고 이야기 한 것으로 이해하겠다. 요 대답을 간단히 20대인가 30대인가에 신문에서 본 것을 가지고 이야기 하겠다. 장개석이 모택동을 피해 대만으로 갔다. 대만 청년들이 많이 피폐해 있었다. 유학을 가서 대만을 바꿔보겠다고 공부하고 돌아온 후 1년 동안 노력해봤지만 안됐다. 2년차에는 어떻게 살지 고민을 했다. 3년차에는 안되니 그냥 같이 살자하는 생각이 들었다. 고위직에 있다 보니 부정부패가 더 쉬웠다. 우리나라가 부정부패가 많을 때 이런 내용이 기사로 나왔다. 처음 출가를 해서는 용맹정진하다 어느 순간 고민이 들게 된다. 어떻게 할 것인가. 상향된 2년차는 이런저런 방법을 사용해 본다. 하향된 2년차는 그냥 풀어진다. 질문을 보고 (도법스님은) 상향된 2년차에 머물러 있는 분이라고 생각이 된다. 저도 2년차이다. 상향된 2년차였다. 강원에서 공부하고 도통하겠다고 선방에서 오랫동안 있었다. 이런저런 방법을 사용해 봤다. 내 위에 성철, 석호 스님 등이 나를 보면 꾸중할지도 모른다. 하향2년차가 안 된 것이 다행이라고 본다. 회의와 갈등, 고민이 많았다. 금오, 성철, 서옹 스님 중 성철스님 가르침이 저와 조금 비슷하다. 참선을 하더라도 노젖기를 알고 하자. 성철스님이 총림에 있으면 100일동안 법문을 했다. 그게 백일법문이다. 선방에서 안내문 없이 한길로 달려 3년차로 간 분들 상당히 많다. 나는 백일법문이라는 안내문을 가지고 가고 있다. 안내문을 알고 공부를 해야 한다. 소개하는 것이 중도다. 불교는 깨달음의 종교라고 하는데 뭘 깨닫는가? 우리 존재원리가 금강경에서는 태란습화라고 했다. 유정무정 등 이 우주에 있는 모든 존재가 구류중생이다. 이 모든 존재는 중도로 존재하는 것이다. 부처님은 이걸 깨달은 것이다. 깨닫고 나니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었고, 이 존재원리를 세상 사람들에게 알려 그 시각을 바꾸고자 했던 것이다.
도법 : 금오스님은 제 문중의 큰스님이고 성철스님 서옹스님은 직접 모시고 산 적이 있다. 20대에 성철스님의 백일법문도 들었다. (이 자리에서 그분들을) 모독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갖고 있는 도인상과 전혀 맞지 않았다. 저 나름대로의 상에 불만족스러웠다. 그래서 이런 질문을 드린다.
고우 : 스님하고 나도 동감이다. 저도 큰스님이라고 해서 찾아가 보니 내가 가지고 있는 도인상과 전혀 안 맞았다. 화도 내고 측근과 싸움도 하는데 선방까지 들리더라. 일상생활에 실망하는 부분도 많았다. 그러나 중도에 대한 이해를 하고나서부터 부분적으로 실망했던 부분이 사라졌다. 그분들도 인간이니 화도내고 하는 구나, 단 그분들의 시각이 다르다는 것을 알고 그렇구나 했다. 중도를 알지 못하고 체험을 못 했기에 스님들에게 실망했을 수도 있다. 사실 스님들 가운데도 중도를 이해를 한 분이 몇이나 될까. 우리가 보는 것만이 전부는 아니다.
도법 : 초전법륜을 보면 뭇 중생의 평화와 행복이 깨달음의 목적으로 되어 있다. 그렇다면 깨달음이란 무엇인가. 경전내용을 짚어보면 중도이다. 선정과 고행이 해탈의 진리임을 믿는 고타마 싯달타가 그 신념을 버리고 팔정도를 해탈의 진리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중도를 깨달았는가. 부처님은 현실적 경험으로 터득했고, 그 제자들은 설법과 대화를 통해 중도가 해탈의 진리임을 이해하고 확신했다. 따라서 깨달음의 성격은 신비체험과 관계없이 팔정도가 현실타당한 해탈의 길임을 이해하고 확신하고 실천하는 것이다. 어떻게 생각하시는가?
고우 : 실제는 이것보다 다양하게 이야기 했다. 팔정도는 다양하게 이야기 한 것 중에 하나다. 포괄적으로 이야기 하면 불교는 깨달음의 종교라고 하는데, 그 깨달음은 무엇인가. 존재원리를 깨닫는 것이다. 존재의 원리는 내가 있다고 보고 파악하는 것이다. 내가 있다는 것은 잘못됐고, 그것을 바로 보라는 것이다. 성철스님 책 가운데 <자기를 바로 봅시다>라는 책이 있다. 자기를 바로 봐야 한다. 근본적으로 자기를 잘 못 보니까 잘못 된 생각으로 우리가 한 평생 살고 있다. 이걸 동의해야 한다. 어떻게 해야 부처님 말씀처럼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 중도를 알아야 한다. 부처님도 중도를 깨달았다. 중도의 중요성에 대해 잠깐 이야기하겠다. 잠깐이라는 시간동안 설명을 드린다고 깨닫는다고 할 수는 없지만 이해라도 아니 소개라도 하고자 한다. 예를 들어 보살님은 여자이고 나는 남자다. 남과 여 차별로 본다. 분명히 남과 여는 다르다. 그러나 차별 없이 공통된 것이 있다. 현상 말고 본질이 있는 것이다. 그걸 소박하고 쉽게 이야기 하면, 시골에 가면 새끼도 있고 짚신도 있고 가마니도 있다. 그 모양 쓰임새 크기 다 다르다. 차별이 있다. 하지만 그 재료는 하나다. 그걸 발견하는 게 불교다. 불교에서는 그걸 자성이라고 한다. 그걸 알아채는 면 견성했다고 한다. 우리는 내가 있다고 하고 살아간다. 이는 현상만 보는 것이다. 부처님은 본질을 보라고 했다. 본질을 보기 위해서는 연기 등을 알아야 한다. 이걸 이해하면 내가 나를 보는 시각이 달라진다. 내가 굉장히 위대한 존재라고 생각하게 된다. 내가 본 사람은 나를 포함해 자기를 학대하며 살아간다. 교만, 열등의식 등 내가 존재한다고 하고 살아가는 것이 학대다. 나만 학대하면 되는데 옆 사람도 학대한다. 중도, 무아, 공, 연기 이걸 이해하게 되면 본질을 보게 된다. 본질을 보고나면 이걸 부처라고 한다. 자기가 부처임을 알게 된다. 스스로를 굉장히 존귀하게 대하게 된다. 자존 회복 의식이라고 나는 말한다. 다른 사람도 그렇게 대하게 된다. 이해했다고 전제하고 중도를 설명한다. 남녀라고 나뉘어 있지만 본질은 그게 없다. 본질은 하나다. 내가 존재한다고 항상 살면서 둘로 나눠 살았다. 하나라고 하고 살면 중도다. 거기에는 대립과 차별이 없다. 인종갈등 등 갈등 대립 등이 없어진다. 불교는 다른 종교를 이런 시각에서 바라본다. 그래서 불교가 일으킨 종교전쟁이 없다. 인도에서 힌두에게 밀린다. 회교에도 밀린다. 그래도 불교가 멸망했는가? 아니다. 우리 존재가 아무리 다른 종교가 잘못된 방식으로 해도 그 존재를 중도로 보기에 대립이 없다. 넉넉한 마음을 갖게 되면 대립하고 싸우는 게 아니라 지혜롭게 그들을 일깨워주며 평화적으로 관계를 맺게 된다. 부처님이 열심히 걸어 어느 마을에 갔는데 큰 나무 아래 사람들이 모여 땀을 식히고 있었다. 부처님도 그 그늘로 가려했으나 거기 사람들이 다 힌두교였다. 그래서 그냥 돌아 나가려하니 어느 어르신이 말을 걸었다. 부처님이 그 사람들을 감복시켰다. 부처님은 그들을 부처로 봤기에 그렇게 한 것이다. 우리는 감정이 먼저 나와 폭발을 시킨다. 중도라는 내용 존재의 원리가 그만큼 중요하다. 우리 모두가 부처다. 그런데 그걸 모르고 산다. 나와 남이 다른 줄 알고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개개인도 그렇지만 지구상 곳곳이 갈등과 대립이 있다. 우리 불교가 사회에 도움이 되는 좋은 종교인데, 세상 사람들이 (오히려 불교) 걱정을 한다. 안타깝다.
도법 : 연기사상의 탄생부분을 말씀드리겠다. 부처님은 깨달음을 얻은 다음 7일간 결가부좌하여 해탈의 즐거움을 누렸다. 그 과정에서 고의 실상, 즉 생성과 소멸의 연기를 중도적으로 명료하게 직시하고 통찰했다. 괴로움을 탄생시키는 원인의 소멸을 알아낸 것이다. 그렇다면 다시 깨달음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살펴보겠다. 경전내용을 짚어보면 깨달음의 내용은 연기법과 연생법이다. 상호의존의 원리이다. 이것을 어떻게 깨달았을까. 중도의 길을 터득한 다음, 중도의 사유방식으로 고의 실상, 즉 존재의 실상을 직시하고 통찰했다. 제자들에게도 그렇게 권하고 있다. 즉 깨달음의 성격이란 중도적 사유와 관찰을 통해 존재의 실상, 즉 보편타당한 연기법과 현실로 나타난 연생법을 사실대로 보고 확신하는 것이다.
고우 : 내 나름대로 방금 질문한 것에 대해 이해한 만큼 대답하겠다. 가장 중요한 것이 연기다. 듣고 보고 한평생 이 몸뚱이를 내가 있다고 하고 산 사람들에게 공이다 무아다 하면 이해가 안 된다. 중도를 이해시키는데 가장 어려운 부분이다. 공이기에 연기이고 무아다. 요즘 내가 자주 이야기 하는 것이 있다. 내가 우연히 어떤 여성으로부터 책을 한권 받았다. '16가지 물리 이야기'라는 책이다. 얇은 책이다. 재미있어서 금방 읽었다. 한줄 건졌다. 책을 쓴이는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미국 물리학자다. 자기를 표현하는데 우리는 자기가 있다고 표현하지만 그분은 그렇게 이해하고 있지 않았다. 물리학자의 눈으로 자기를 보고 있었다. 스스로를 수억 만 개의 원자 덩어리라고 했다. 우리는 보통 단일 독립된 나로 생각한다. 이걸 읽고 나는 이 분이 이렇게 생각했다면 이 수억 만 개의 원자덩어리 중 어떤 원자를 나라고 할 것인가도 생각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분의 생활을 보니 다른 사람은 정장을 입는 자리에도 항상 캐주얼하게 입고 가는 등 자유분방하고 유쾌하게 살았다. 어떻게 보면 해탈했다고 볼 수 있다. 우리는 중도로서 존재한다고 했다. 이것과 유사하다. 연기에 대한 이해를 하시는데, 이 이야기를 곰곰이 생각해 보라. 1세기경에 나온 경전에 보면 나를 지수화풍 4가지 원소로 되어 있다고 소박하게 설명하고 있다. 4가지 원소로 되어 있기에 무아이고 공이라고 대승불교에서는 설명한다. 그러나 이 저자는 수억 만 개의 원자덩어리라고 했다. 무아와 공을 이걸로 설명하겠다. 무아와 공을 알면 내가 본질이라는 것으로 있구나하는 것을 알 게 된다. 무아와 공을 알면 거기에는 남과 여가 없다. 남과 여가 없다고 차별상을 떠나 사고하는 것이 중요하다.
앙굴마라는 부처님을 만나 중도를 깨닫고 전혀 다른 사람이 된다. 이는 부처님이 중도와 연기를 가르쳤기 때문이다. 승속 간에 3년차로 오래 머물러 있어도 그분은 불교인이라고 할 수 없다. 앙굴마라는 1년차다. 탁발을 갔는데, 한 여인이 산통을 겪고 있었다. 그 여인의 시아버지가 앙굴마라에게 산통이 너무 심하니 이걸 완화시켜 달라고 하니, 앙굴마라는 당황하여 부처님께 가서 알아오겠다고 하고 부처님께 갔다. 그러자 부처님께서는 ‘내가 불교를 만난 이후로는 한 번도 마음으로도 살생한 적 없다’고 전해주라고 한다. 과연 그렇게 말하니 산모가 산통에서 벗어났다. 산통은 뭔가? ‘있다 없다’라는 분별이다. 산통은 중생들 삶을 이야기한 것이고 순산한 것은 중도를 깨달은 것을 설명한 것이다. 우리도 지금 산고를 겪고 있는 것이다. ‘너다 나다’라는 이원적 사고를 깨려면 중도로서 존재한다는 것을 깨달으면 된다. 우리는 여러 가지 복합적인 고통을 격고 있다. 그걸 해결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다.
도법 : 깨달음에는 두 개의 깨달음이 있다. 중도와 연기법을 깨닫는 것이다. 그 방법은 경험과 대화, 중도적 사유와 관찰이다. 깨달음이란 주체적인 실천적 앎, 주체적인 경험적 앎, 주체적인 실제적 앎이다. 지금까지의 말한 것은 제 이야기가 아니고 세계 각 학계에서 정리한 내용이다. 그러면 지금부터가 우리가 실제로 정리할 내용에 대해 말씀드리겠다. 깨달음의 내용이 연기와 중도라면 법문과 대화로 이해하고 확신할 있으며, 인과법칙의 형식으로 보면 연기와 중도에 대한 이해와 확신이 깨달음이요 깨달음의 씨앗이며 출발점이고, 깨달음의 내용이 연기와 중도에 대한 이해와 확신이며 그리고 그에서 출발한다면 먼 훗날이 아니고 지금 바로 이루어짐이며, 이해와 확신의 성격인 깨달음은 먼 훗날 이루기 위해 추구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지금 바로 끊임없이 실천해야 할 내용이다. 그렇게 보면 깨달음에 대해 지나치게 신비화되고 실체화되어 있는 기존의 깨달음관은 대단히 왜곡되어 있음으로 바로잡아져야 한다. 이렇게 정리하는 게 맞는가?
고우 : 계속 이야기 하지만 깨달음이라는 것은 그 과정은 사람마다 다양할 수 있다. 코스인데 이해하고 그 과정을 체험하는데 사람마다 다를 수 있어 하나로 통일해 이야기 할 수 없다. 비교를 하자면 깨달음을 가는데, 굉장히 쉽게 가는 분이 있다. 육조스님 같은 분은 금강경의 응무소주이생기심이라는 말을 듣고 깨달았다. 응무소주라는 것 무엇인가. 아무 곳에도 주하지 않고, ‘있다 없다’ 등에도 주하지 않고, ‘남자 여자’ 그런 거 없는 자리에서 마음을 일으키는 것이다. 그걸 듣고 그 자리에서 바로 깨달았다는 것이다. 또 비교해 보면 고층 건물에 가면 올라가는 방법이 여러 개가 있다. 가장 빠른 방법은 엘리베이터 타고 올라가는 것이다. 아직 못 깨달았지만 열심히 방법을 찾고 정진하는 분, 즉 2년차는 엘리베이터 타고 가는데, 각 층마다 쉬었다 가는 것이다. 그보다 더 못한 분 즉, 3년차는 계단으로 가고 있는 것이다. 같은 중도 이야기 들으면서 이렇게 차이가 있다. 불교에서는 1년차는 엘리베이터 타고 쭉 가는 것이다. 2년차는 각층마다 쉬었다 가는 것이다. 3년차는 계단이다. 올라간다는 말은 중도 연기를 이해하고 그것을 체험하기 위해 내 마음을 정화해 가는 과정을 말한다. 무엇을 정화하는가? ‘있다 없다’라는 2원적 사고에서, 일원적 사고로 바꾸는 것이다. 세 단계를 이야기한다. 듣고 보는 의식(육식), 잠재의식(말라식), 무의식(아뢰야식)이다. 이 세 단계는 2원적 사고를 정화하는 것이다. 차별상과 선입견 없이 현상을 보고 사고하는 것이다. 정화한다는 것은 2원적으로 갈라놓고 사고하던 것을 1원적으로 바꾸는 것이다. 가는 방법은 단박에, 각 층마다 쉬어가며, 계단으로 가는 방법이 있다. 어렵다 하더라도 이 길을 가는 것이 행복으로 가는 길이다. 몇 십 년 고통 받고 생을 마치는 것보다는 낫다. 어렵다고 해서 포기하는 것보면 안타깝다. 계단을 쭉 올라가는 것보다 1층으로 한층 올라가는 것이 쉽다. 1층까지라도 이해하고 엘리베이터 타면 되지 않겠는가? 계단을 올라가면 행복감을 느끼게 된다. 나에게 불이익이 오는 이야기를 들으면 못 참았지만 1층이라도 올라가면 이게 덜하게 된다. 무아와 공을 이해하면 이해한 만큼 지혜가 생긴다. 이것은 생활에도 분명 도움이 된다. 내가 영주시에 있는 한 식당을 운영하는 아줌마에게 장사 잘 되는 법을 알려 줬다. 사고를 바꾸라고 했다. 장사가 잘되는 즐거움이 있지 않는가? 손님을 돈을 보면 안 된다. 그럼 장사가 안 되고 장사 할 자격도 안 된다. 은인으로 생각해라고 말해주었다. 그리고 한 달 쯤 돼서 연락이 왔다. 장사가 너무 잘된다고 했다. 기업하는 사람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한다. 노사분규가 일어났을 때 서로서로가 은인이라고 생각하라고 했다. 사장은 일자리를 만들어 주고 돈을 주는 사람이고, 직원은 나에게 돈을 벌어주는 사람이다라고 생각하라.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갈등과 분규가 생길 일이 없다. 그런데 내가 어떤 자리에서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을 노사분규가 있는 회사의 사장이 들었던 모양이다. 그는 즉시 노조측에서 20% 인상을 요구했는데 25%를 올려줬다고 한다. 그리고는 분규도 끝나고 노사가 서로 이해하고 회사도 발전하는 계기를 맞았다고 한다.
중도를 이해하고 나면 그만큼 지혜가 생긴다. 긍정적인 사고가 생긴다. 여기서의 긍정적 사고는 사회에서 말하는 긍정적 사고와는 다르다. 절대긍정이다. 불교 믿다가 포기한 사람이 많다. 중도 연기를 알아서 얻어지는 즐거움은 공부를 포기해서 얻어지는 즐거움과 비교가 안 된다. 나는 어떤 일을 해야 한다고 말하지 않는다. 어떤 일을 하든 마음만 중도로 바꾸면 어떤 일이든 된다고 생각한다. 중도로 바꿔야 할 시기가 왔다. 지금이 중도가 필요한 시기다. 개개인, 사회. 국가 모두가 중도가 절실히 필요한 시기다. 정치한 사람들이나 누구에게나 가는 곳에 가면 다 그 이야기 한다. 우리 종단도 마찬가지다. 중도사상을 갖고 수행하고 포교해야 한다. 그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해 나아갈 것이다.
도법 : 일단 공식적으로 정리한 부분은 여기까지다.
거사1 : 성남에 사는 불자다. 중도에 대해 스님이 강조하고 중점적으로 말했다. 양변을 자꾸 버리라고 하는데, 깨달음에 대해 이해를 못해서인지 좋다, 나쁘다, 크다, 작다 등의 이런 양변을 우리 같은 사람들이 수 십 년을 수행을 한다고 해서 그렇게 될까하는 의구심이 든다. 우리나라에서 그런 경지에 든 분이 많으신가? 깨달은 분이 있으니 검증을 할 것 아닌가? 검증은 누가 하는가? 앞뒤가 잘 이해가 안 된다. 깨달은 분이 계시다면 일상생활에서 실천적인 면에서 중도적인 관점에서 실제 행동을 하고 있는가? 측근과 싸웠다는 스님이 있었는데, 이걸 중생심으로 봐야 하는가 아니면 어떻게 봐야 하나? 중생과 같은 행동을 하는 스님이 있다면 이 스님을 어떻게 봐야 하나?
고우 : 이해가 있고 깨달음이 있다. 깨달음은 굉장히 어렵다. 이해를 바탕으로 깨달음에 간다면 가는 것만큼 생활에 변화가 온다. 이해를 바탕으로 깨달음에 가는 것이 좋은 것 같다. 혹 이해가 방해가 된다고 이해를 안 하려 하는 분이 있다. 그런 분은 양변으로 가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포기를 하는 경우도 많다. 현대사회에는 이해를 하고 깨달음으로 가는 게 근기에 맞는 것 같다. 실천은 이해하든 깨달음을 얻는 이해한 만큼 실천을 하게 된다. 나도 한다. 안 할 때보다는 마음이 훨씬 편하다. 도인도 화를 내더라 했는데, 이건 두 가지 측면에서 볼 수 있다. 도인이 화를 내는 것은 중도를 이해한 측면에서 화를 내는 것과 양극단에서 화를 내는 것이다. 도인은 밥도 안 먹고 잠도 안자고 하지 않는다. 화도 낸다. 중도를 이해한 측면에서 내는 것이다. 화를 내는 것도 적다. 도인들도 사람이다. 양극단에 있으면 우리가 화를 내면 굉장히 마음에 좋은 상태가 아니다. 그것이 더 심하면 상대를 죽일 수도 있다. 우리가 내는 화와 도인들이 내는 화는 감정적으로 많은 차이가 있다. 그건 중도를 이해하면 내 말을 조금은 이해할 것이다. 중도를 이해하고 생활화 하기위해 참선도 하고 하는 입장이다. 나도 화를 조금은 내는데 다른 사람들이 뭐라고 생각할까 싶어 화를 참기도 한다. 그건 도인의 입장이 아니다. 도인의 세계를 양극단 사고하는 우리의 사고에서는 이해 안 되는 것이 많다.
거사2 : 깨달음은 무엇인가. 송광사 방장 스님은 부처님과 같이 말하고 생각하고 하면 된다며, 그게 깨달음이라고 했다. 고우스님께 질문하겠다. 참선해서 깨달은 이는 없는 것 같다. 육조혜능은 경전을 통해 깨달았다. 부처님 제자들도 부처님 설법을 듣고 깨닫지 않았는가. 염불 사경 선 등 복잡하다. 강원도 건봉사에서는 32명의 스님들이 염불로 등공을 했다고 한다. 또 절마다 지장보살, 관세음보살 등이 있고 기도하라고 한다. 무엇인가?
고우 : 주간불교에서 나는 참선이 독이라고 표현했다. 도올이 <백암록>을 강의하다 중간에 그만뒀는데, 임제스님이 돌아가실 때 제자들 앞에서 내 전법을 잘 전해야 한다 하니 삼제스님이 스님의 전법을 잘 전하겠습니다. 걱정 하지 마십시오. 하니 임제스님이 내가 죽었다 하면 넌 다른 사람들에게 내 전법을 어떻게 전할래. 삼제스님이 왁 하고 고함을 쳤다고 한다. 도올은 이 장면에서 삼제스님이 임제스님의 의미를 몰라서 그랬다고 하지만 그 반대이다. 우리는 중도로 존재한다. 우주의 유정무정 모든 존재는 중도원리로 존재한다. 이미 부처가 되어 있는데 무슨 법이 필요한가. 내 정법안장을 내려 버렸구나, 라는 말은 그런 의미에서 인정하는 것이다. 참선해라 중도가 뭐다, 그렇게 말하는 것은 중생들에게 독을 주는 것이다. 본래 입장에서 보면 그렇다. 팔만대장경이 마구니 설이다. 부처님은 돌아가시며 나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렇게 가면 불교가 굉장히 어렵다. 그래서 내가 그렇게 말했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내가 건방을 떤 것이다. 염불 등도 수행이 된다. 금강경에 보면 아상 인상 중생상 수자상이 없어야 한다고 한다. 칭찬 등을 받고 싶어 하고 대가를 원하는 수행은 좋은 일은 되지만 수행은 아니다. ‘나다 너다’가 없는 것은 중도다 이를 이해하고 봉사를 하면 수행이다.
거사3 : 깨달음에 대해 문답하는 것이 이번 주가 두 번째다. 저번 주는 일상적인 깨달음에 대해 말했다. 교육원장 스님께서는 부파불교 등 일반불자가 알아듣기 어려운 내용을 말씀하셨다. 오늘도 마찬가지다. 한편의 논문을 잘 봤다. 깨달음이란 것이 그럴 것이다. 이럴 것이다. 문자에 나오는 것처럼 정의할 수 있는가. 남방의 교리 북방의 교리가 조금 다르다. 간화참선은 그럼 뭔가? 깨달음이란 존재 자체도 없는 것 아닌가? 오늘은 남전의 교리를 이야기 했다. 앎을 증득하는 것. 선리와 교리를 분명히 말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초적인 불교를 배우고 있는 사람에게는 과연 제대로 된 깨달음에 대한 이야기를 설명해 주는 것이 쉽진 않을 것이다. 그럼 선리와 교리를 분명히 해 달라.
고우 : 그러할 것이라고 했는데, 있는 그대로 본다는 말은 한다. 이것을 선적으로 표현하면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다. 성철스님이 그랬다. 산은 산이다. 중도를 깨달아야 이렇게 이야기 할 수 있다. 중도를 깨닫지 않고 그러할 것이다. 산은 산이다. 그런 것은 아니다. 있는 그대로 본다하는 것은 분별심을 그대로 두고 보는 것이 아니다. 깨달음을 통해서 이(理)와 사(事)가 둘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 이사무애로 들어가야 한다고 했다. 위파사나와 간화선의 다른 점을 이야기 했다. 영가스님 방에 위파사나를 비우차나라고 적혀있다. 성성적적이 되어 있을 때가 위파사나다. 위파사나의 반대가 사마타다. 적적성성이 되어 있는 상태다. 우리가 참선을 하나 위파사나를 하나 우리 성격의 의식이 성성적적 또는 적적성성의 상태로 바뀌어 간다. 이걸 나는 정화한다고 표현한다. 의식이 바뀌어 가면 본래 타고난 성격과 수행을 통해 바뀐 성격이 점점 가까워져 만난다. 그걸 깨달았다고 한다. 회복시켜가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교리와 선리를 이야기하는데 교리와 선리는 같은 것이다. 이게 다르다면 불교가 여러 개가 된다. 다섯 손가락도 하나의 손에서 나온다. 근본은 하나에서 나눠진다. 어떤 것을 하든 우리 의식이 변하는 것은 똑같다.
사회 : 여기서 마무리 하고자 한다. 고우 스님께서 마무리 말씀을 해달라.
고우 : 우리가 중도로 되어 있다고 했다. 이를 믿어야 부처님 제자다. 이를 믿고 중도가 뭔지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중도로 존재한다고 믿어야 한다. 그걸 알아 가면 위대한 존재임을 알게 된다. 자존의식 회복이다. 고귀한 존재인데 스스로 천덕꾸러기를 만들어선 안 된다. 아끼면서 행복하게 살아야 한다. 25살에 출가했다. 무슨 이유인지 잘 기억 안 난다. 스스로를 학대해 폐결핵에 걸렸다. 교회에 갔는데 목사가 나병과 폐병환자는 천역이라고 해 교회에 안 갔다. 절에 요양 갔다가 출가했다. 학대할 때는 정말 죽을 맛이었다. 강원에 가 경전을 배우며 스스로가 고귀한 존재라는 걸 알았다. 나이 적은 스님이든 신도든 누구에게도 하대를 하지 않는다. 대등한 입장에서 대하고 있다. 이번 기회에 중도가 뭔지 알아야 한다. 중도로 되어 있다고 하니, 백일법문 읽어보면 어느 정도 다 이해한다. 중도의 존재로 행복하게 살아가기를 부탁드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