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아진 푸른 하늘, 9월의 가을볕이 ‘쨍’하니 좋다. ‘희망’이라는 단어만큼이나 사랑스러운 분홍색 기념티셔츠를 입고 동국대 만해광장에 모여든 이들의 표정도 싱그럽다. 생명나눔 실천본부(이사장 일면 스님)가 매년 가을 개최해 올해로 5회 째를 맞는 희망걷기대회 참석자들 이야기다. 9월 22일 오후 2시, 초·중·고등학생 및 일반인 1,500여 명이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동국대 만해광장에 모인 희망걷기 참가자들이 개회 직전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장기기증에 대한 국민적 인식을 확대하고 생명존중의 가치를 돌아보기 위해 열린 이날 걷기대회는 만해광장을 시작으로 남산 북측순환로 왕복 4㎞를 걷는 코스로 진행됐다.
참가자들은 채 단풍이 내리지 않은 싱그러운 초록의 숲길을 걸었다. 친구·연인·가족 그리고 도반들끼리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보폭을 맞춰 걷는 정경이 분홍빛으로 남산 둘레길을 수놓았다.
낙엽이 굴러도 웃음이 터진다는 여고생들의 수다에 귀를 기울였다. 선생님 이야기, 공부 이야기, 연예인 이야기로 꽃을 피우던 여고생들은 기자와 눈이 마주치자 서둘러 말을 끊었다. 멋쩍은 침묵을 깨고 어색한 대화가 오갔다.
“어떻게 왔어요?”
“광동고등학교 2학년인데요, 친구들이랑 같이 왔어요.”
“어떤 행사인지 알고 왔어요?”
“생명나눔이요. 장기 기증하는…. 실은 작년에도 왔었어요. 이번이 두 번째에요.”
여고생들은 싹싹하게, 걷는 게 힘들기는 한데 재밌다고 말하며 씩씩하게 걸었다.


초반에 속도를 높인 탓인지 금방 속도가 줄었다. 기자를 앞질러 지나가는 참가자들을 눈으로 쫓으며 부지런히 걸었다. 노 보살 두 명이 다정하게 팔짱을 끼고 서로를 격려하며 걷는다. 손자가 앞서서 할아버지의 손을 잡고 이끌어주는 모습도 눈에 들어와 얼른 파인더에 담았다.
분홍티셔츠 일색인 가운데 도드라지는 회색 승복의, 두 비구니 스님이 눈길을 끈다. 조계종 총무원 문화국장 수진 스님과 교육원 불학연구소에서 연구를 하고 있는 효신 스님이다. 원래 걷는 것을 좋아한다는 효신 스님은 남산 둘레길이 좋아서 종종 걸으러 나온단다. 오늘은 문화국장 수진 스님의 권유로 함께 참가했다고. 덧붙여 효신 스님은 생명나눔에 장기기증 희망서약을 한 회원이라며 미소 지었다.

"할아버지, 제가 끌어줄게요."

두 비구니 스님이 학생들과 함께 행진하고 있다.

학생들과 정답게 이야기를 나누는 일면 스님(가운데).
반환점에 가까워지자 참가자들의 걸음이 점점 빨라졌다. 반환점을 돌아오는 친구들에게 “얼마나 더 가면 돼?” 묻는 소리들이 곳곳에서 들렸다. 생명나눔 실천본부 이사장 일면 스님도 중학생들, 불자들과 함께 반환점을 돌고 있다. 반환점에서 나눠준 경품 추첨권을 팔랑팔랑 흔들며 왔던 길을 돌아가는 참가자들의 걸음이 한결 가볍다.
어느덧 해가 남산 너머로 기울고, 아직 온기를 머금은 주황 하늘 아래 왕복 걷기를 마치고 돌아온 참가자들이 만해광장에 다시 모였다. 한나절 구슬땀을 흘린 대가로 참가자들의 손에는 완보증과 함께 뿌듯한 마음이 주렁주렁 들렸다.
“오늘 걷기대회를 통해 느낀 행복을 원동력으로 삼아 모두가 함께 행복하고 건강하게 사는 희망찬 사회가 됐으면 한다”는 일면 스님의 발원처럼, 참가자들은 힘들었던 일들을 모두 산에 내려놓고 맑은 공기와 밝은 웃음을 가지고 하산한 듯했다.

완주 후 완보증을 받은 어린 참가자이 활짝 웃어보이고 있다.
생명나눔은 본격적인 희망걷기대회에 앞서 생명존중 UCC·포스터 공모전 시상식과 8월 선정 환자에 대한 치료비 지원식을 거행했다. UCC 부분 대상은 왕환윤 씨의 ‘친구들의 우정’이, 포스터 부분 대상은 이동욱 씨의 ‘걸었다면’이 차지했다. 남양주 광동고등학교 댄스팀 ‘카르페디엠’과 걸그룹 ‘달샤벳’의 공연도 걷기 전 학생들의 열광적인 호응을 이끌어냈다.
이날 희망걷기대회에는 이수덕 생명나눔 실천본부 후원회장을 비롯하여 제석사 회주 종호 스님, 동국대 정각원장 법타 스님, 본부 이사인 송정 스님·정인악·윤향근 이사와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박진탁 목사, 생명나눔 홍보대사 양상문 야구해설위원 등이 함께했다.

UCC 및 포스터 공모 시상식에서 일면 스님이 시상을 하고 있다.

이날 행사에서는 8월 선정 환자들에게 치료비 지원식을 거행했다.

생명나눔은 공모전 당선 포스터를 만해광장에 전시했다.

인기 폭발, '귀요미' 홍보 캐릭터

남양주 광동고등학교 댄스팀 '카르페디엠'이 싸이의 '강남스타일'을 선보이고 있다.

걸그룹 '달샤벳'의 무대는 참가자들의 열광적인 호응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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