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이 진정 쇄신을 원한다면 현 조계종종 총무원장이 자신에 대한 풍문을 하루빨리 정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더불어 한국불교의 발전을 위해서는 조계사를 비롯한 전국 사찰들이 ‘합격발원기도’ 현수막을 내려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연대회의-재가연대 공청회에 참가한 패널들 모습. 왼쪽부터 서동석 연대회의 공동대표, 연대회의 상임대표 만초스님,정평불 사무총장 이도흠 교수, 법무법인 신아 운영대표 김형남 변호사.
7월 12일 오후 7시 장충동 만해NGO 교육센터 대교육장에서 개최된 사부대중 연대회의 공청회에서 기조발제에 나선 정의평화불교연대 사무총장 이도흠 교수(한양대)는 “만약 이 자리에 총무원장과 가까운 분이 있다면 하루 빨리 직언을 해야 한다.총무원장의 범계행위에 대한 풍문이 나돌고 있다. 총무원장이 진실을 낱낱이 밝히고 참회하지 않으면 조계종 쇄신은 한낱 ‘쇼’로 비춰질 것이다. 원장 스님께서 괴롭고 고통스럽겠지만, 이로 인해 불자들이 엄청난 충격을 받겠지만 총무원장이 진정한 불교쇄신을 위해 앞장선다면 3개월 내 소문들은 가라앉을 것이다. 그리고 총무원장은 위대한 총무원장으로 남으실 것”이라며 총무원장의 참회가 없이는 진정한 쇄신을 이룰 수 없다고 충고했다.
이 교수는 또 “어느 부처님이 다른 자식을 떨어뜨리고 내 자식만 합격시켜 달라는 기도를 들어주실까. 이것은 부처님의 뜻과 어긋난다. 합격발원기도를 부처님께서 들어주실 것이라 생각하면 무지한 것이고, 들어주시지 않을 것이라 알면서 돈을 받는다면 삿된 것이며, 중생을 혹세무민한 것이다. 영험이 있다는 기도처는 한 해에만 수십 억 원을 번다. 이 돈의 유혹에 취해 기복불교에 머무는 한 한국불교의 미래는 없다. 절이 정녕 부처님의 말씀을 따르고 그 마음에 이르러 수행정진하는 도량이라면, 조계사를 비롯하여 모든 절에서 합격발원기도 현수막을 내려야한다”고 주장했다.

공청회 발제를 통해 이도흠 교수는 "고통스럽고 괴롭겠지만 총무원장이 풍문으로 나돌고 있는 범계행위에 대한 참회없이는 쇄신안은 쇼로 치부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자본주의체제에 젖어들어 화폐증식 욕망에서 자유롭지 못한 출가자들의 문제도 지적됐다. 이 교수는 “믿음의 깊이가 돈의 크기로 대처됐다. 수행보다 불사에 더 관심을 두는 절이 점점 많아지고, 불사를 통해 재산을 증식하며 주지 재임 수단으로 자본이 이용되고 있다”며 “심지어 축적된 돈을 도박과 성매매에 사용하거나 은처와 자식들에게 빼돌리는 스님도 적지 않다. 종단 주요사찰의 주지들 4분의 3이 은처승이라고 회자되는 풍문은 이제 승가내의 공공연한 비밀이 되고 있다”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 교수의 비판에 이남재 사부대중 연대회의 대변인도 궤를 같이 했다. 그는 자유발언을 통해 “정화운동의 모토는 ‘불법에 대처 없다’였다. 하지만 은처승이 난무하다는 풍문이 사회에 회자되고 있다. 과연 풍문인지 생각해봐야 한다. 현실적 대안으로 수행승과 교화승의 구분이 필요해졌다. 교화승은 상좌를 두지 말아야 한다. 그래야 문중 이기주의 병폐가 사라질 수 있다. 스님들이 비구 선언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상적인 종단 운영을 가로막고 있는 스님들의 사유재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도 제시됐다. 이 교수는 “지난 2007년 조계종 중앙종회는 ‘사유재산의 종단귀속을 성문화해 귀속된 사유재산을 스님들의 노후복지와 교육기금으로 사용하자고 합의했지만 막대한 재산과 권력을 지닌 큰스님들이 실행에 옮기지 않아 유명무실한 종법으로 남겨졌다”며 “이 기회에 큰스님과 본사 주지, 총무원장을 비롯한 종단 소임자, 종회의원들은 모든 사유재산을 공개하고 종단에 헌납해야한다”고 촉구했다.
더불어 이 교수는 “논란의 여지가 있는 쇄신안에 대해서는 여론조사와 시뮬레이션을 해보고 모든 국민에게 문화를 개방해야한다”며 “94년 개혁의 공과 한계를 성찰해 문제점이 다시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만약 이번에 조계종이 쇄신에 성공하지 못하고 쇄신안 쇼를 하면 10년 안에 불교는 망할 수 있다”고 일침을 가했다.
토론자로 공청회에 참가한 김형남 변호사(법무법인 신아 운영대표)는 “개혁은 일정정도의 기득권화되지 않은 세력에 의한 ‘in-put'이 전제가 돼 개혁적 이념이 권력의 행정적 뒷받침과 캠페인에 의해 현실화되는 ’out-put'과정과 상호작용을 일으켜 나타나는 것”이라며 “하지만 개혁세력임을 자처한 세력들이 기득권화 돼 개혁에 대한 피로감이 증대되고, 집단지성이 실종된 것이 불교의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조계종 쇄신안의 문제점도 지적됐다. 김 변호사는 “장래를 위해 일단 출발하였다는 큰 의미가 있으나 심장발작이 일어난 사람에게 급하게 보약을 먹인 기분이 든다”며 “충분한 대중공의와 토론을 거쳐서 나와야 되는 내용들이 일시에 전격적으로 등장함으로써 앞으로 이러한 쇄신안을 갖고 갑론을박이 지속되면서 개혁적인 분위기가 퇴색될까 염려스럽다”고 우려를 표했다.
청정승가를 위한 대중결사 의장 만초 스님은 “종단 밖에서 종단 쇄신을 위해 많은 얘기가 나오고 있지만 종단이 처해 있는 상황을 놓고 볼 때 사회에서 요구하는 쇄신을 추진하기에는 구조적으로 한계가 있다”며 “몇 몇 스님들의 문제가 아닌 한국불교의 오래된 관행이 문제”라고 의견을 피력했다.
만초 스님은 “산속에 있는 사찰들은 도심사찰과 같은 기능을 수행할 수 없다”며 “조직된 신도도 없고 살림도 열악하다. 일반적, 보편적 기준의 잣대로 기준을 적용하면, 구체적으로 쇄신을 요구하면 이들은 쇄신 의지를 포기하고 방관자로 남아 스스로 패배자임을 시인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만초 스님은 “쇄신안에 대한 불신과 원인에 대해 책임이 없다고 하는 다수의 대중으로부터 쇄신에 대한 동의를 일깨우기 위해서는 선배스님들부터 먼저 쇄신 선언을 이어가야한다. 제도를 고치겠다고 선언할 것이 아니라 ‘지금의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나는 무엇을 하겠다’라는 자발적 선언이 이뤄져야 대중의 공감과 동의를 이뤄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