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름 아닌 ‘엑스포 불교관’이다. 엑스포에 참가하고 있는 내외국인들 가운데 불자들의 종교생활을 위해 마련한 공간인데, 개관 한 달여 만에 종교의 같고 다름에 상관 없이 누구에게나 푸근한 공간이 되었다.

부처님을 만날 수 있고, 명상을 할 수 있으며, 특히 연꽃처럼 화사한 미소를 가진 ‘방장’ 박선화(무애행) 보살을 만나 편안한 대화와 향기로운 차를 마실 수 있는 곳으로 불교관은 시나브로 자리매김했다.

여수 엑스포는 지난 5월 12일 개막되어 오는 8월 12일까지 계속된다. 이제 막 중반전으로 접어들고 있는 셈이다. 처음에는 다소 서먹했던 분위기도 조금씩 부드러워지고, 엑스포를 관람하기 위해 여수를 찾는 발길이 늘어나면서 덩달아 불교관도 활기를 띠고 있다.

찾아오는 불자들에게 차를 내어주는 무애행 박선화 보살. 엑스포타운 불교관의 실질적인 방장격이다.


박선화 보살은 차에도 일가를 이룬, 불교관의 기둥역할을 하고 있다.

엑스포타운에 자리한 불교관에는 박람회를 찾은 불자들은 물론 자원봉사자, 세계 각국에서 엑스포 참석차 방한한 외국인들이 찾아오고 있다. 시간이 흐르면서 조금씩 그 숫자도 늘어가고 있다. 한 눈에 봐도 편안한 쉼터이자 사랑방의 역할을 하고 있고, 더구나 유창한 영어실력을 갖춘 ‘방장님’ 인기가 입소문을 타면서 외국인 방문객도 늘어나고 있는 중이다.

엑스포타운 3층에 자리해 여수 앞바다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불교관은 43m² 규모로 결코 크지 않은 공간이다. 종교관을 설치한다는 정보를 뒤늦게 알아 부랴부랴 서둘러 법당을 꾸몄지만 없는 게 없이 잘 짜인 공간으로 손색이 없다. 무애행 보살의 개인 다구와 각종 불구들이 이곳으로 총 동원된 덕분이다.

작은 법당과 법당 마루에서 마주 앉아 정담을 나누며 차를 마실 수 있는 쉼터, 후덕하면서도 불교의 모든 것을 내외국인 누구에게든 친절하고 상세하게 알려주는 방장 무애행 보살, 그리고 그를 돕는 여수 석천사 불자들이 있기에 이곳은 언제나 웃음이 그칠 줄 모른다.

엑스포 불교관 전경. 작지만 단아한 법당이다. 이곳은 엑스포 타운 최고의 쉼터로 인기가 높다.

불교관에서 내려다 본 여수 앞바다의 아름다운 풍경.


부처님 옆에서 포즈를 취한 무애행 박선화 보살님.

불교관은 엑스포 기간 동안 상주하는 박람회 운영종사자들과 자원봉사자, 외국인들에게 쉼터는 물론 예경과 기도 공간을 제공한다는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그 기간이 3개월이니, 이곳에서 봉사하는 불자들은 하안거에 들었다는 생각으로 소임을 다하고 있다. 그러니까 무애행 보살이 ‘엑스포 총림’의 하안거를 지도하는 방장격인 셈이다.

현재 매일 수십 명의 내외국인 불자들이 이곳을 찾고 있다. 종교는 다르지만 불교의 분위기가 좋아 찾아오는 이웃종교인들도 적지 않다. 이슬람 국가인 예멘의 젊은이는 아예 매일 출석을 할 정도이고, 자원봉사자 가운데 젊은이들도 불교관을 찾는다. 불자는 아니지만 왠지 편하고 우리 문화의 바탕을 이루는 불교와 불교문화에 대한 궁금증을 풀기 위해 용기를 내어 불교관을 찾은 젊은이들이다. 찾아오는 젊은이들이 대화를 통해 불교에 대한 그릇된 선입관을 버리고 소중한 우리 문화임을 가슴으로 맞아들이는 모습을 볼 때는 온갖 피곤함이 씻은 듯 달아난다고 무애행 보살은 말한다.

불교관을 찾는 이들에게는 절하는 방법 등 불교예절 안내와 명상하는 법, 불교에 대한 설명, 차 마시는 법(다도), 연꽃등 만들기 등 문화체험 등의 프로그램이 제공된다. 그러나 이것보다 더 훌륭한 프로그램은 무애행 보살을 비롯한 석천사 불자들의 따뜻한 미소와 넉넉한 마음씨일 것이다.

불교관의 '방장' 무애행 보살은 ‘여수문화관광해설가’로 활동 중인 적극적인 성정의 소유자이다. 고등학교 시절에 광주 원각사 불일불교학생회에 가입하면서 불연을 맺은 이후 대학에 진학해면서 시들해졌다. 그러나 그의 불심은 여수로 시집을 와서 살면서 절에 열심히 나가던 아들 친구의 엄마를 통해 석천사 진옥 스님을 만나면서 불꽃에 굶주렸던 마른 장작처럼 타올랐다.

무엇이든 확실하게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성격인 그는 마치 스폰지가 물을 빨아들이듯 불교공부에 빠른 진척을 보였다. 기초교리를 공부할 때 그의 남다른 열성을 간파한 진옥 스님이 더욱 관심을 갖고 지도를 해 주셨고, 그 덕분에 그의 불교실력은 일취월장할 수 있었다.

이후 스님의 신임을 받은 무애행 보살은 석천사에서 개설한 불교학교의 교사로 활동했고, 지금은 스님을 따라 다람살라를 방문해 달라이라마 존자의 가르침을 받고 수계제자가 된 이후에는 하루도 빠짐없이 달라이라마 존자의 법문을 듣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지도자 달라이라마 존자의 설법을 듣노라면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단다. 더구나 영어 공부까지 저절로 되니 영어를 공부하고 싶은 불자들은 달라이라마 존자의 법문을 들어보라고 권하기까지 한다.

국제행사를 하다보면 가장 어려운 것이 언어의 소통문제이다. 다른 종교에 비해 언어분야에 취약한 불교계에서는 이 문제가 늘 골칫거리였다. 그러나 여수 엑스포 불교관 만큼은 다르다. 무애행 보살의 영어 실력이 탁월해 찾아오는 외국인들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기 때문이다.

유창한 언어로 우리 문화와 특히 한국불교와 불교문화를 설명해줄 땐 신바람이 난단다. 사실 매일 달라이라마 존자의 영어 설법을 들은 것에는 엑스포 기간 동안 불교관을 맡아 운영할 것에 대비해 불교영어를 미리 공부해둬야겠다는 생각도 있었다.

지난 5월 엑스포 불교관 개관식이 있던 날, 세계불교도우의회 한국대회 집행위원장을 여수 석천사 주지 진옥스님은 “이번 엑스포를 통해 한국불교가 세계에 알려지고 국민들이 행복해 지는 계기가 되길 발원한다”고 말했다. 스님의 그 발원을 무애행 박선화 보살을 중심으로 석천사의 불자들이 충실히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불교관은 매일 오전 8시부터 오후 10시까지 개방하며 매주 금요일 오전 10시 법회를 봉행한다. 총 93일간 펼쳐지고 있는 여수 엑스포는 전 세계 105개국이 참가하며, 1000만 명에 이르는 국내외 관람객이 여수를 방문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