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최근 조계종 등에 대해 대대적인 조사에 나선 것을 두고 조계종이 “불교계를 마치 비위집단으로 몰아가는 식의 조사”라며 반발하는 모양새다.

이는 이른바 숭례문 부실복원 사건 이후 박근혜 대통령이 문화재 전반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지시한 데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국회 역시 숭례문 문제를 계기로 문화재 유지·보수 실태에 대한 감사를 결의한 바 있으니 행정·입법부가 모처럼 문화재 관련 한 목소리를 낸 것이다.

조계종 집행부는 숭례문 부실 복원이 문화재를 가장 많이 보유한 불교계로 튀었다는 인식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문화재 유지·보수 실태에 대한 정부의 감사 및 조사는 지난 9월부터 일부 사찰에서 있어온 것으로 반드시 숭례문 부실 복원의 불똥이라고 보기만은 어렵다.

감사원은 최근 문화재 관련 국고보조금 사업에 대한 감사계획을 최근 조계종 기획실로 알려온 것으로 전해진다. 일단 감사대상은 단일사업으로 10억 원 이상의 국고보조금이 지급된 문화재 관련 사업으로 정해졌다고 한다. 또한 업체 선정 등을 놓고 잡음이 불거졌던 총무원 문화부가 주관하고 있는 전통사찰 방재예측시스템 구축사업도 주요 감사대상에 포함됐다는 소식이다.

감사원은 시·군청 등 전국의 행정 관서를 통해 관련 자료를 넘겨받아 대상사찰을 일부 확정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 같은 정부 각 기관의 움직임에 총무원 등은 사찰이 특별단속 대상에 포함한 것에 불쾌감과 반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심지어 군대가 전국의 사찰에 난입한 10.27법난에 이은 박근혜 정부의 불교탄압으로 보는 시각도 있는 모양이다. 일부에서는 대정부 규탄대회를 열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불만의 소리도 나온다고 한다.

불교포커스에 따르면,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은 전국 사찰에 대한 경찰 조사가 진행된다는 보고를 받고 ‘불교를 비위집단으로 보는 10.27법난에 준하는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며 ‘강하고 의연하게 대응하라’는 내부 지시를 시달했다. 지난 12월 11일 인사차 예방한 유진룡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도 이 같은 종단의 입장을 전달했다는 것이다. 전국 교구본사 주지스님들의 모임인 교구본사주지협의회도 12월 18일 긴급회의를 소집했다. 정부의 문화재 사찰에 대한 조사와 감사에 대한 사항을 논의하기 위해서다. 본사주지들이 상당히 격앙되어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그러나 교계 일각에서는 조계종 집행부와 본사 주지들의 반발을 납득하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국고를 받아서 문화재의 유지·보수에 사용한 것에 대해 당당하게 감사를 받지 못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반발을 하면 국민들로부터 무엇인가 구린 데가 있어서 반발을 한다는 인상만 줄 뿐이라는 것이다. 교계 일각에서는 외려 이번 기회에 정부의 문화재 유지·보수 정책에 대한 불교계의 의견을 전달하고, 보다 효율적인 정책 수립을 위한 현장의 견해를 전달할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하다.

또한 전체 사찰에 비해 극소수에 해당되는 사찰에 대한 정부의 감사를 불교계 또는 종단 전체에 대한 압박이나 탄압으로 몰고 가려는 것도 견강부회에 해당된다는 견해도 있다.

만에 하나 문화재 유비·보수를 목적으로 받은 국고를 정확하게 집행하지 않았거나 지적을 받을 내용이 있다면 마땅히 그에 따른 책임을 져야 하고, 감사 결과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면 불교계의 문화재 유지·보수의 투명성과 공공성을 내외에 과시할 수 있는 기회로 삼으면 된다는 것이다.

예비 감사를 받은 한 사찰의 주지스님은 조사를 나온 정부 공무원에게 문화재 유지·보수와 관련해 현장의 소리를 정확하게 전달해 외려 정부 관계자로부터 고맙다는 인사를 받았다고 전했다. 이 스님은 당당하고 떳떳한 데 감사면 어떻고 조사면 어떠하냐는 것이다.

국민의 세금인 국가의 예산이 투입된 사업에 대해 국가가 감사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이를 두고 불교탄압이나 불교압박으로 사건의 내용을 호도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국고보조를 받는 일부 사찰에 대한 감사를 마치 불교계 전체의 탄압으로 둔갑시키려는 것은 어떤 이유로도 순수해 보이지 않는다. 문제가 드러나면 시정하면 되고, 책임질 일이 있으면 책임지면 된다. 또한 불교문화재(성보) 유지·보수 사업에 투명하게 국고집행이 되었다는 사실이 확인되면 국민적 신뢰를 높아지는 것인데, 이를 두고 ‘법난’ ‘대정부 규탄대회’를 운운하는 것은 볼썽사납다.

조사를 받는 것이 썩 달가운 일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를 탄압이나 법난으로 몰아가는 것은 삼가는 것이 옳다. 총무원 집행부와 해당사찰들은 당당하게 조사 받으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