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일이 잘 되려면 그 일의 개념과 시작과 중간과 끝이 좋아야 한다. 그리고 그 일을 추진하는 방법론이 좋아야 하고 추진 도구인 시스템이 좋아야 한다.

유교 5백년의 압제에서 벗어나자마자 일제의 압박을 받았던 불교계는 승가의 공의를 추진하는 기구를 만들었다. 25년에 설립한 조선불교조계종 중앙교무원(敎務院)이 그것이다. 37년에 선교양종 종무원(宗務院),40년 조선불교조계종 총무원(總務院)으로 변화했다.

불교업무 또는 교화업무를 담당하기에 교무원, 종단 도는 최고의 업무를 담당하기에 종무원 그리고 전체업무를 담당하기에 총무원이라고 이름이 변해온 것이다. 이후 종단의 이름은 달라지고 나누어졌지만 지금까지 총무원이라는 이름은 이어지고 있다. 밀교종단은 통리원(統理院)이라는 이름을 쓰고 있다. 종단의 모든 업무를 총괄하는 기구가 총무원(總務院)이고 총무원의 수장이 총무원장이다.

이름이 가진 뜻이 제대로 되어야 하는데 처음 교무원이나 종무원은 불교의 이미지가 들어있으나 총무원이라는 이름은 그 안에 불교 또는 종단의 의미가 없다. 그러다 보니 세속적인 일을 하면서도 그것이 세속적인 것인지 모르고 하고 있다. 그런데도 총무원장이 종단 또는 불교를 대표하는 행정수반에 불구함에도 수행자의 표상으로 오해해서 삶의 지침을 내려달라고 쳐다보고 많은 스님들이 그 직을 꼭 해봤으면 하는 목표로 설정하는 우스운 일이 벌어지고 있다.

개념이 분명하고 이름 안에 그 뜻이 들어있지 않으면 제대로 된 일을 추진하기 어렵다. 따라서 불교의 종무행정기구를 현재의 세속사무 지향적인 내용을 지양하고 출세간의 전법포교를 최우선 목표를 삼는 체제로 바꾸어야 한다. 총무원(總務院)이라는 이름은 썩 바람직하지 않으므로 ‘붓다의 법을 전하는 곳이라는 뜻’의 전법원(傳法院)으로 바꿔야 한다. 지금처럼 기획실이나, 총무부를 중요 부서로 하는 것이 아니라 전법, 포교의 업무를 중요부서로 하며 총무, 재무 등의 업무부서는 목적사업을 돕는 보조 부서로 하여야 한다.

또한 종정(宗正)을 모시는 것도 제대로 살펴야 한다. 종단의 최고 정신적 지도자인 종정의 임기를 행정가인 총무원장처럼 두는 것은 모순이다. 추대할 때 문중이나 계파의 이익을 도모하는 세속적인 방식을 추구한다면 이는 아주 잘못된 것이다. 반드시 종단의 원로 또는 대의 기구에서 대중공의를 통해 종정이라는 이름에 걸맞는 분을 제대로 모셔서 종신(終身)하게 해야 한다. 건강과 의식에 문제가 없는 한 평생 종정으로 모셔야만 그분의 수행이력과 교화정신을 따라 종도들이 살아가고 불자들과 사회 사람들이 삶의 나침반을 삼고 시름을 잊게 하는 풍경소리로 삼게 할 수 있다. <<STRONG>태고종 총무원 전 부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