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여 인파가 12월 11일(일요일) 오전 서울 효창동 백범기념관으로 모여들었다. 명진 스님(전 봉은사 주지)을 회주로 한 재가불자들의 모임 단지불회의 12월 법회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이날 법회는 명진 스님의 새로운 책 <중생이 아프면 부처도 아프다-서이독경(鼠耳讀經)>의 출판기념회를 겸해서인지 더 많은 사람들이 참석했다.

책의 제목처럼 이날 법회가 열린 백범기념관에도 아픈 중생들이 있었다. 어버이연합 소속 노인들 50여 명이 단말마처럼 악을 쓰며 법회를 방해하려 달려들었다. 그들이 외치는 소리가 어떤 것이든, 그것은 중생의 아파하는 소리였다. 그 모습을 명진 스님은 처연한 눈길로 바라보고 있었다.

1천여 대중이 동참한 <중생이 아프면 부처도 아프다>출간기념 12월 단지불회 법회에서 법문을 하고 있는 명진 스님. 사진=단지불회 제공

그들의 소란으로 법회는 예정보다 10분 늦은 10시 10분 경 시작됐다. 지난 4월 봉은사를 나온 후 법회장소가 마땅치 않아 서울 남산 소나무 숲이나 동국대 대각전 앞 공터, 제천 보광암 앞에 임시로 마련한 천막 등에서 법회를 보아야 했던 단지불회 소속 불자들은 오랜 만의 지붕이 있는 공간에서 법회를 여는 것이 몹시 반가운 듯 했다.

이런 불자들의 마음을 읽었는지 명진 스님은 새로운 법회장소 마련을 공언했다. 후년 3월까지 어떤 방법으로든 새로운 법회공간을 마련하겠다며 불자들의 동참을 당부했다.

“지붕 아래에서 법회를 여니 감회가 새롭다. 단지불회는 재가불자가 중심이 되어 이끌어가는 조직이다. 저는 열심히 정진하고 공부해서 부처님의 가르침을 전하고 함께 수행하는 역할을 하겠다. 그 장소는 여러분이 만들어주어야 한다. 그리고 그 공간을 이끌어가고 운영하는 주체도 주인도 여러분이어야 한다. 스님이 모든 것을 다 알아서 하는 불교는 이제 그만 사라져야 한다. 재가자가 중심이 되고 주인이 되는 불교, 그것만이 한국불교의 희망이다.”

명진 스님의 역설에 단지불회 불자들은 큰 박수로 화답했다. 내후년까지 우리의 법회공간, 수행공간이 마련될 수 있도록 남대문 시장, 동대문 시장을 돌며 탁발이라도 할 각오라며, 여러분들이 이 잘난 스님과 함께 공부하고 정진하고 싶다면 열심히 동참해야 한다는 조크에 법회장에는 폭소가 터져나왔다.

일요일 오전인데도 불구하고 1000여 명에 이르는 불자들이 법회에 동참했다. 명진 스님을 향한 불자들의 식지 않은 인기를 다시한번 입증해 보였다.


대중을 웃기고 울리는 특유의 달변, 달변 속에 깃든 고구정녕한 법문내용이 누구도 흉내내기 어려운 명진스님만의 설법 특징이다.

이따금씩 바깥에서 어버이연합 노인들의 고함소리와 욕설이 들려왔지만, 명진 스님은 개의하지 않았다. 외려 그들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덕담을 건넸다.

“오늘 좀 시끄럽다. 오늘 여기까지 오신 어른들은 이 인연으로 법회를 같이 한 것과 같은 공덕을 얻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분들에게도 다 부처님의 자비가 같이 하기를 기원한다.”

대중법문의 달인답게 명진 스님은 이어 중국의 고승 운문선사의 법문을 소개하며 분위기를 자연스럽게 전환시켰다.

“‘만일 내가 부처가 태어난 그 때 그 자리에 있었다면 한 방에 때려 죽어서 저 마당의 개새끼가 먹도록 던져주리라’, 이 법문은 운문선사가 초파일 법문으로 한 것이다. 운문선사는 부처가 무엇이냐고 묻자, 간시궐, 즉 마른 똥 막대기라고 답했던 스님이다. 어떤가. 불교는 이런 것이다. 다른 종교와는 차원이 다르다.”

명진 스님은 이 대목에서 최근 ‘21세기 아쇼카 선언’을 무리하게 추진하는 것을 겨냥해 비판의 발언을 내놓았다.

“혹자는 기독교와 불교의 진리가 같다는 식의 말을 한다. 종교화합을 하겠다는 것은 이해가 가나 그 근본은 다른 것이다. 며칠 안 있으면 크리스마스가 되는데 어느 목사가 크리스마스 설교에서 이런 식의 설교를 했다면 그 목사는 죽는다. 기독교에서는 가능하지 않다는 말”이라고 덧붙였다.

명진스님의 신간 <중생이 아프면 부처도 아프다-서이독경>을 구입하고 있는 불자들. 명진스님의 책은 현재 교보문고 상위권에 랭크되어 있다.

명진 스님은 운문선사와 같은 대선지식이 얼마든지 더 많다며 목불을 쪼개 군불을 지핀 단하선사의 일화를 소개했다.

“단하선사가 어느 절에 들러 하룻밤 머물게 되었는데, 방이 추워서 군불을 지피려고 나무를 찾다가, 법당에 모셔져 있는 부처님(목불)을 들고 나가 도끼로 쪼개서 군불을 지폈다. 다음날 아침 원주가 예불을 드리려고 법당에 가보니 부처님이 없어졌다. 객방에서 자는 단하선사의 짓임을 안 원주는 이 사실을 주지스님에게 알렸고, 주지 스님이 단하선사를 찾아가 따졌다. 그러자 단하선사가 눈 하나 꿈벅이지 않고 태연하게 대답했다. 석가모니는 죽어서 사리를 많이 남겼는데, 이 절의 부처도 사리를 남겼나 찾으러 가자고. 그러자 주지가 말하기를 목불에서 무슨 사리가 나오느냐고 대꾸하자, 단하선사는 이렇게 말했다. 사리도 나오지 않는 나무토막을 태웠는데 왜 나를 탓하는 것인가? 단하선사의 이 말에 주지는 크게 깨달음을 얻었다. 이것이 불교다. 불교의 핵심이 이 일화에 다 들어 있는 것이다.”

명진 스님의 불교를 바르게 믿는 것은 이런 정신이 일상의 삶 속에서 실천되고, 삶을 대하는 태도가 이래야 한다고 강조했다. 껍데기, 위선, 거짓 이런 것에서 우리가 얼마나 자유로울 수 있는가가 우리의 삶의 기준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대중들은 박수와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스님의 설법을 지지하고 받아들였다.

이어 명진 스님은 예외 없이 MB를 향한 거침없는 비판을 날렸다.

“살아온 삶의 모습이 모여 나를 만든다, 성질 많이 낸 사람은 눈이 약간 찢어지면서 독사같이 생기게 된다”고 말문을 연 명진 스님은 “꼭 사기꾼같이 생긴 사람 있지 않느냐. 보기만 해도 어쩜 그렇게 생겼을까. 주어는 없다”라며 힐난했다.

“좋은 책 한 권 안 읽고 깡통인데, 든 것도 없고, 무식해. 법정수님의 '무소유'를, 출판사를 들고 다니면서 봤다는 사람이 있다. 주어는 없다. 책을 안본 것이다. 책을 안본 거.”

거침없는 입담은 조금도 변함이 없었다. 명진 스님은 이어 사기꾼에 대한 설명을 이어갔다. “사기는 세상을 그르치는 가장 큰 범죄 행위이다. 이제 이런 거짓에 대한 준엄한 징계 내지는 비판을 요구하는 시대가 됐다.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규제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데 SNS가 민심이고 천심인데 억지로 세상을 바꾸겠다고 한다.”

명진 스님은 정치권력이 괴담으로 규정지은 게 거의 다 진담이고, 진담이 거의 괴담이 되고 있다며 “지도자에 대한 믿음이 무너지면 그 조직은 더 이상 유지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명진 스님은 “만일 제가 여러분을 속이고 거짓말을 하면 여러분들이 일요일 날 아침에 이곳에 오셨겠느냐”며 “그래서 제 말 한마디 한마디에 굉장히 조심하고 있다. 저는 억지로 폼 잡고 뭔가 있는 젊잖은 스님으로 행세할 생각이 없다. 저는 여러분과 함께 웃고 울고 인생의 고통을 함께 해결해나가는 도반이 되고 싶은 것이다”고 밝혀 박수갈채를 받았다.

명진 스님은 이어 지난 12월 4일 광주에서 열린 인터넷 라디오 방송(팟캐스트) ‘나는 꼼수다’의 콘서트에 게스트로 출연한 사실을 소개하며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나, 정봉주 깔때기(모든 화제가 다 자기자랑으로 귀결된다는 뜻)나, 김용민 목사아들 돼지나, 주진우 기자나 이 네 사람을 보면 이들이 바로 이 시대의 선지식(善知識)이라고 생각되었다”고 말했다. “그들이 나꼼수 방송을 하며 던지는 순간적 반전들과 발상의 전환들은 실로 대단한 것이며, 이런 반전과 발상의 전환은 선문(禪門)의 그것과 다를 게 없었고, 선문의 격(格)밖의 소식을 말하는 언어구사가 터져 나왔다”며 “그래서 우리가 나꼼수에 환호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명진 스님은 “나꼼수 4인방들과 함께 콘서트를 하며 보다가 속으로 ‘저것들을 다 (머리) 깎여서 중을 만들까’도 생각했다”며 “제자들을 두려면 그런 사람들을 둬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해 거듭 대중의 폭소를 이끌어냈다.

명진 스님은 “나꼼수 광주콘서트에서 내책 <중생이 아프면 부처도 아프다>는 김어준의 <닥치고 정치>와 정봉주의 <달려라 정봉주>와 같이 ‘허접한’ 책과는 질이 다른 책이라고 했더니, 나꼼수 4인방이 ‘스님 깔때기’가 나왔다고 난리를 쳤다”며 “그들이 나를 쳐다보는 느낌이 한 없이 경외하는 눈빛이었다. 김어준이 나꼼수 본방에도 초청하겠다고 했다”며 ‘스님 깔때기’로서의 면모를 과시하며 잇단 박수를 유도했다.

폭소가 그치지 않자 신바람이 났는지 명진 스님은 계속해서 ‘스님 깔때기’로서의 면모를 이어갔다.

“사실 지난번에 낸 책 <스님은 사춘기>라는 책이 대단한 책이다. 대를 이어 물려가며 읽어야할 책이다. 영어와 일어, 독일어, 중국어로 번역이 되어 세계가 읽어야 할 책이며, 최소한 100만부는 팔렸어야 할 책이다. 그런데 왜 4만부에서 끝났는지 모르겠다. 이런 좋은 책을 몰라보는 국민의 무식함에 치가 떨린다(웃음)”고 너스레를 떨었다. 명진 스님은 이어 <중생이 아프니 부처도 아프다>는 책도 MB시대를 관통하는 필독서라고 잔뜩 추켜세웠다. “책은 자고로 재미있어야 하고, <중생이 아프면 부처도 아프다>는 책은 재미가 있는 책”이라고 ‘깔대기’를 이어간 명진 스님은 “책이 재미가 없다면 내게 가져와라. 책값의 10배를 쳐주겠다. 그러나 평생 저주하겠다(웃음)”고 특유의 조크를 터뜨렸다.

명진 스님은 오늘 12월 24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 있는 서점 ‘반디앤루니스’에서 열려던 ‘저자화의 대화’가 돌연 무산된 것에 대해서도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명진 스님은 “서점에서 처음엔 ‘그렇게 하자(저자와의 대화를 열자)’고 해놓고, 나중에 그걸 못하겠다고 취소했다”며 “저같이 유명한 베스트셀러 작가가 사인회 한다고 하면 책이 몇 권이라도 더 팔릴텐데”라고 말했다. “그렇게 된 이유는 (알고 보니) 코엑스 사장이 MB와 엄청 가깝다더라. 참 치사하죠”라고 덧붙였다. 코엑스 홍성원 대표는 이 대통령이 현대건설 회장으로 재직한 때 현대건설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명진 스님은 이어 “우리 모두 속이지 말고 살자, 생긴 대로 살자”며 “여름에는 수박이 맛있고, 겨울에는 호박이 맛있는 것인데, 왜 ‘호박에 줄긋는다고 수박돼나’라는 말이 생겼는지 모르겠다. 수박은 수박의 호박은 호박의 제 맛을 찾는 것이 바른 것인 것처럼 사람도 자기자리를 찾아 자신답게 살아가라는 것이 부처님의 가르침”이라고 강조했다.

“만해의 제자인 욕쟁이 고승 춘성 스님이 입적해서 화계사 뒤에서 다비식을 할 때 많은 신도들이 지장보살 염불을 하는 것을 보고, 제가 나서서 ‘천하의 이춘성이가 입적을 했는데 지장보살 염불이 웬말이냐. 춘성 선사의 열반을 축하하는 전국수좌 노래자랑을 하자’고 제안해 실제로 노래자랑을 했던 적이 있었다”는 일화를 소개한 명진 스님은 “왜 꼭 선법문에 주장자를 3번 쳐야 되느냐, (안경을 벗으며) 이렇게 윙크 세 번 하면 안 되는 것이냐”며 “이런 자유로움이 나의 살인적인 매력”이라고 말했다. 단지불회 회원들은 끝없는 자기성찰 속에서 자기의 가치를 창출해나가는 지혜로운 불자가 되어야 하며, 스스로를 어떤 틀에 가두지 말고, 주체적으로 자주적으로 살아가야 한다는 법문이었다.

“금단청 은단청을 하고 수십억을 들여 법당을 아무리 잘 지어놓아도, 그 안에 정법이 없다면 마구니의 소굴과 다를 게 없다”고 일갈한 명진 스님은 한창 공부하던 시절, 성철스님과 서암스님 등 조계종 전 종정과의 법거량 이야기를 들려주며, 치열한 구도심으로 살아온 것처럼 앞으로도 단지불회와 함께 열심히 정진하며 한국불교의 희망을 일구어가겠다고 약속했다.

법회를 마친 명진 스님은 반갑게 찾아와 인사를 하는 불자들과 일일이 기념촬영을 한 뒤 어버이연합 소속 노인들의 돌발 행동에 대비해 경찰의 호위를 받으며 12시 경 백범기념관을 떠났다.

단지불회는 내년 1월 중순 경 서울에서 콘서트 형식의 법회를 갖겠다고 밝혔다.

*서평 <중생이 아프면 부처도 아프다>

명진 스님이 들려주는 사회성찰 이야기

“명진 스님, 세상과 소통하다.”

세상의 거짓에 대한 준엄한 죽비소리와 오로지 물질적으로만 잘 살려고 하는 우리시대의 욕망에 대해 도덕적 성찰을 담은 사회성찰이야기가 책으로 발간됐다.

<중생이 아프면 부처도 아프다>(말글빛냄)는 시대를 앞서가는 혜안과 거침없는 행동으로 세상을 뜨겁게 달군 명진 스님의 두 번째 책이다.

첫 번째 책 <스님은 사춘기>가 주로 성장과정과 불가의 수행이야기를 담고 있다면 이번 책은 지난 MB정부 4년간 스님이 세상과 소통하며 MB와 MB정부를 바른 길로 인도하기 위해 던진 사회성찰 이야기를 담고 있다.,

명진 스님은 이 책에서 우리에게 두 가지 메시지를 던진다.

첫째는 이명박 대통령과 MB정부의 거짓과 잘못에 대해 통렬하게 비판하고 도덕성을 촉구한다. 2008년 이명박 대통령 취임 전 명진 스님이 MB에게 준 첫 번째 화두도 허언필망(虛言必亡)이다. “거짓말하는 사람은 필히 망한다”는 가르침이었다.

일부에서는 ‘종교인이 왜 현실에 참여하고 정치적 발언을 하느냐’는 분도 있다. 그러나 명진 스님의 대답은 분명하다. ‘중생이 아프면 부처도 아프다’는 것이다.

불교는 끝없는 자기 성찰을 통해 올바른 깨달음의 세계로 가게 하는 역할이 있다. 옳고 그름을 따지고 치우치지 않는 사고력으로 세상의 흐름을 함부로 흘러가지 않게 할 의무가 있다. 세상이 아프면 더불어 아픔을 느낀다. 부처님은 악을 나무라고 선을 권장하는 ‘파사현정’(破邪顯正)을 말했다. 잘못된 것에 대한 꾸짖음이 사회 정의를 세우는 길이다. 그럼 점에서 세상의 굴레로부터 자유로운 스님이 다른 사람보다 열심히 현실 문제를 비판해야 한다는 것이다.

더구나 대통령의 불행은 국민의 불행이다. 그런 점에서 MB에 대한 비판은 자비의 죽비다. MB에 대해 비판하는 것은 단순히 MB 한사람이 미워서가 아니다. MB는 이 나라 대통령이다. 나라를 끌고 가는 사람이다. 그가 어떤 길을 가느냐에 따라 우리 국민의 행불행이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MB가 바른 길로 나갈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한다.

명진 스님은 국정의 최고 지도자는 마음을 텅 비워놓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자신만의 것으로 모두 채워놓으면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가 들어갈 틈이 없다. 자기 편한 사람, 자기 편들어주는 사람의 말만 들으면 그 사람들만의 대통령이 되는 것이다. 국민의 대통령이 되려면 자기 것을 버리고 비워서 그 속에 국민들이 들어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래서 스님은 이명박 대통령과 MB정부가 듣기 싫은 말이라 배척하지 말고, 수행이 덜된 스님이 한 말이라고 고깝게 듣지 말고 ‘저런 이야기를 묵직하게 해주는 스님이 고맙구나’라는 폭넓은 아량을 가져주길 기대한다.

사람이 가지고 있는 ‘자기가 옳다’는 고정관념과 자기 집착이 사회와 주변을 힘들게 한다. 자기 성찰이 없다면 그것만큼 무서운 것도 없다. 명진 스님은 말한다.

“수행자가 고준한 법문으로 기억돼야지, MB비판한 것으로 회자되다니 싶기도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그런 말들로 위로 받는 단 한사람이라도 있다면 그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다.”

둘째는 물질적 욕망에서 벗어나 모두의 성찰 속에서 새로운 희망을 찾자는 것이다. ‘부자 되게 해주겠다, 잘 살게 해 주겠다’는 말에 속아 도덕성과 청렴성이 하나도 없는 사람들을 국회의원으로 뽑고 대통령으로 뽑은 우리 모두의 반성과 성찰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가르침이다.

MB시대에 와서 오로지 부자가 되는 것이 행복해지는 길이라는 착각 속에서 더 많은 것, 더 편한 것을 추구하고 있지만, 부자가 된다고 해서 진정으로 행복해지는 것은 아니다. 욕망만 쫓아 살고 있는 우리 모습은 마치 울타리 안에 주인이 주는 밥 얻어먹고 때로는 매질도 견디면서 사는 가축과 같은 삶이다. 우리가 좀 더 나은 세상을 꿈꾼다면 오로지 물질적으로 잘 살려고 하는 욕망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것을 극복하지 않고는 더 나은 세상으로 건너갈 수가 없는 것이다.

그래서 명진 스님이 MB비판을 통해 구하는 것은 결국 중생의 행복이다. 이것은 단순히 물질의 풍요를 통한 행복 추구가 아니다. 사람 사이의 신뢰가 있고 도덕이 있고 서로 돕고 사는 살 맛 나는 세상이어야 행복한 세상이다. 욕망이 질주하는 이 시대가 MB 한사람만의 잘못은 아니다. 하지만 일벌백계라는 말이 있듯 MB를 통해 우리 시대를 성찰해볼 수 있다. 여러 사람이 힘과 지혜를 모아서 나라를 좋은 나라로 만들어가야 하는데 도덕과 신뢰가 없이 이게 가능한 것인가? MB 비판을 통해 MB의 잘못도 고쳐야겠지만 MB를 뽑은 우리 시대의 욕망에 대해서도 성찰해야 하는 것이다. 명진 스님은 이 책에서 이 점을 누누이 설파한다.

“사람이 물에 뜨려면 몸에 힘을 빼야 하듯, 불가에서 말하는 해탈의 경지에 이르려면 마음속에 있는 불필요한 힘을 빼야 한다. 마음에 힘을 빼고 끝없이 자기 성찰을 해야 한다. 성찰 없는 집착이 우리사회의 여러 갈등을 유발시키고 있다. 자기를 비우면서 세상을 바라보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그것이 사회를 바꾸는 기본 자세이다.”

잘못된 행동을 하는 사람을 보면 사정없이 따귀를 갈기는 것이 불가(佛家)의 자비이고, 이명박 정부의 잘못과 우리의 그릇된 욕망에 대한 스님의 비판 역시 엄청난 자비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으로서는 그런 스님의 가르침을 만나는 것만으로도 기쁨이다. 1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