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사회정책연구소 법응 스님이 조계종이 오는 11월 29일 조계종 총무원장을 통해 발표될 예정인 종교평화 실현을 위한 불교인 선언-21세기 아쇼카 선언 수정안을 입수해 분석하고, 이의 중단을 강하게 촉구하는 장편의 기고문을 보내왔다. 법응 스님은 수정된 아쇼카 선언의 내용을 살펴본 즉, 일부 표현을 바꾸기는 했지만 기존의 선언문이 가지고 있던 문제점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으며, 석가모니 부처님의 가르침을 미진만큼이라도 위배하는 선언문은 결코 발표되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법응 스님의 기고문 전문과 법응 스님이 입수한 수정된 아쇼카 선언문을 소개한다. <편집자>

불교사회정책연구소 법응스님.

지난 8월 23일 총무원장스님이 당연직 총재인 ‘대한불교조계종 자성과 쇄신 결사추진본부’ - 화쟁위원회-(위원장 도법 스님/ 이하 추진본부)는 ‘종교평화 실현을 위한 불교인 선언 -21세기 아쇼카 선언-’(이하 선언문) 초안을 발표했습니다.

이 선언문에 대해 신학적으로 접근한 종교다원주의에 기반하고 있고 그러한 신학적 종교다원주의의 사실상 교본과도 같은「바아르 선언(Barr Statement)」과 그 맥락을 같이하며, “성스러운 공의회의 교부들과 더불어 일을 영구히 기념하기 위하여 ‘타 종교에 대한 교회의 태도’를 선언하는 바이다.” 라고 한 제2차 바티칸 공의회 ‘비 그리스도교에 관한 선언’의 핵심과도 같은 맥락이라는, 다시 말해 타종교의 활동을 모방과 동조하는 것이라는 의혹을 강력하게 제기했습니다.

이에 추진본부는 선언문을 완성해서 종정예하, 원로회의의 인준을 받아서 11월 29일 공포할 예정이라 합니다. 이에 다음과 같은 이유로 선언문은 원점에서 출발해야 함을 천명합니다.

이러한 주장에 대해 너무하거나 지나치다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불조혜명과 종지보호’에 관한 사항으로 타협이나 양보할 사안이 아니라는 것이 신념입니다. 자칫 총무원이 한 순간의 실수로 인해 한국불교계와 조계종 그리고 사부대중을 ‘5백 생 여우의 인과’에 얽매이게 하는 업보를 스스로 조장하는 결과가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화쟁위원회 관계자는 ‘11월 17일부터 종단 주변에 회람된 선언문’이 완성본이 아니라고 주장함에 일단 그 의견을 존중해서 입수 한 문건이 완성본이 아님을 전제합니다.

그러나 완성본에 접근 할 수 없는 입장에서, 일단 그것이 미 완성본이라 해도 회자된 내용은 또 다른 의견수렴의 과정이라고 자의 적으로 선의 해석 하에 입수한 문건의 내용을 분석해서 다음과 같이 주장합니다.

다음

첫째, 최종 완성본에 많은 수정을 했다 해도 기 초안이 ‘신학적 종교다원주의에 사실상 기반 한 내용’으로 그것을 백지화 하지 않고서는 완성본도 역시 문제를 내포할 수밖에 없습니다. 미진만큼이라도 문제가 있는 선언문을 종정예하와 원로대종사님께서 추인 시 종단은 물론 한국불교계가 이(理)와 사(事)적으로 대 혼란이 예상 됩니다. 근본가르침의 문제로, 종지 부재현상이 발생 가능합니다.

둘째, 지난 8월 23일 추진본부는 초안이라며, 위원장인 도법 스님이 현수막을 걸고 규모급 발표를 하고 관계자들이 연이어 일간지에 투고를 하고 인터뷰에 응했습니다.

이미 조계종이 종교신학적 종교다원주의에 동의한다는 것을 만방에 천명한 것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이는 초안의 내용이 사회적으로나 개인적으로 일차 인식과 각인된 바는 사라질 수가 없습니다.

즉 조계종의 기구가 기독교의 사조(思潮)에 사실상 동의하는 선언의 행동을 했음을 주목하는바 이에 대한 해명 또는 그 이상의 책임을 져야 합니다.

셋째, 불교인 선언을 하려면 광범하고 제대로 된 의견수렴의 절차는 물론, 다양한 분야의 불교학자들로 집합체를 구성해서 과거와 현재를 조명하고 미래를 예측하여 제대로 된 내용으로 선언문을 만들어야 하는데(바아르 선언문은 40명이 4년여에 걸쳐서 작성), 왜 소수의 인사들이 불과 몇 개월, 몇 번의 모임으로 작성해서는 안 됩니다.

선언문에 ‘불교인’이라며 마치 전체 한국불교도가 다 동의 하는 식의 선언은 그 자체가 독단이며 또 다른 독선에 의한 폭력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넷째, 한국사회에서 종교간 갈등은 거의 대부분 기독교계 인사에 의해 자행되었으며, 사실상 공적 영역에서의 문제도 장로 대통령의 인사정책과 정권의 묵인방조가 주원인이며 씨앗의 역할을 했다고 보아야 합니다.

특히 회자된 문건의 내용 중 “그동안 불교인은 우리사회 종교 갈등을 해결하고 종교평화를 실현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지 못했습니다. 이웃종교를 나의 이웃으로 받아들이지 못했으며 이웃종교의 가르침을 이해하고 배우는 것이 부처님의 가르침을 실천하는 하나의 길임을 자각하지 못했습니다. 반성하고 참회합니다.” 라는 내용이 있는데 왜 ‘우리 사회 종교 갈등’을 무고한 불교계와 불자들에게 귀책사유(歸責事由)를 돌렸으며, 종교간 평화를 깬 이교에 대해 사실상 면죄부를 주다시피 했는지, 부처님의 가르침 어디에 “이웃종교의 가르침을 이해하고 배우는 것이 부처님의 가르침을 실천하는 하나의 길”이라 했는지 도저히 이해가 안 됩니다.

이러한 내용을 종단의 최고권위와 원로스님들이 추인한다는 것이 어떠한 의미인지를 제대로 인식하는지 의문이며? 향후 누적적으로 종단이 난처한 지경에 이를 수 있습니다.

다섯째, 초안보다 완성본은 내용적으로 더욱 부처님의 가르침에 기초하고 내용적으로도 수승해야 하는데 이미 초안이 헤집어진 상태이고 완성본도 그 흐름이 사실상 동일한 범주라면 과연 이러한 내용으로 조계종의 권위가 설수 없습니다.

여섯째, 미완성의 가안 이라 주장하나 입수한 문건에 ‘원칙의 천명과 실천’안 5개항 첫 글을 “우리는 부처님의 가르침에 따라”라 해서, 선언의 5개항 중 1-3항이 마치 석가모니부처님의 가르침에 부합하는 내용으로 직접 설한 것과 같은 것으로 착각의 확신이 들게 했습니다. 1-3항은 불교의 입장에서 보면 부처님이 경계하고 부정한 삼종외도(또는 6사외도)를 긍정하는 내용들인데 과연 부처님이 그러하셨는지 근거를 제시해서 설명해야 합니다. 4-5항의 실천 안도 사실상 교단에 득이 안 되는 내용이라는 생각입니다.

여섯 째, 서문에 해당하는 글 중 “부처님의 연기법에 따르면, 우리는 모두 서로 연관된 존재이며 서로를 비추는 거울입니다. 이웃종교는 나의 종교를 비추는 거울입니다. 이처럼 서로 다른 인연이 엮어내는 다양성이 있는 그대로 세계의 실상이며 아름다움입니다.” 라 한 바, ‘너는 나 외에는 다른 신들을 네게 두지 말라’(개신교10계 중 첫째), ‘하나님이신 천주를 흠숭하라(가톨릭 10계중 첫째)’며 신(神)을 믿고 따르는 종교가 어떻게 불교를 비추는 거울이며, 신을 믿는 종교인이 지구상에 다수의 인류라 하나 ‘무신과 무아론’인 불교가 ‘신과 유신론자들을 아름다움’이라 해서 긍정해야 하는지 설명을 요구합니다.

오히려 ‘이웃종교는 나의 종교를 비추는 거울입니다.’라 할시 유신, 유아의 이웃종교는 무아와 무신이라 한 부처님가르침에 반하는 그릇된 가치관으로서 따르거나 동조하는 오류를 범하지 말라 해야 옳으며, 그래야만 나의 종교를 비추는 거울이라는 설명이 가능합니다.

이 대목은 연기법을 교묘하게 확대 해석한 바로서 특히 불자들이 매일 암송하는 반야심경을 깡그리 무시하는 구절입니다. 일체가 공하며 삼세제불도 ‘반야바라밀다’를 의지해서 최고의 깨달음을 얻었다 했는데 유아(신)론의 종교가 긍정되거나 부처님의 가르침을 비추는 종교가 될 수는 없습니다.

이러한 내용이 최종 완성본에도 들어간다면, 왜 우리 종단이 부처님이 배척한 삼종외도를 시대가 변했으니 사실상 인정해야 한다는 것인지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일곱째, 선언문은 “이웃 종교에 대한 관용과 열린 자세는 기원전 3세기 고대 인도의 아쇼까왕이 남긴 새김글에 잘 나타나 있습니다.” 라하며 다음의 내용이 있습니다.

저 아쇼카왕은 모든 종교의 신자들, 그들이 출가자이든 재가자이든, 모두를 존경합니다. 각 종교마다 기본 교리는 다를 수 있으며, 자신의 종교를 선전하느라 남의 종교를 비난하는 것은 어떤 의도에서이건 자신의 종교에 오히려 더 큰 해악을 가져다 줄 뿐입니다. 조화가 최선입니다. 우리 모두 다른 사람의 가르침에 귀 기울이고 존경해야 합니다. 그리하면 자신의 종교도 발전하게 되고 진리도 더욱 빛나게 될 것입니다.

(1)이상의 아쇼카 왕이 남긴 글의 구체적인 출처와 누구의 번역본인지를 제시해야 합니다.

(2)내용에 ‘종교’라는 단어가 6회 들어간바, 종교라는 단어는 과거 중국에서 불교학파의 주장하는 바를 나타내는 단어로 처음 생산되고 기독교가 일본에 처음 수입되면서 당시 학자들이 싸잡아서 ‘종교’라 한 것이라는 학설인바, 과연 아쇼카왕 시대에 종교라는 단어가 직접 사용됐는지 설명을 해야 합니다.

(3)석가모니부처님도 아닌 일개 왕이 주장한 내용을 큰 파장이 예상되는 불교인 선언에 넣어도 되는지 설명을 해야 합니다.

여덟째, 미완성 가 안이라 주장하는 선언문 실천5개항 등의 내용에 대해 구체적으로 문제를 제기 합니다.

(1)‘원칙의 천명과 실천’안 첫째 항에서 “우리는 부처님의 가르침에 따라 오직 불교를 통해서만 평화와 행복에 이를 수 있다고 주장하지 않겠습니다. 진리는 모두에게, 모든 믿음에 열려 있습니다. 열린 진리관은 이웃 종교와 대화하고 소통하기 위한 출발입니다.” 라 한바 이 역시 유일신관의 종교가 진리라 내용적으로 긍정한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오직 불교를 통해서만 평화와 행복에 이를 수 있다고 주장하지 않겠습니다.”라 한 바 사실상 부처님의 가르침을 외면하는 인상의 문구를 한국불교를 대표하는 종정예하가 인정해야 하며, 총무원장 스님이 불자나 타 종교계를 향해서 구태여 해야만 하는 말인지? 그리고 신을 긍정하는 타종교에 진리가 있다고만 해야만 이웃종교와 대화나 소통이 가능한지 문제제기 합니다.

(2)현실에서 타 종교 존재 자체와 그들의 사회적 선행을 부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러나 불교의 ‘근본무명(생사의 문제)’의 타파 방식과 유일신을 믿는 종교의 근본무명을 해결 하는 진리의 당처와 방법에는 근원적 차이가 있습니다. ‘유일신교는 신의 철저한 구원과 종복에 의해서만 진정한 의미의 평화와 행복이 가능’하다고 하는데 과연 불교도 그러한지 문제제기 합니다.

다만 지말적인 것으로 인류가 추구해야 하는 보편적인 가치(환경, 빈곤, 평화유지 등)의 추구에는 상통하는 부분이 있는데, 둘째 항에서 “내 종교의 관점과 언어로 이웃종교를 판단해서는 안 됩니다. 서로의 차이를 존중할 때 종교의 참다움이 더욱 빛납니다.”, “그들의 가르침과 장점에 귀 기울이고 배우려는 적극적인 노력”이라 해서 유일신관 종교의 생사문제 해결에까지 불자나 일반인들이 따르도록 독려했다는 판단이 가능한바, 불자들이 왜 이래야만 하는지 문제제기 합니다.

(3)셋째 항에서 “우리는 부처님의 가르침에 따라 내 종교를 선전하기 위해 이웃 종교를 비방하지 않겠습니다. 전법은 교세의 확장이 아니라 뭇 생명의 평화와 행복을 실현하기 위한 것입니다.” 한 바, 불교계나 불자가 이웃 종교를 비방한 사례는 사실상 찾아보기 힘들며, 교단 스스로가 교세 확장을 포기하는 것으로서 대한불교조계종이 존재하는 이유를 일거에 소멸시킨 문장이 아니고 무엇인지? 또 종단이 교세확장을 위한 전도 노력을 제대로 해본 적이나 있고서 이런 문장이 나온 것인지 문제제기 합니다.

과연 불교의 가치와 그 가치에 의해 추구하는 평화 · 행복과 유일신교가 추구하는 궁극적인 평화 · 행복이 같은지에 대한 설명이 필요합니다. 확대 해석한다면, 타종교가 세속적인 평화와 행복의 실현에 불교보다 더 기능 및 효과적이면 불교를 포기해야한다는 이론이 가능 한 바, 문제제기 합니다.

(4)넷째 항에서 “우리는 부처님의 가르침에 따라 내 믿음을 전하기 위해 공적 지위나 권력을 사용하지 않겠습니다. 민주주의의 이념과 절차를 지향하는 우리사회에서 정치와 종교는 분리되어 있습니다.” 라 한바, 이 항은 자칫 문화재의 70%를 불교계가 차지하고 있고 이에 대한 각종의 국가예산은 사실상 불교계에 이익 되게 작용할 수밖에 없는데, 불교문화 관련한 정책과 예산까지 부정해야 한다는 ‘오해의 소지’가 분명 있습니다. 표현상의 문제를 지적합니다.

자칫 조계종이 각종 예산배정과 관련하여 정상적인 대 정부 업무활동까지도 중단해야 하는 자충수가 될 수도 있다는 우려에서 문제제기 합니다.

(5)다섯째 항에서 “우리는 부처님의 가르침에 따라 어떤 갈등과 분쟁의 상황에서도 평화로운 방법으로 문제를 풀어나가겠습니다. 평화만이 평화를 이룰 수 있습니다. 비폭력은 불교가 지향하는 가치관이자 실천윤리입니다.” 라 한 바, 선언문에 ‘자비’ 라는 단어는 마지막 대목에서 “모든 생명들을 위해 자비와 사랑을 실천하겠습니다.” 라는 구절에 딱 1회 나옵니다.

불교인에 의한 불교인의 선언이라면, ‘평화’ 보다는 ‘자비’의 단어나 더 빈번해야 상식적일 것입니다. 그런데 이 선언문은 ‘평화’가 18회 ‘행복’이 5회 거론됩니다. ‘평화’라는 단어는 일반명사로서 통용되나 사실상 ‘가톨릭에서 대표적 단어’로 사용하며, 가톨릭의 종교용품을 ‘평화성물’이라 칭합니다. 과연 이번 선언문이 부처님의 가르침에 기초했는지 강한 의구심이 들어서 문제제기 합니다.

(6)선언문의 마지막 대목 ‘종교평화를 위한 불교인의 서원’에서 “우리들이 부처님의 가르침으로 고통에서 벗어나 평화와 행복을 얻고자 하듯이 이웃종교인들도 그들이 믿는 종교를 통해 평화와 행복을 구하고 있습니다. 길은 다르지만 우리가 이르고자 원하는 바는 서로 다르지 않습니다.” 라 해서 불교적 가치에 의한 평화와 행복과 유일신교의 평화와 행복이 동일하다는 식의 오류를 범하고 있어서 문제제기 합니다.

언뜻 보기에 보편적인 일상의 가치인 ‘평화와 행복’을 주어로 해서 불교나 유일신교가 동일목표라 주장함으로써, 조계종이 이를 발표 시 불자나 무종교인들이 아무 종교나 믿어도 된다는 해석이 가능토록 한바 문제제기 합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소중히 여기는 만큼 이웃종교의 가르침도 소중하게 여기겠습니다. 내종교의 관점과 언어로 이웃종교를 판단하지 않고 겸허하게 그들의 입장과 언어로 그들의 종교를 이해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종교를 믿지 않는 사람들의 방식까지도 존중 하겠습니다.” 라 한바, 불교가, 조계종단이 자청해서 유일신교를 이해해야 한다는, 사실상 스스로를 강제하는 조항을 두어서 승려와 불자로 하여금 혼란스럽게 하고 있어서 문제제기 합니다.

“종교를 믿지 않는 사람들의 방식 까지도 존중”은 자칫 가톨릭에서 그들의 의미로 사용하는 ‘불가지론(不可知論·절대자, 무한자, 신은 알 수 없다는 주장)자’를 의미하는 듯한 인상을 풍깁니다. 얼마 전 가톨릭 교왕 베네딕토 16세는 이들을 “전 세계에서 신앙은 없지만 진리를 희구하면서 하느님을 찾는 과정에 있는 사람들을 대표해 초대받았다”고 설명한바 있습니다. 왜 이렇게 까지 오해의 소지가 많은 문장을 사용하는지 문제제기 합니다.

마무리를 합니다.

현 조계종은 내부부터 이(理)와 사(事)적으로 정비해야 하는 절박한 상황입니다. 특정 스님의 개인의 주장과 종단적 차원의 주장은 불교교단에 미치는 영향이 너무나 지대합니다. 그러므로 조심하고 조심해야 합니다.

종단도 권력집단입니다. 조계종의 큰 병폐중 하나는 대부분의 승려들이 권력에 주눅 들어있음을 부정키 어렵습니다. 종단의 어른스님들을 설득했다 해서 문제가 없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종단의 어른스님들이 집행부의 설득에 호응하여, 혹여 세속의 정황을 잘 모르시고 정확하고 자세한 검토도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어쩔 수 없이’ 긍정을 하셨다면 이는 더 심각한 문제입니다. 대다수의 대중들이 침묵했다 해서 모두 긍정하는 것이 아닙니다.

본납은 종교평화불교인 선언 초안은 사실상 ‘하나님(神)에 귀의하는 듯한 불교인 종교평화선언’이므로 총무원장 스님께서 직권으로 폐기명령 해야 한다는 등의 문제제기를 수차에 걸쳐 했습니다. 총무원장 스님을 직접 만나서 설명했으며, 종단에 2회에 걸쳐 서류접수를 했으며, 최종 11월 21일에 우편으로 이상의 내용을 제3차 문제제기(종정예하, 원로의원, 총무원장)했습니다.

도법 스님과 세부 내용에 대해 공개토론을 제안한 바도 있습니다.

며칠 전의 서면 질의에서, (11월 8일) “결사본부는 종무보고에서 ▶지난 9월 8일 사통위(대통령 직속 사회통합위원회) 종교연대 공동 종교평화선언문 회의를 가졌고 ▶10월 13일 사통위 종교연대 회의에서 불교계 선언문 초안을 바탕으로 기독교계서 마무리하기로 했으며 ▶10월 18일 사통위 종교연대 공동 종교평화선언문 초안을 받았다고 서면으로 보고했다.”를 인용하면서 대통령직속기구인 사회통합위원회가 미진 만큼이라도 개입했다면 이는 ‘헌법위반의 위헌적 요소’가 있으며, 조계종의 정체성과 결사의 의미에 반하는 등 문제가 있음을 질의 했습니다.

일련의 과정을 깊게 분석하고 선언문 전체의 흐름으로 볼 때 정상적인 불교인의 입장에서는 동의해서는 안 되는 내용이라 단언합니다.

한국불교를 대표하는 조계종이 선언한다면, 부처님의 가르침을 제대로 이해하는 분야별 전문가들이 부처님의 가르침에 기초해서, 내외적으로 흠결이 없고 만인이 공감할 수 있는 준엄하고 아름다운 문장으로, 그러나 주체성 있으며 어느 시대에도 통용 가능한, 그러한 명문을 작성해야 합니다.

총무원장스님이 발표한 선언문은 수정과 수거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조계종이 부처님의 교의에 어긋나는 선언을 할 시 교단 스스로의 존재와 부처님의 가르침을 부정하는 결과가 가능하기에 걱정입니다.

아울러 2010년 1월 26일 동국포럼에서 총무원장 자승스님은 강연을 통해 “우리 종단도 여러 가지 변화를 시도하고 있고, 그 시도하고자 하는 근거는 1962년 교황 요한 23세의 아조르나멘토(aggio-rnamento)라는 개혁의지에서 그 근거를 찾아보았습니다.”(중략)

“제2차 바티칸 공의회에서 혁신을 이루고 있습니다. 거기에는 가톨릭이라는 권위와 폐쇄를 모두 버리고, 세상 속으로 참여하자라는 의지가 있었습니다.” 라 한바 이에 대한 한 실천이 이번 ‘종교평화 불교인 선언(21세기 아쇼카 선언)’이라는 추론이 가능한데 그렇다면 그 방향성에 중대한 문제가 있음을 지적하며, 종단차원의 설명이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총무원과 도법 스님은 이번 선언이 미진만큼이라도 문제가 발생한다면, 집행부가 하는 일이기에 이를 추인한 종단의 최고권위와 원로는 어떠한 입장에 처하게 될 것인가, 하는 두려움을 가져야 합니다.

석가모니부처님의 가르침, 조계종의 종지, 최고 권위로서 종정예하와 각 종헌기구, 4부대중의 불심에 미진이라도 문제가 되는 선언문을 발표한다면 직위고하를 막론하고 그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는 한국불교계와 조계종 그리고 사부대중을 5백생 여우의 인과에 얽매이게 하는 업보를 스스로 조장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조계종이 하는 선언에는 미진 만큼이라도 석가모니부처님의 가르침에 위배되는 내용이 있어서는 안 됩니다. 이번 선언문에 그러한 내용이 단 한 줄이라도 있다면 지금이라도 폐기하고 원점에서 재 작성할 것을 소신공양의 의지로서 청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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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응스님이 입수한 ‘수정 아쇼카 선언’(일부 차이가 있을 수 있음)

*종교평화 실현을 위한 불교인 선언 -21세기 아쇼카 선언-

오늘날 우리사회에는 불교, 개신교, 천주교, 원불교, 유교, 천도교, 민족종교, 이슬람교 등 다양한 종교를 가진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습니다. 또한 서로 다른 인종과 문화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우리사회 구성원이 되고 있습니다. 이처럼 다 종교, 다문화 사회로 옮겨가고 있는 오늘날 서로의 차이를 이해하고 포용하는 열린 자세가 절실히 요청되고 있습니다.

특히 종교의 역할은 매우 중요합니다. 종교는 모든 사람의 평화와 행복을 위한 사랑과 평화의 메시지입니다. 때때로 종교 간의 차이가 갈등과 대립을 빚기도 하지만 우리 종교인들은 이를 넘어 조화와 상생의 사회를 만들어 가야 합니다.

부처님의 연기법에 따르면, 우리는 모두 서로 연관된 존재이며 서로를 비추는 거울입니다. 이웃종교는 나의 종교를 비추는 거울입니다. 이처럼 서로 다른 인연이 엮어내는 다양성이 있는 그대로 세계의 실상이며 아름다움입니다. 연기법은 서로 존중하고 상생하는 평화로운 삶의 방식을 가르쳐 주고 있습니다. 바로 이것이 오늘날 불교가 우리사회의 다원적 상황을 이해하는 관점이며 이웃종교와 관계 맺기를 원하는 바탕입니다.

이웃 종교에 대한 관용과 열린 자세는 기원전 3세기 고대 인도의 아쇼까왕이 남긴 새김글에 잘 나타나 있습니다.

저 아쇼카왕은 모든 종교의 신자들, 그들이 출가자이든 재가자이든, 모두를 존경합니다. 각 종교마다 기본 교리는 다를 수 있으며, 자신의 종교를 선전하느라 남의 종교를 비난하는 것은 어떤 의도에서이건 자신의 종교에 오히려 더 큰 해악을 가져다 줄 뿐입니다. 조화가 최선입니다. 우리 모두 다른 사람의 가르침에 귀 기울이고 존경해야 합니다. 그리하면 자신의 종교도 발전하게 되고 진리도 더욱 빛나게 될 것입니다.

우리 불교인은 이 내용을 오늘날 실천해야 할 소중한 가르침으로 되새깁니다. 그동안 불교인은 우리사회 종교 갈등을 해결하고 종교평화를 실현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지 못했습니다. 이웃종교를 나의 이웃으로 받아들이지 못했으며 이웃종교의 가르침을 이해하고 배우는 것이 부처님의 가르침을 실천하는 하나의 길임을 자각하지 못했습니다. 반성하고 참회합니다.

이 같은 반성과 참회 위에서 불교인은 우리사회 종교평화를 실현하기 위하여 다음과 같은 원칙을 천명하고 실천하겠습니다.

첫째, 우리는 부처님의 가르침에 따라 오직 불교를 통해서만 평화와 행복에 이를 수 있다고 주장하지 않겠습니다.

진리는 모두에게, 모든 믿음에 열려 있습니다. 열린 진리관은 이웃 종교와 대화하고 소통하기 위한 출발입니다.

둘째, 우리는 부처님의 가르침에 따라 내 종교가 소중한 만큼 다른 사람의 종교도 소중하게 여기겠습니다.

각 종교마다 고유한 전통과 신앙의 방식이 있습니다. 그것을 무시한 내 종교의 관점과 언어로 이웃종교를 판단해서는 안 됩니다. 서로의 차이를 존중할 때 종교의 참다움이 더욱 빛납니다. 이웃 종교와 우리는 사회적 공동선을 실천하는 동반자이며 서로의 장점을 통해 내 부족함을 채우는 상호보완적 관계입니다. 따라서 이웃종교에 대한 인정과 관용이라는 소극적인 차원을 넘어 그들의 가르침과 장점에 귀 기울이고 배우려는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합니다.

셋째, 우리는 부처님의 가르침에 따라 내 종교를 선전하기 위해 이웃 종교를 비방하지 않겠습니다.

전법은 교세의 확장이 아니라 뭇 생명의 평화와 행복을 실현하기 위한 것입니다. 이웃 종교를 존중하면서 실천하는 모범을 통해 내 믿음의 참됨을 보여줘야 합니다. 말없는 감동이 최선입니다. 말로 전하는 일은 가장 나중에, 가장 조심스럽게 해야 합니다. 진리는 주장이 아니라 참된 삶을 통해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넷째, 우리는 부처님의 가르침에 따라 내 믿음을 전하기 위해 공적 지위나 권력을 사용하지 않겠습니다.

민주주의의 이념과 절차를 지향하는 우리사회에서 정치와 종교는 분리되어 있습니다. 개인은 자신의 종교를 선택할 권리가 아니라 어떤 종교도 믿지 않을 자유가 있습니다. 따라서 공적 영역의 종교 활동은 민주적 이념과 시민적 상식에 부합해야 합니다. 공적 권력이 신앙의 수단이 되거나 공공장소가 신앙 전파의 무대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개인의 신앙이 공적 영역에 작용해 종교 편향을 낳는 것은 결과적으로 모든 종교의 비극으로 이어집니다. 언제나 중립성을 잃지 않아야 합니다.

다섯째, 우리는 부처님의 가르침에 따라 어떤 갈등과 분쟁의 상황에서도 평화로운 방법으로 문제를 풀어나가겠습니다.

평화만이 평화를 이룰 수 있습니다. 비폭력은 불교가 지향하는 가치관이자 실천윤리입니다. 행동만 아니라 말과 마음도 비폭력적이어야 합니다. 분쟁과 갈등의 과정에서도 분노나 증오가 아니라 관용과 평화로 문제를 다루어야 합니다. 분쟁과 갈등의 해결이라는 목표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과정과 수단도 부처님의 가르침에 어긋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우리 불교인은 다음과 같은 입장과 실천을 통해 우리사회의 다양한 갈등과 분쟁을 관용과 평화적 방식으로 해결함으로써 우리사회에 종교평화가 정착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이를 위해 다음과 같은 서원을 세웁니다.

*종교평화를 위한 불교인의 서원

우리들이 부처님의 가르침으로 고통에서 벗어나 평화와 행복을 얻고자 하듯이 이웃종교인들도 그들이 믿는 종교를 통해 평화와 행복을 구하고 있습니다. 길은 다르지만 우리가 이르고자 원하는 바는 서로 다르지 않습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소중히 여기는 만큼 이웃종교의 가르침도 소중하게 여기겠습니다. 내종교의 관점과 언어로 이웃종교를 판단하지 않고 겸허하게 그들의 입장과 언어로 그들의 종교를 이해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종교를 믿지 않는 사람들의 방식까지도 존중 하겠습니다.

이웃종교인과 더불어 고통 받고 소외된 모든 생명들을 위해 자비와 사랑을 실천하겠습니다. 그들과 함께 지구촌 곳곳의 가난과 질병을 퇴치하고 전쟁과 폭력을 방지하며 무분별한 개발로 인한 환경파괴를 막아 모든 생명이 평화로운 삶을 누리도록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