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식학을 알기 쉽게 21세기 버전으로 풀어내 중생들의 실생활에 적용시키는 스님이 있다. 미국에서 공부하고 돌아온 유식학 전공자 서광 스님이 그 주인공이다. 스님은 그동안 유식 관련 저술을 다수 출간해왔다.
최근에는 유식학을 현대심리학에 접목하여 마음을 치유하는 프로그램을 널리 펼치고 있는 스님이 강의에서 활용하고 있는 ‘진아(眞我) 만나기 위크북’을 <나를 치유하는 마음 여행>(불광출판사)라는 제목으로 펴냈다.
알다시피 유식학은 불교심리학의 정수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오랜 기간 동안 활용되지 못해왔다. 이 사장된 불교심리학의 정수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재해석해서 활용하느냐. 여기에 대한 서광 스님의 고민이 이 책에 담겨 있다.
서광 스님은 유식 중관에 대한 이해 없이 선공부를 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역설한다. “일본의 고승 도겐 선사도 자기 자아에 대한 핵심적 가르침인 중관과 유식에 대한 이해 없이 선이 되겠느냐고 말씀하셨다”고 밝힌 서광 스님은 “진실로 사유할 수 있는 자료와 토대가 필요하다”며 “각자 자기에 맞는 사유를 해나갈 때에 성과가 나오는 것이며, 이것이 이 책을 낸 취지”라고 설명했다.
한마디로 유식30송의 내용을 현대 스타일에 맞게 복원하는 작업이라고 밝힌 서광 스님은 “인절미를 얼렸다가 적당한 온도를 가하면 그 맛이 되살아나듯이 관념적·개념적인 이해에 치중된 유식학에 대한 접근은 원래 유식의 맛을 제대로 살릴 수 없다”고 말했다.
오늘날은 영성치유, 즉 치유적으로 유식학을 풀어내는 요구가 분출되는 시대라고 강조한 스님은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육체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헬스를 하거나 수영을 배울 때에는 돈과 시간을 아낌없이 투자하면서도 정작 정신과 마음을 치유하는 데에는 시간과 투자를 소홀히 한다”며 “이는 아주 잘못된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 책은 기존의 많은 책들이 이론에 치중하거나 실행에 옮기기 난해한 실천법만 늘어놓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 착안, 철저하게 실습을 병행시킨 워크북으로 만들어졌다. 차례로 읽어나가면 자연스럽게 진아를 만나고 마음에 대해 이해하게 되고, 구체적인 실천법을 통해 스스로의 내밀한 상처를 치유할 수 있게 되는 멘토의 역할을 하는 책이다.
서광 스님은 “진정한 자기를 만나지 못한다면 그 누구도 고통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며 “이제 개개인의 행복과 사회 안전망을 구축하는 차원에서도 진정한 자기를 만나 스스로를 치유하고 다른 사람과의 조화로운 삶을 추구하는 마음공부는 필수 요소”라고 힘주어 말했다.
서광 스님은 행복도 다른 기술과 마찬가지로 훈련해야 함을 역설한다. 부정적인 감정에 휩쓸리지 않는 유일한 방법은 평소 순간순간을 자각하고 알아차리는 훈련을 해야 하고, 진정한 행복은 진짜 자기를 알고 깨달을 때 얻어지고, 행복의 크기는 깨달음과 정비례한다는 것이다.
총 3부로 구성된 이 책은 1부 오리엔테이션을 통해 진짜 나는 누구인가, 진아 만나기 프로그램의 목적과 이 프로그램의 주요 기법 및 프로그램 구성에 대해 이해를 도모하고, 2부에서는 마음 여행의 기본 토대인 유식 30송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주요 개념과 유식치유의 과정과 기법을 설명하고, 3부에서는 진아 만나기 프로그램의 실습과정을 총 8회에 걸쳐 제시하고 있다.
바로 지금 이 자리에서 마음 여행을 할 수 있도록 구조화된 진아 만나기 프로그램 워크북, 이 책은 진정한 의미의 자기 계발서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진아’라는 표현의 반복이 혹 부처님께서 그토록 강조한 ‘무아’의 의미를 퇴색시키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기는 하지만.
*저자 서광스님은?
대학과 대학원에서 심리학을 공부하고, 1992년 운문사 명성 스님을 은사로 출가했다. 이후 미국에서 종교심리학 석사와 자아초월 심리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보스톤 서운사 주지. 한국에서 한국불교심리치료연구원 원장, 한국불교심리치료학회 운영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불교심리학과 불교상담, 자아초월심리치료 관련 외래강사, 위크숍, 집단프로그램 등을 실시하고 있다. 저서에 <현대심리학으로 풀어본 유식 30송> <현대심리학으로 풀어본 대승기신론> <문제는 항상 부모에게 있다> 등 다수와 <한영불교사전> <불교상담심리학 입문> 등 다수의 편역서가 있으며 심리학 및 심리치료 관련 다수의 논문을 발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