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회 법림대중법회에서 '지혜'를 주제로 법문을 하고 있는 이제열 법사.


10월 6일 태고종 한국불교전통문화전승관에서 봉행된 법림대중법회 전경.

10월 6일 오후 7시, 제4회 법림 대중법회가 열린 종로구 사간동 한국불교전통문화전승관(불이성 법륜사)의 1층 강당에서는 1백여 명의 불자가 참석, 시종 진지한 표정으로 스승 이제열 법사의 설법을 경청했다.

본질과 핵심을 꿰뚫는 법문에 참석자들은 시종 메모를 하거나 시선을 놓치지 않고 청법에 열중했다.

“불자들의 궁극적으로 지향해야할 해탈과 열반은 지혜에 의해 발현되는 것입니다. 지혜가 없는자는 눈이 없는 자(無智者 無目者)라는 말이 있습니다. 우리 불자들은 지혜, 즉 반야지혜를 얻거나 해탈과 열반을 성취하는 것은 나와 상관없다는 그릇된 생각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 것은 역대 조사나, 성철 스님과 같은 선지식들에게나 해당하는 것이라고 여깁니다. 부처님은 이것을 현애상(懸崖相)이라고 지적하며, 아주 잘못된 생각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어렵고 고준해서 나와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이야말로 무궁한 진리에 들지 못하게 하는 잘못된 견해인 것입니다. 불자라면 반드시 지혜를 발현시켜 깨달음과 열반과 해탈을 성취하겠다는 목적의식, 즉 발심과 보리심을 일으켜야 합니다.”

여느 법회와는 달리 법림법회는 공부하는 분위기로 충만해있다.


무엇을 그렇게 열심히 받아적는지, 진리를 공부하는 데는 어린이도 뒤지지 않는다.

이제열 법사의 법문은 간절한 호소에 다름 아니었다. 기도가 나쁜 것은 아니지만, 본질을 잊거나 외면한 기도는 도리어 큰 업을 짓는 것이라는 간곡한 설법에 불자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소승의 지혜와 대승의 지혜를 설명하고, 우리 불자들은 본래부터 지혜를 갖추고 있다는 대승의 지혜를 얻도록 정진에 정진을 거듭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무의 군대와 불의 군대가 전쟁을 했습니다. 나무의 군대는 수만의 군사를 거느렸지만, 불의 군대는 한 한 명 뿐이었지요. 나무의 군대 대장이 물었습니다. ‘어째서 너희는 한 명만 왔느냐?’라고요. 불의 군인이 말했습니다. ‘비록 한 사람이지만, 나는 능히 너희 1만의 군사를 다 사라지게 할 수 있다’고 말입니다. 여기서 불은 지혜와 같은 것입니다. 지혜의 눈이 열리면 모든 무명과 우비고뇌는 한 번에 사라지는 것입니다.”

퓨전피아니스트 윤강욱 선생의 창작곡 '눈 덮인 아침' 연주 장면.

법문이 끝나고 퓨전피아니스트 윤강욱 씨가 자신의 창작곡 ‘눈 덮인 아침’을 연주했다. 세상의 온갖 무명을 지혜의 눈이 모두 덮어버리는 것처럼, 아름다운 선율이 참석 불자들의 마음속에 빛처럼 스며들었다. 눈을 감고 윤강욱 피아니스트의 연주를 듣는 불자들의 표정은 지혜로운 불보살님들을 닮아가고 있었다.

이윽고 즉문즉답 시간. 몇 사람의 불자들이 나서서 법을 물었고 이제열 법사는 즉답으로 의문을 풀어주었다.

법림대중법회의 특징인 즉문즉설 시간. 설법주제와 관련된 의문은 물론 평소 가졌던 의문들도 자유롭게 질문하고 답하는 시간이다.


질문을 하는 유마선원 영취보살.

“부처가 된다는 것(성불)은 어떤 것입니까?”

“성불은 깨달음을 이루는 것입니다. 부처가 된다는 것을 성인이 된다는 것으로 받아들이면 안 됩니다. 부처는 깨달음을 말하는 것입니다. 우리 불자들은 깨달음을 이루기 위해, 지혜를 발현해야 합니다. 지혜를 발현하기 위해 남으로부터 비난받지 않는 도덕적 삶을 살아야 하고, 마음을 집중하는 훈련을 게을리 말아야 합니다. 지혜가 발현되려면 반드시 삼매에 들어야 하고, 삼매에 들기 위해 마음집중 수행을 해야 합니다. 화두를 들든, 부처님의 명호를 부르든, 다라니 염송을 하든 기구(까시나 수행)에 의지하든, 심일경성이 되어야 합니다. 심일경성이 되면 반야가 성취되고 깨달음을 얻게 됩니다.”

“대승에서 가르치는 것처럼 본래 밝은 데, 왜 무명의 상태가 된 것입니까?”

“그것은 질문이 성립되지 않는 질문입니다.”

“부처님의 초전법륜에서 교진여 등 다섯 수행자들은 부처님의 설법을 듣고 아라한과를 얻었습니다. 설법만 듣고도 깨달은 것입니까?”

“아주 상근의 경우는 언하대오라고 해서, 설법만 듣고도 깨달음에 이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은 그렇지 못합니다. 그래서 수행을 하는 것입니다. 교진여 등 다섯 수행자들도 부처님의 설법을 듣고 아라한과를 성취했지만, 설법을 듣는 순간 강력한 위빠사나를 일으켜서 깨달음을 성취한 것입니다.”

“저는 참선을 할 때 화두를 들지 않고 다라니 염송을 합니다. 왠지 화두로는 잘 집중이 되지 않습니다. 괜찮은 것인지 늘 궁금했습니다.”

“수행은 그 목적이 뚜렷해야 합니다. 신통을 얻기 위해, 또는 집안이나 자녀가 잘 되기 위해서 수행을 하는 것은 잘못된 것입니다. 반드시 불교수행의 목적은 깨달음과 열반과 해탈이어야 합니다. 이런 마음가짐에서 수행을 해야 하는 것입니다. 또한 화두이든, 다라니 독송이든, 부처님의 명호를 부르는 것이든 자신에게 맞는 것이어야 효과적입니다. 번뇌망상이 끼여들지 않도록, 심일경성이 되도록 정진해서 망상이 깨뜨려질 때까지 끊임없이 밀어부쳐야 합니다. 그러면 근기와 정진의 정도에 따라 목적한 바가 성취될 것입니다. 정진하는 중에 어떤 현상이 나타나게 되면 반드시 스승에게 물어야 합니다. 수행에서 스승의 지도는 절대적입니다.”

법회 장소가 급하게 변경되면서 참석자가 다소 줄었지만, 법회 분위기는 다른 어떤 법회보다도 진지했다.

11월 법림 대중법회에는 오는 11월 3일(목) 오후 7시부터 한국불교전통문화전승관 1층에서 ‘가피와 은혜’를 주제로 열린다. 문의: 02)737-8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