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집 인연이 깊은 사람들에게 단청(丹靑)은 친숙하다. 불보살을 모신 전각마다 울긋불긋 아름다운 장엄은 불교가 주는 아름다움 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단청은 예로부터 주로 목조건축물의 수명을 연장할 목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전통적인 목조건축물은 물론 고분이나 동굴의 벽화, 칠기, 공예품, 조각상, 장신구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하게 적용되며 우리 고유의 미의식을 담아내게 되었다.

따라서 단청은 꼭 절집에서만 사용하는 것은 아니다. 왕이 사는 궁궐에도 단청이 사용되었고, 때때로 생활 목가구나 민속품에 색깔을 입힌 경우도 있다. 물론 이런 작품들을 가까이 접할 기회는 의외로 없다.

단청에 익숙한 불자들에게도 단청은 낯선 경우가 많다. 절집의 단청은 높은 천정이나 처마에 그려져 있어 그저 바라만 볼 뿐, 가까이서 느끼기에는 어려움이 있기 때문일 터이다. 근엄한 자태를 한 궁궐의 단청도 거리감이 있기는 마찬가지다.

이런 단청을 직접 코앞에서 감상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주인의 눈을 피한다면, 슬쩍 만져볼 수도 있는 절호의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유리창 안에 갇힌 한 쌍의 닭이 유리에 비친 인사동 풍광과 어울려 마치 날아가는 듯이 보인다.

동자상과 화려한 단청옷을 입은 닭조각 두 개.


닭이 이렇게 화려할 수 있을까. 선조들의 색감이 놀랍다.

인사동 경인미술관 입구에는 아름다운 古가구 전문점 ‘丹靑’이 있다. 단청은 고미술 전문점으로 우리 선조들의 의식주 생활을 통해 쓰여 왔던 여러 가지 유물 등을 전시하고 판매하는 곳이다. 선조들의 숨결과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편안한 사랑방 같은 공간이고자 노력하는 이곳의 주인 신소윤 대표는 단청만큼이나 아름다운 느낌을 주는 여인이다. 모나리자를 닮은 미소를 지닌 그가 이번에 ‘단청과 고미술과의 만남’이라는 주제의 작은 전시회를 마련했다.

넓지 않은 공간이라 많은 종류의 단청 작품을 전시하지는 못했지만, 구석구석 아름답고, 앙증맞고. 해학적이며, 진귀하고 정겨운 단청들을 만나볼 수 있다.

어느 고찰 법당의 서까래였을 단청조각. 연꽃문양이 살아 있는 듯 싱싱하다.


이 조각 역시 법당안에서 사용되었을 불구의 한 부분일 것이다.


고미술 단청의 신소윤 대표. 단청을 닮았다.

절 법당의 의식용 불구의 한 부분이었을 화려한 연꽃 조각, 동자상, 닭의 모양을 한 조각, 꿩, 괴수의 머리, 연화문을 한 서까래, 등 다양한 단청들이 전시되어 있다.

인사동에 올 일이 있다면, 아니 일부러라도 시간을 내어 단청을 방문해 단청의 묘미를 직접 경험한다면 색다른 경험이 될 것이다. 우리 조상들의 뛰어난 색감과 조각술, 그리고 해학과 풍자, 섬세함에 놀라는 소중한 기회가 될 것이다.

전시기간은 6월 14일까지이며 전시시간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6시까지. 문의; 02)730-44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