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대변인 정만 스님(총무원 기획실장)은 4일 발표한 ‘정부 여당의 전통문화 인식에 관한 논평’에서 “최근 정부 여당 내에서 전통 문화에 대한 국가적 책무를 인식하고 새롭게 접근하려는 움직임이 있는 점은 때 늦은 감이 있으나 다행스러운 변화의 모습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한나라당 전통문화특위에 1단계 발표에 대해 5월 4일, 논평을 발표하고 있는 조계종 대변인 정만 스님.

한나라당 전통문화발전특별위원회(위원장 전재희)는 지난 5월 2일 발표한 특위활동 1차 결과에서 “전통문화유산 및 이를 보존 관리해야하는 시설에 대해 2중, 3중의 규제가 있어 지속적인 사용․활용에 장애가 있었다”며 “그 동안 보존위주의 문화재 정책으로 활용부분의 투자에 상대적으로 소홀했다”고 시인한 바 있다. 한나라당은 또 “낙산사와 숭례문 화재 사고의 대처에서 볼 수 있듯 전통문화유산에 대한 방재·관리 시스템의 사전 예방적 방재관리가 취약했다”며 “매년 수요에 비해 예산이 부족하게 책정돼 긴급 개보수 사업의 경우 전통문화유산 보존 및 관리의 적시 대응에 문제점을 노출해왔다”고 밝혔다.

한나라당 특위는 이 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1단계로 유형문화유산의 효과적인 보존·활용·관리를 중심으로 △과도한 규제 완화, △사전 예방적 방재관리, 통합적 방재관리를 위한 예산지원, △전통문화유산의 효과적 관리 및 활용을 위한 투자 방안 등에 대해 국회의원을 비롯해 외부전문가, 관련기관 등과 심도 있게 논의해 왔다며 우선 규제완화와 관련해 국토이용법상 일부 용도지역 내 전통문화 건축의 건폐율을 완화하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국토이용법 77조 용도지역의 건폐율을 20%이하로 한정돼 있었던 도시지역 중 녹지지역, 관리지역 중 보존관리지역 및 생산관리지역, 농림지역, 자연환경보존지역 등에 대한 전통문화유산의 건축물에 대해서는 건폐율을 30%이하로 완화할 방침이며, 개발제한구역 및 도시자연공원구역 내에 있는 전통사찰 및 문화재인 향교, 서원 등에 대해 증개축 허용범위를 확대했다. 뿐만 아니라 개발제한구역 내에서 건축물의 증개축시 부과되던 보전 부담금을 감면해 주기로 했다.

한나라당은 정부지원 근거 마련 및 전통문화유산 보유단체의 자율성도 확대를 위해 문화재보호법과 전통사찰보존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을 각각 개정해 전통문화유산 건축물의 실질적인 소방방재와 내진관련 시설 및 이에 따른 유지관리를 위한 지원근거를 명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매장문화재법상 국가 발굴시 그 결과를 의무화하기로 했으며, 전통사찰에서 발굴된 문화재의 경우도 소유자인 사찰에 통보 없이 국가로 귀속되는 일이 많았으나 의무적으로 발굴 결과를 통보할 경우 문화재 소유권이 일방적으로 국가로 귀속되는 일은 없도록 했다. 한나라당은 이와 함께 전통사찰보존 및 지원에 관한 법률 등을 개정해 문화체육관광부 산하에 ‘전통사찰위원회’를 설치하고 전통사찰의 지정 및 지원, 증·개축 등에 관한 심의기능을 부여하기로 했다.

한나라당은 전통문화유산의 창조적 보존·계승·활용 등에 대한 예산을 대폭 확대해 나가기로 했으며, 특히 2012년 예산 편성시 문화체육관광부와 문화재청 등의 관련부처가 전통문화유산의 실태와 현황을 정확히 파악한 후 예산편성지침에 맞게 예산을 조정 편성하도록 촉구했다고 밝혔다. 또한 국가 및 시도지정문화재 뿐 아니라 등록문화재, 문화재자료에 해당하는 전통문화유산, 전통사찰 등을 지원 대상으로 확대할 것을 촉구했으며 문화재 상시 관리 지원사업의 대상과 지원규모를 확대하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조계종 대변인 정만 스님은 “다만, 그 실천 의지와 구체성에 있어서는 향후 주의 깊게 지켜보아야 할 사안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차제에 정부·여당으로서도 글로벌 시대에 있어서의 우리 전통 문화와, 다종교를 넘어 다문화 사회인 우리 사회에 있어서의 종교 평화에 대한 폭넓은 이해와 더불어 정책을 제시하고 안정적으로 제도화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기대했다.

정만 스님은 이어 부처님오신날 봉축행사가 끝나면 종단 자체로 정부와의 협무팀을 구성하여 대화에 적극 나서겠다고 밝혔다. 특히 자연공원법이 개정되어 시행령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또 역사문화지구 구역 획정 등에 조계종이 적극 동참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 아니냐며 정부에 우리의 입장을 적극 피력해야 한다는 것이 종단의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정만 스님은 또 불사심의위원회를 강화해 전통사찰의 증개축시 사찰의 원형을 해치지 않도록 종단차원에서도 적극 노력할 것이며, 정부에서 모범적인 사례로 낙산사 복원불사를 들고 있는데, 그런 방향에 종단도 견해를 같이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만 스님은 봉축법요식에 정부여당 인사의 참석을 허용할 것인가, 참석을 해오면 예우는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서, 기본적으로 누구의 참석도 제한하지 않겠다는 것은 이미 밝힌 바 있으며, 참석한다면 예의에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예우는 할 생각이라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정만 스님은 그러나 아직까지 참석을 공식 통보해온 분이 없어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맞을 것인가에 대해서는 고민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5월 4일 현재, 오세훈 서울시장이 참석하겠다는 방침을 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은 조계종의 논평문 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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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여당의 전통 문화 인식에 관한 논평

조계종은 현 정부 ․ 여당의 전통 문화 인식의 부재와 종교 편향적 태도에 대하여 매우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지적하였다.

국가적 가치를 인정한 문화유산과 국가적 책무인 전통 문화 보존 창달에 대하여 정책은 없이 시혜물 취급하고 특정 종교 지원, 종교적 형평성 운운하며 정치적인 행위로 왜곡, 호도하는 것이 현 정부 여당의 인식 수준이라고 보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정부 ․ 여당 내에서 전통 문화에 대한 국가적 책무를 인식하고 새롭게 접근하려는 움직임이 있는 점은 때 늦은 감이 있으나 다행스러운 변화의 모습으로 보인다.

지난 5월 2일, 한나라당에서 구성한 ‘전통문화발전 특별위원회’의 1단계 발표 보도가 있었다. 보도 자료를 통해 확인된 내용으로는 그 간 정부 여당 내에 전통 문화 정책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있었고 그 결과가 어느 정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다만, 그 실천 의지와 구체성에 있어서는 향후 주의 깊게 지켜보아야 할 사안으로 판단하고 있다. 차제에 정부 ․ 여당으로서도 글로벌 시대에 있어서의 우리 전통 문화와, 다종교를 넘어 다문화 사회인 우리 사회에 있어서의 종교 평화에 대한 폭넓은 이해와 더불어 정책을 제시하고 안정적으로 제도화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조계종단은 모든 문제를 정부 ․ 여당 탓으로만 돌리고 있지 않다. 오늘의 결과가 불교 내부에도 원인이 있음을 겸허히 인정하고 스스로의 변화를 통해 국민들로부터 신뢰받는 모습을 되찾고자 하여, 자성과 쇄신 결사의 의지를 대내외에 천명하였다.

이러한 취지에서, 각종 행위 규제와 재산권 제한 등을 담고 있는 법령과 정책의 변화와 함께 한국불교 스스로의 책무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한다. 조계종단에서는 사찰에서 이루어지는 건축과 현상 변경 행위가 자연 환경과 조화를 이루고 전통 사찰로서의 격에 맞도록 종단 내부에서 먼저 조정하고 심의하는 절차를 만들 계획이다. 지난 3월 23일 결사 입재법회에서 밝혔던 ‘불사심의위원회 강화’는 그러한 의지 중 하나이다.

한국불교와 조계종단에 대한 우려와 비판의 소리를 겸허하게 수용하고 구체적인 실천을 통해 함께 소통하고 국민과 하나되는 조계종단이 되도록 더욱 열심히 정진할 것이다.

불기 2555(2011)년
조계종 대변인 총무원 기획실장 정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