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에서 설치미술가로, 미술의 여러 경계를 넘나드는 하석홍의 일곱 번째 개인전 <夢돌(몽돌)>. 3월 27일까지 서울 통인동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사진갤러리 류가헌 갤러리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의 전시작을 구성하고 있는 현무암들은 미생물로 숙성시킨 폐지 펄프에 천연광물 파우더와 먹물, 색소를 혼합한 ‘돌 아닌 돌’이다. 손으로 만져보거나 직접 들어서 무게를 느껴보기 전에는 제주 바닷가나 산야에 널린 자연의 현무암과 구별할 수 없을 정도다.
류가헌 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하석홍의 몽돌전시회.
<夢돌>은 시각적으로 실제와 차별성을 띠지 않으면서, 장르를 벗어난 혼성물로서 실제와 허구의 경계 위에 놓여 또 다른 감각의 세계를 펼쳐 보인다는 점에서, 또 일종의 시뮬라크라로서 다양한 재현태를 생성해낼 수 있는 잠재성과 가능성을 가진다는 점에서도 ‘꿈의 돌’이다.
<夢돌>이 제공하는 환영감은 돌에 대한 현실적인 인식 너머의 세계로, 혹은 언젠가 보고 듣고 또 만져보았을 제주의 대지나 밀물지는 해변으로 몽상 몽생여행을 떠나게 한다.
전시장을 들어서면, 묵직한 현무암 덩어리들이 한 덩이씩 허공에 정방형으로 떠 있다. 돌의 형상은 실제인데, 돌이 이루고 있는 형국은 그렇지 않다. 다른 벽면에는 거친 질감의 현무암 덩이가, 수직으로 선 매끈한 표면의 스테인리스 판 위에 아슬하게 멈춰있다. 재질감의 대비가 긴장된 미적 감흥을 일으킨다. 금속 표면 위에 반사된 돌 그림자에 어리는 정조는 고요하고 간결하다.
현실적인 재료들이 구성하고 있는 비현실적인 세계 속에서 빠져나왔나 싶으면, 이제는 또 다른 현실이 상기된다. 저것은 현무암이고, 이곳은 서울이다. 제주 현무암은 ‘법적으로’ 제주를 벗어날 수 없다...
설치미술가 하석홍의 <夢돌(몽돌)> 전시가 열리고 있는 갤러리 류가헌. 전시장 안팎에 현실과 비현실이 어우러져 한 세상을 이루고 있다. 흙 마당에 조차 고생대의 물고기 화석들이 댓돌처럼 박혀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