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안(慧眼) 서경수 교수는, 아련한 느낌으로 다가오는 불교학자다. 1986년에 입적해 벌써 24년이 흘렀지만 서경수 교수에 대한 불자들의 감상은 안타까움과 그리움이다. 그를 가까이서 접했던 동료나 제자들은 언제나 혜안과의 인연을 소중히 간직하고 있었다. 얼마나 대단한 분이었길래, 얼마나 많은 것을 갖춘 분이길래 그들은 4반세기가 되도록 서경수 선생을 잊지 못하는 것일까.
88년 불교언론에 발을 내딛은 탓에 서경수 선생을 생전에 만나보지 못했기에 그에 대한 궁금증은 늘 화두처럼 남아 있었다. 서경수 교수, 그는 누구인가? 면도날처럼 예리한 성정이라고도 하고, 또 어떤 이는 그렇게 자상할 수가 없는 분이라고도 하는, 그를 직접 접하지 못한 이들에게는 어쩌면 신비감마저 들게 하는 이, 서경수.
그를 잊지 못하고 그리워하는 후학들이 모여 서경수가 남긴 모든 것을 정리한 ‘서경수 저작집’이 두 권의 책으로 나왔다.
‘活불교문화단’에서 기획한 ‘대원총서’의 1, 2권으로 발간된 ‘서경수 저작집’ 두 권은 각각 『불교를 젊게 하는 길』『기상의 질문과 천외의 답변』이라는 제목으로 되어 있다. 이 책은 대한불교진흥원의 출판 지원으로 제작되었다.

신문과 잡지 등 여기저기 흩어진 글들, 학술지에 기고했던 논문들을 모은 두 권의 책은 막연하게, 그래서 왠지 멀게 느껴졌던 서경수 교수를 21세기를 사는 불자들, 특히 재가불자들에게 가까이 다가오게 하는 징검다리의 역할을 할 것이다.
제자 이민용 교수는 “선생님의 글은 대부분 친절한 글들이다. 비록 논문의 형식을 취했을지라도 불교와 사상적인 것에 조금만 관심이 있다면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글들이다. 그런가 하면 현실비판과 불교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말할 때는 템포를 바꿔 촌철살인의 글로 변한다. 그만큼 현장에 서 있는 글들이다.”라고 서문을 통해 밝히고 있다.
후학들이 저작집을 꾸린 이유는 더 늦어질 경우 서경수 교수의 체취를 기억하고 있는 후학들조차 하나 둘 세연을 접을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는 시간적 촉박함과 함께, 현재 한국불교가 서있는 시점이 혜안 서경수 교수의 진면목을 알리고 그 의의를 짚어 볼 때라는 판단도 작용을 했다. 이제 서경수라는 한 걸출한 재가불자를 타자화(他者化)시키고 객체화시켜 그의 생각과 그의 생각과 행적, 이미지를 각기 읽는 사람에 따라 나름대로 해석하게끔 해방시킬 때가 되었다는 생각도 이 책의 출간 이유 중의 하나다.
특히 불교학자이자 재가의 불교활동가였던 서경수 선생을 조명함으로써 상가 본래의 면목을 회복시키고 재가불자의 사상과 활동도 상가에서 빠뜨릴 수 없는 요인이라는 점을 확인하겠다는 점도 이 책이 갖는 소중한 의의다.
2년의 노력 끝에 결실을 맺은 서경수 저작집 탄생의 공로는 서경수 박사를 사랑하는 후학들의 모임인 ‘서경수 사랑 모임’의 역할이 밑받침 됐고, 특히 서경수 교수 생전에 깊은 인연을 맺었던 김인수 전 불교신문 편집국장, 김규칠 대한불교진흥원 상임이사, 이용부 대한불교진흥원 이사의 숨은 공을 드러내지 않을 수 없다. 또한 모든 작업을 수행한 활불교문화단 신대현 박사팀의 노력이 없었다면 이 책은 세상에 그 모습을 드러내지 못했을 지도 모른다.
서경수 저작집 1권 ‘불교를 젊게 하는 길’에는 서경수 교수의 인도 순례기 ‘서경수, 인도에 가다’와 불교와 현대사회를 접목해 쓴 글모음 ‘불교, 그 현재와 미래’, 불교의 핵심적 가르침과 실천에 관한 글을 담은 ‘지혜의 길, 자비의 길’, 위대한 족적을 남긴 원효, 만해 등 역대 고승들의 삶과 가르침을 그의 시각에서 정리한 ‘큰스님의 자취 따라’, 불교운동적 관점에서 비판적 성찰의 글을 모은 ‘비판과 단상’ 편이 실려 있다. 어느 것 하나 빼놓기 어려운 주옥같은 글들이다. 또한 말미에 후학 박성배 교수의 글 ‘서경수 선생님’은 스승과 제자 간의 애틋한 사랑을 느끼게 하는 글이다.
서경수 저작집 2권 ‘기상의 질문과 천외의 답변’은 주로 학문적인 글들을 수록했다. 한국불교의 흐름과 운동사를 정리한 ‘한국불교의 흐름’, ‘학문으로 본 불교’, ‘불교경전과 문학’에 이어 ‘서경수와 나누는 대담’을 게재하고 있다. 말미에 불연 이기영 교수의 ‘서경수 교수를 기리며’라는 유고도 눈길을 끈다.